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김주찬.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KIA는 12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넥센과의 원정경기에서 8-2로 승리했다. 올 시즌 앞선 고척 넥센전 7전 전패 끝에 마지막 경기에서 거둔 승리였다. KIA를 제외한 모든 원정팀이 최소 2승 이상을 거둔 상황에서 KIA는 천적인 넥센에게 당한 설움을 뒤늦게 풀었다.
그러나 1회초부터 출혈이 컸다. 1번타자 노수광이 중전안타를 치고 나가 2루 도루를 감행하다 왼손 약지 골절상을 입었다. 고통을 호소하다 일어나 다음 타자 신종길의 중전 적시타 때 득점에 성공했으나, 이내 병원으로 가 골절 진단을 받고 깁스를 했다. 깁스를 풀기까진 4주가 필요해 최소 한 달 이상 공백이 불가피하다.
KIA는 신종길의 적시타에 김주찬의 2점홈런을 묶어 1회부터 3점을 뽑았다. 2회에는 1사 후 강한울의 우전안타와 김호령의 사구로 만든 1·2루 찬스에서 노수광 대신 들어온 윤정우가 좌중간을 가르는 2타점 2루타를 터뜨렸고, 계속된 1·3루서 김주찬의 좌전 적시타로 추가점을 냈다.
2회말 1점을 내줘 6-1, 전날에도 6-1로 앞선 상황에서 에이스 양현종이 5점을 내주며 동점을 허용한 아픈 기억이 있었다. KIA 코칭스태프로서는 고삐를 계속 당길 수밖에 없었다.
4회에는 번뜩이는 작전으로 쐐기점을 뽑았다. 상대 실책과 윤정우의 안타로 만든 무사 1·2루 찬스, 신종길 타석 때 ‘위장 번트’ 작전이 나왔다. 발 빠른 2루주자 김호령과 1루주자 윤정우가 모두 스타트를 끊었고, 신종길은 번트 자세를 취한 상황에서 공을 그대로 흘려보냈다. 번트 수비를 위해 넥센 3루수 김민성은 앞으로 나와 있었고, 포수 김재현의 3루 송구를 받았을 땐, 이미 김호령이 3루에 도착한 뒤였다.
1점이 절박했던 벤치의 작전이 상대의 허를 찔렀고, KIA는 계속된 만루에서 김주찬의 내야 땅볼과 나지완의 희생플라이로 2점을 추가할 수 있었다. 마운드에선 3회부터 최고령투수 최영필이 역투를 펼쳤다. 특히 4회 1사 만루 위기에서 임병욱과 김재현을 연거푸 삼진으로 잡아내는 장면이 빛났다.
최영필은 5회 선두타자 서건창에게 2루타를 맞고 내야땅볼로 1점을 내줬지만, 올 시즌 최다인 51구를 던지며 3이닝 3안타 1볼넷 4탈삼진 1실점으로 구원승으로 시즌 4승(2패 2세이브 4홀드)째를 거뒀다. 6회 1사 1·2루서 곽정철에 이어 4번째 투수로 등판한 ‘이적생’ 고효준도 2.2이닝 동안 48구를 던지며 1안타 1볼넷 4탈삼진 무실점으로 이적 후 최고의 피칭을 선보였다.
9회말에는 1사 만루 위기도 맞았다. 그러나 마무리 임창용이 이택근을 3루수 앞 병살타로 잡아내며 승리를 지켰다. 1승까지 너무나 오래 걸렸지만, 모두가 함께 만들어낸 승리였다. KIA로서는 포스트시즌, 혹은 내년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필요했던 1승이었다.
이날 16호 홈런 포함 5타수 2안타 4타점으로 승리를 이끈 김주찬은 “부상에서 돌아와 팀에 도움이 되는 것이 첫 번째 목적이었는데 오늘처럼 중요한 경기에서 역할을 한 것 같아 기분이 좋다”며 활짝 웃었다. 이어 “돌아온 뒤 감이 좋지 않아서 연습부터 가볍게 치려고 노력하고 있는데 컨택이나 타구에 힘을 싣는데 오히려 도움이 돼 홈런이 많이 나오고 있는 것 같다”며 “현재 팀이 매우 중요한 시기에 있다. 공수에서 더 좋은 모습을 보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넥센은 패배에도 원정팀 KIA 덕에 기분 좋은 기록을 가져갔다. 이날 1만4524명이 입장해 올 시즌 총 관중 61만1531명으로 홈 56경기 만에 창단 후 한 시즌 최다관중 기록을 세웠다. 지난해까지 목동구장을 쓴 넥센은 2012년 59만9381명이 한 시즌 최다관중 기록이었다.
고척 | 이명노 기자 nirvan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