[비하인드 리우] 금메달보다 따기 힘든 태극마크

입력 2016-08-09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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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양궁 여자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따낸 기보배(왼쪽)가 8일(한국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삼보드로모 양궁경기장에서 펼쳐진 시상식에서 정의선 대한양궁협회장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사진제공 | 대한양궁협회

■ 서거원 해설위원이 본 한국양궁이 강한 이유

“올림픽서마저 성적 못 내면 외면
선수들 절박감에 뼈를 깎는 노력”
정의선 회장 든든한 지원도 한몫


2012년 런던대회까지 역대 올림픽에서 한국 선수단이 따낸 금메달은 모두 81개다. 그 중 19개가 양궁에서 나왔다. 2016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에서도 양궁은 7일(한국시간) 남자단체전에 이어 8일 여자단체전에서 잇달아 금메달을 획득했다. 여자대표팀은 32년간 단체전 금메달을 독식하며 올림픽 8연패라는 전무후무한 역사를 썼다.

최고의 자리에 오르기도 어렵지만, 정상의 자리를 지키기는 더 힘든 법. 30년 넘게 세계 최고를 지키고 있는 한국양궁의 힘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서거원(60·사진) 실업양궁연맹 회장이자, 인천계양구청 총감독으로부터 그 비결을 들었다. 스포츠동아 해설위원을 맡은 서 회장은 2004아테네올림픽에서 남자양궁대표팀 감독을 지냈고, 대한양궁협회 전무이사도 역임했다.


● 공정하고 투명한 대표 선발 시스템

이번 대회와 마찬가지로 남녀 각 3명, 총 6명이 나선 런던올림픽에서 한국은 양궁에 걸린 금메달 4개 중 3개(여자단체·여자개인·남자개인)를 따냈다. 이들 6명 중 리우올림픽에서 다시 태극마크를 단 선수는 여자단체전에 이어 개인전 2연패를 노리는 기보배(26·광주광역시청)가 유일하다. 올림픽 메달이 태극마크를 기약하지 못할 정도로 대표팀에 뽑힌다는 것 자체가 올림픽 메달보다 어렵다.

리우올림픽에 참가한 남녀 6명의 선수들은 지난해 9월 시작돼 올해 5월까지 장장 9개월간에 걸친 선발 과정을 통해 태극마크를 달았다. 고교 1학년 이상 등록선수(남자 600여명·여자 700여명) 중 상위랭킹 남녀 각 120명이 출전한 가운데 펼쳐지는 선발전은 선수의 경력이나 스타성 등이 전혀 배제된 가운데 오직 실력에 의해서만 순위가 가려진다.

이런 선발 과정을 거친 선수들은 자부심과 함께 무한책임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서거원 해설위원은 “양궁은 비인기 종목이다. 올림픽 때만 반짝 국민들의 관심을 받을 뿐이다. 대표선수들은 자신들이 제 성적을 내지 못할 경우, 올림픽에서마저 양궁이 외면받을 수 있다는 절박감을 안고 나선다. 자신들이 잘해야 후배들이 좀더 좋은 환경에서 운동할 수 있다는 뚜렷한 목표의식을 갖고 있고, 이것이 뼈를 깎는 노력과 그에 따른 결과로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올림픽 여자양궁대표 장혜진-최미선-기보배(왼쪽부터).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 정상을 지키기 위한 철저한 준비의식

4년 전 런던올림픽. 현대자동차 부회장인 정의선 대한양궁협회장은 브라질 법인에 근무 중이던 현대차 직원들을 런던으로 불러들여 양궁대표팀의 하루 일정 및 동선이 어떻게 되는지, 식사는 어떻게 하는지 등등을 세밀히 관찰토록 했다. 리우올림픽 때 빈틈없이 지원하기 위해 ‘예행연습’을 시킨 것이다. 이번 리우에선 4년 뒤 도쿄올림픽에 대비해 사전 준비를 진행토록 했다. 양궁 사랑이 남다른 정 회장의 배려가 ‘신궁 한국’을 만들어낸 또 다른 원동력이다.

선수들의 과학적 훈련 시스템도 세계 정상을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이다. 대표팀에 최종 선발되면, 협회 차원에서 대표팀 6명의 개인별 장단점을 파악해 장점을 극대화하면서 단점을 최소화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리우에서 양궁 경기가 열리는 삼보드로모 스타디움의 환경과 거의 똑같은 ‘훈련 세트’를 국내에 일찌감치 마련해놓고, 현지의 바람이나 날씨 등 가변적 요소까지 반영해 마치 브라질에 있는 듯한 느낌 속에 활을 당길 수 있도록 했다. 올림픽에 앞서 4차례 리우를 방문해 현지 적응훈련을 소화한 것은 물론이다. 서거원 해설위원은 “준비에 실패한 자는 실패를 준비하는 것”이라며 “한국양궁의 힘은 철저한 준비에서 나온다”고 설명했다.

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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