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어라 미풍아’ 배우들은 도대체 왜 그렇게 쑥스러웠을까 (종합)

입력 2016-08-25 16:3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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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드라마에서 제작 발표회라는 행사가 어떤 의미를 지닌 행사일까. 드라마의 흥행을 가르는 결정적인 요소는 아닐지라도 그 영향력이 절대 작다고는 볼 수 없을 것이다.

한 작품이 첫 방송을 통해 공개될 때까지 시청자는 기사를 통해 스틸컷을 확인하고 등장인물의 성격 정도를 아는데 그친다. 그런 면에서 제작 발표회는 배우가 시청자들에게 자신이 참여한 작품을 소개하는 자리이며 ‘우리 작품에 관심을 가져달라’고 직접적으로 어필할 수 있는 가장 좋은 기회다.

그러나 25일 오후 2시 서울 마포구 상암 MBC 사옥에서 진행된 MBC 주말드라마 ‘불어라 미풍아’의 배우들은 이 절호의 기회를 너무 허무하게 날려버렸다. 대략 1시간이 조금 넘는 시간 동안 이들은 “열심히 찍고 있다”, “즐겁게 촬영 중이다”라는 상투적인 말로만 행사장을 가득 채웠다.


먼저 이장고 역을 맡아 남자 주인공으로서 활약하게 된 손호준은 함께 러브라인을 그려나가게 될 임지연과의 호흡을 묻자 “호흡은 좋다. 정글을 같이 다녀와 어색하지 않더라. 임지연에게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로 짧게 답했다. 이후에도 그는 “촬영장의 많은 선배들로부터 배우고 있다”, “즐겁게 촬영 중”이라며 ‘삼시세끼’ 속 어리숙하고 착한 손호준에서 한 치도 벗어나려고 하지 않았다.

이어 임지연은 탈북자의 이야기를 다룬 다큐멘터리나 예능 등을 보면서 캐릭터 연구에 골몰한 사연을 밝히고 “특별히 연기를 위해 준비를 한 것이 있느냐”는 질문에 “선생님과 북한 사투리로 계속 대화하며 배우고 있다”고 평이한 대답을 내놓았다.



하지만 차라리 이 두 배우처럼 평범한 답이면 차라리 낫다. 극중 조희동 역할을 맡은 배우 한주완은 “코믹 연기를 하게 될 것 같은데 따로 준비를 하는 것이 있느냐”는 질문에 “네 이번에 제가 코믹 연기를 합니다”라고 답한 후 말을 잇지 못해 장내를 술렁이게 했다.

이후 그는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해도 되겠느냐”며 “내가 연기로 세상과 소통하듯 이 캐릭터는 웹툰이라는 기록으로 세상과 소통을 한다”는 맥락 없는 대답을 남긴다. 극중 배역과 실제 한주완과의 차이를 묻는 질문에는 “전 배우고 이 캐릭터는 웹툰 작가입니다”라고 답했다. 결국 ‘직업이 다르다’고 말한 셈이다. 제작 발표회 진행자조차 “지금 우리가 같은 한국말을 하고 있는 것이 맞느냐”고 지적할 정도.

아무리 말 주변이 없고 낯을 가려도 제작 발표회는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시청자들에게 공들여 만든 작품을 배우들이 직접 소개하는 자리다. 따라서 연기를 잘하는 것과 더불어 제작 발표회를 통해 시청자들로 하여금 이 드라마를 보게 하는 것도 배우의 책무 중 하나다.

지금 이런 기세라면 아름다운 바람(미풍, 美風)이 불기는커녕 아무리 틀어놔도 땀도 못 씻겨주는 제일 약한 바람(미풍, 微風)이 불 것만 같다.

사진제공 │ MBC

동아닷컴 곽현수 기자 abro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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