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은 아마 여성 시청자들에게 행복한 한 해로 기억될 듯하다. 상반기 ‘태양의 후예’ 송중기에 이어 이번에는 까칠함과 귀여움을 오가는 ‘구르미 그린 달빛’ 박보검이 등장했기 때문.
현재 KBS2 월화 드라마 ‘구르미 그린 달빛’의 시청률이 20%대 진입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덩달아 박보검의 인기도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다.
이 작품에서 박보검이 보여주는 매력은 명확하다. 누가 봐도 인정할 만한 빼어난 미모(?)를 바탕으로 까칠한 왕세자 이영을 표현하면서 여심(女心)을 사로잡고 있는 것.
특히 ‘구르미’ 등장 이전까지 박보검의 대표작이었던 ‘응답하라 1988’ 최택과는 달리 때로는 영리한 세자로, 때로는 박력 있는 남자로 변신하면서 연기적으로 한층 성장한 모습이다.
그러나 이런 박보검 시대는 결코 혼자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구르미’의 매력 덩어리 꽃세자는 분명 홍라온 역을 맡은 김유정에게 적지 않은 도움을 받았다.
김유정은 이 작품에서 모종의 이유로 여자임을 숨기고 살아야 했던 홍라온 역을 소화 중이다. 그는 ‘구르미’ 첫 회부터 조선판 연애 컨설턴트(?)가 되어 연애 편지 대필을 해주는 등 전작에서 볼 수 없던 코믹 연기를 펼쳐 눈길을 끌었다.
또한, 빚쟁이들에게 팔려 내시가 되어야 할 상황에서는 이문식 못지않은 능청스러움을 보여줬다. 뿐만 아니라 다양한 표정 연기로 마치 ‘내가 이렇게 귀여운 여자’라는 걸 보여주듯 사랑스러운 매력을 어필했다.
여기에 더해 김유정은 위기에 빠진 세자를 구하기 위해 무희로 변신해 여성스러운 모습을 보여주는 한편 큰 눈망울로 감정연기를 소화하는 등 전천후 활약을 펼쳤다.
이런 김유정의 연기는 지금의 박보검 시대를 여는데 결정적인 공헌을 했다. 김유정이 더 사랑스러워지고 귀여워질수록 까칠한 왕세자의 매력이 빛을 발했고 내시에게 묘한 마음을 품는 이영의 심리 변화가 더욱 도드라질 수 있었다.
즉 의도와 상관없이 김유정은 결과적으로 박보검을 살뜰하게 내조한 셈이다. 아역부터 시작해 수년째 차세대 여배우로 거론되던 김유정은 이제 한 사람 몫을 하는 것도 모자라 상대 배우도 띄울 줄 아는 ‘똑순이’로 성장했다. 기특할 따름이다.
동아닷컴 곽현수 기자 abro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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