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미국수영대표 펠프스.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충분히 행복했고 아름다운 삶을 보냈다고 자부”
-“은퇴는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 알리는 것일 뿐”
-“2020년 도쿄올림픽은 스포츠 캐스터로 갈 듯”
모두가 박수칠 때 떠난다. 위대한 영웅이 2016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을 끝으로 당당하게 은퇴를 선언했다. ‘수영황제’ 마이클 펠프스(31·미국)는 15일(한국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메인프레스센터(MPC)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은퇴를 발표했다.
정상에서 은퇴하는 것은 모든 운동선수들의 꿈이다. 그러나 쉽진 않다. 기량에 물이 올랐을 때는 미련이 남게 마련이다. 그러다보니 욕심을 내고, 결국 영웅답지 않은 모습으로 초라하게 떠난다. 펠프스는 달랐다. 2004년 아테네대회 6관왕을 시작으로 2008년 베이징대회 8관왕, 2012년 런던대회 4관왕에 등극했다. 리우에선 남자 계영 400m와 800m, 접영 200m, 개인혼영 200m, 혼계영 400m에서 금메달을 땄다. 그럼에도 작별을 택했다.
리우올림픽에서 펠프스가 힘차게 물살을 가르며 2개의 금메달을 목에 건 현장을 찾았지만 아쉬움이 있었다. 펠프스의 기자회견이 미리 공지됐음에도 다른 곳을 찾는 바람에 마지막 고별인사를 지켜보지 못한 탓이었다. 그런데 뜻하지 않게 기회가 왔다. 은퇴를 전격 발표한 다음날인 16일, 아름다운 경관을 자랑하는 이파네마 해변에 위치한 오메가(OMEGA) 하우스에서 펠프스와 대면 인터뷰를 하게 됐다. 스포츠동아·동아일보 등 국내 4개 매체를 비롯해 34개 해외 언론사들이 참여한 가운데 펠프스는 “난 원하던 모든 것을 가진, 가장 행복한 선수”라고 돌아봤다. 4개 매체가 한 조를 이뤄 진행된 10여분의 짧은 인터뷰에 모든 것을 담아낼 순 없지만, 성심성의껏 답변한 펠프스의 모습에서 프로의식을 엿볼 수 있었다.
-당신은 어떤 삶을 보냈다고 생각하나.
“지난날을 돌이켜보면 나는 하고 싶은 것, 원하는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었다. 선수로서 충분히 행복했고 아름다운 삶을 보냈다고 자부한다.”
-은퇴는 당신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
“글쎄, 은퇴가 끝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은퇴는 그 어떤 것의 끝이 될 수 없다. 새로운 시작을 알릴 뿐이다.”
-리우올림픽에선 어떤 감정이었는지.
“이번 올림픽은 5번째 대회였다. 나와 주변을 돌아볼 수 있는 소중한 기회였다. 나를 키워준 어머니와 함께 했던 코치 등 주변 사람들을 되돌아볼 계기가 됐다. 또 열정을 다시 찾는 기회이기도 했다.”
펠프스의 은퇴 발표는 이번이 2번째다. 런던올림픽이 끝난 뒤 더 이상 물살을 가르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결국 돌아왔다.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것, 여전히 잘할 수 있는 수영을 떠날 수 없었다. 2014년 컴백했고, 2년 만에 다시 이별을 알렸다.
-향후 진로를 ‘유소년 코치’라고 했는데.
“아이들과 누군가에게 수영을 가르친다면 모두의 삶을 더욱 윤택하게 만들지 않겠나. 아주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펠프스는 앞선 고별 기자회견에서 “더 많은 아이들이 물에서 안전하도록 수영을 가르칠 수 있다면 ‘성공했다’고 말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일본수영을 대표하는 하기노 고스케는 당신을 보며 성장했다고 했다. 전하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하기노는 리우올림픽 남자 개인혼영 400m 금메달에 이어 계영 200m 은메달, 계영 800m 동메달을 땄다)
“몸을 항상 좋은 상태로 가꾸고 유지해야 한다. 그리고 최대한 많은 출전 기회를 가질 필요가 있다. 나는 2001년부터 국제대회에 출전했지만, 제대로 몸이 만들어진 것은 2008년부터라고 할 수 있다.”
-2020도쿄올림픽에서 당신을 만날 수 있을까.
“물론 나도 그곳(일본 도쿄)에 있을 것이다. 코치는 잘 모르겠지만, 캐스터로서 일본에 갈 수 있을 것 같다. 스포츠 캐스터를 좋아한다.”
-올림픽은 당신의 인생에 어떤 의미를 담고 있나.
“모든 선수들에게 잠재력이 있다. 그리고 기회의 장을 제공했다. 내 커리어도 올림픽을 통해 쌓였다. 2000년 처음 출전해 5개의 국가, 5곳의 도시에서 경쟁했다.”
-박태환도 당신과 비슷한 시기를 보냈는데.(리우올림픽에서 초라하게 떠난 박태환이지만 베이징올림픽 남자 자유형 200m 결승에서 펠프스와 치열하게 경쟁한 바 있다. 펠프스가 금메달, 박태환이 은메달을 차지했다)
“좋은 기량을 갖춘 선수로 기억하고 있다. 좋은 성적을 내고 좋은 성과를 보여주는 선수를 지켜보는 것은 항상 재미있는 일이었다.”
리우데자네이루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