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브레이크] ‘좌우놀이’ 누가 강했고, 누가 약했나?

입력 2016-08-18 05:3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경기 막판, 중요한 상황에 상대의 왼손 강타자가 타석에 들어선다. 벤치에선 불펜에 신호를 보내고 투수코치가 마운드를 향한다. 잠시 뒤 왼손타자를 상대하기 위한 왼손 구원투수가 등장한다.

매일 같이 볼 수 있는 이 장면은 ‘왼손타자는 왼손투수에게 약하다’는 일반론에 따른 마운드 운용이다. 투수의 공이 날아오는 궤적이나 투수의 공을 보는 시간 등을 감안하면, 타자는 이론적으로 같은 손을 쓰는 투수에게 약하다는 게 정설이다.

좌완 원포인트 릴리프의 등장은 1980년대 후반 토니 라루사가 정립한 ‘투수 분업화’의 일환이다. 무조건적인 ‘좌우놀이’에 대한 회의론도 있다. 그러나 여전히 상대 타자에 따라 왼손 혹은 오른손(사이드암이나 언더핸드) 투수를 기용하고, 상대 선발투수의 유형에 따라 선발 라인업을 결정하는 ‘플래툰 시스템’을 가동하는 것이 현대 야구다.

NC 테임즈. 스포츠동아DB



● 테임즈 만나면 무조건 왼손투수?

좌우 편차가 큰 타자는 많다. 16일까지 오른손투수 상대 타율 1위는 NC 외국인타자 에릭 테임즈(0.374)다. 좌타자인 테임즈는 왼손투수에게 전형적으로 약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좌투수 상대 타율이 0.265로 1할 이상 차이가 난다. 경기 막판 테임즈가 승부처에서 등장할 때, 상대 벤치에선 왼손투수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

이외에도 오른손투수 상대 타율 상위권의 좌타자들 중 일부는 좌우 편차를 보인다. 오른손투수 상대 타율 4위 한화 이용규는 우투수 상대 0.362, 좌투수 상대 0.289로 7푼3리 차이가 있다. 6위인 두산의 왼손 강타자 김재환 역시 오른손 상대 0.355, 왼손 상대 0.290을 기록 중이다. 10위 넥센 서건창은 오른손 상대 0.341로 강했지만, 왼손 상대로는 0.264로 약했다.

오른손 타자들은 어떨까. KIA의 2년차 신인 김호령은 왼손 상대 타율 7위(0.373)을 기록 중인데, 오른손 상대로는 0.259로 약했다. 팀 동료 나지완 역시 왼손 상대 타율 4위(0.403)로 좌투수 킬러였지만, 오른손 상대론 0.296으로 떨어졌다. 두산 양의지는 규정타석 미달이지만, 왼손 상대 타율 0.422, 오른손 상대 0.273으로 무려 1할5푼 가까이 차이가 났다.

삼성 최형우-LG 박용택-넥센 고종욱(왼쪽부터). 스포츠동아DB



● 최형우·박용택·고종욱, 편식 거부하는 강호들

반면 ‘편식’을 거부하는 타자들이 있다. 오른손 상대 타율 2위(0.373)인 삼성 최형우는 좌타자임에도 왼손투수 상대 타율 0.333으로 선전하고 있다. 타격 1위(0.357)를 달리는 원동력이다.
타격 순위 상위권에 포진한 좌타자들이 대체로 그렇다. 타격 3위(0.350) LG 박용택은 오른손 상대 타율 8위(0.349)에 올라있는데 왼손 상대로는 타율 0.352로 더 잘 쳤다. 또 타격 5위(0.343) 넥센 왼손타자 고종욱은 오른손 상대 타율 7위(0.350)인데 좌투수 상대로도 0.328을 기록하며, 올 시즌 업그레이드된 타격감을 자랑 중이다.

이는 오른손 타자에게도 해당된다. 타격 2위(0.352) 한화 김태균은 우투수 상대 타율 0.360, 좌투수 상대 타율 0.314로 고른 활약을 보였다. 타율 0.341로 타격 7위를 달리는 KIA 김주찬도 우투수 상대 0.346, 좌투수 상대 0.319를 기록 중이다. 타격 4위(0.346) 두산 박건우는 왼손 상
대 타율 3위(0.404)로 매우 강했고, 오른손 상대로도 0.326으로 선전했다.

NC 나성범-삼성 이승엽(오른쪽). 스포츠동아DB



● ‘좌·우 역전’ 왼손이 더 좋은 나성범·이승엽

일반론에서 어긋난 선수들도 있다. 왼손타자인 NC 나성범은 좌투수 상대 타율 2위(0.415)에 올랐지만, 오른손 상대로는 0.281에 그치며 ‘역전 현상’을 보였다. ‘국민타자’ 삼성 이승엽도 좌타자임에도 왼손 상대 타율 0.336, 오른손 상대 0.269로 왼손 공을 더 잘 쳤다.

우타자들도 있다. LG 채은성은 우타자로 오른손 상대 타율 3위(0.364)에 올랐지만, 좌완 상대 0.273으로 약했다. 우타자인 KIA 브렛 필 역시 오른손 상대 타율 12위(0.337)이었지만, 왼손 상대로는 0.227의 처참한 성적을 기록했다.

이명노 기자 nirvan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