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자야구 국가대표 김라경(계룡고). 스포츠동아DB
16살 고교생 김라경(계룡고)은 흐르는 눈물을 감출 수 없었다. 2사만루 풀카운트 승부 끝에 위기를 막지 못했다는 자책감이 16살 소녀를 짓눌렀다.
한국여자야구대표팀이 슈퍼라운드 첫 승 사냥에 실패했다. 한국은 8일 부산 기장-현대차 드림볼파크에서 열린 ‘LG 후원 WBSC(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 2016 여자야구월드컵’ 슈퍼라운드 호주와 2차전에서 0-13으로 졌다. 전날 대만전 1-11 콜드게임(Called Game) 패배에 이은 이틀 연속 5회 콜드게임 패전이다. 이로써 한국은 슈퍼라운드 첫 승 도전을 다음으로 미루게 됐다.
이날 한국 선발로 나선 투수는 최연소 국가대표 김라경. 팔꿈치 부상 전까지 직구 최고시속 115㎞를 뿌리던 그녀는 현재 구속이 10㎞나 감소했지만, 구위만큼은 대표팀 가운데 단연 으뜸이다. 이광환 감독이 이번 슈퍼라운드에서 상대하는 대만과 호주, 캐나다, 일본 중 가장 승리 가능성이 높은 호주전에 김라경을 투입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출발은 좋았다. 1회초를 네 타자 만에 처리하고 첫 이닝을 마무리 지었다. 첫 실점은 2회에 나왔다. 0-0으로 맞선 2회 2사 2·3루에서 3루수 이보현이 자신 앞에 굴러온 타구를 잡아내 1루에 던졌지만 송구가 약해 주자가 먼저 1루를 밟았다. 이어 2번타자 켈리 애비의 우전 안타 때 2명의 주자가 득점해 0-3을 허용했다.
승부처는 3회였다. 안타와 연속 볼넷으로 내준 2사만루에서 김라경은 8번타자 레슬리 앵글린을 상대했다. 풀카운트 승부 끝에 김라경이 던진 직구를 앵글린이 받아쳐 좌익수 왼쪽에 타구를 떨어뜨렸다. 승부를 가르는 싹쓸이 3타점 2루타였다. 이후 한국은 5회 6점을 더 내주고 경기를 마감했다.
마음의 결정을 내린 이광환 감독은 심판에게 투수 교체 사인을 지시하고 마운드에 올랐다. 이 감독은 김라경을 다독인 채 두 번째 투수 강정희를 올렸고, 김라경은 이내 덕아웃으로 향했다.
그리고는 흐르는 눈물을 주채하지 못한 채 잠시 동료들의 위로를 받아들였다.
비록 결과는 패배로 끝이 났지만 김라경은 이날 역투를 선보이며 한국여자야구의 미래를 밝혔다. 기존 구속을 조금 더 끌어올려 최고 108㎞까지 기록했고, 변화구 역시 호주 타선이 애를 먹을 만큼 제구가 좋았다. 결정구 때 무심코 나오는 기합 소리는 기선을 잡는 수단이기도 했다.
16살이라는 나이가 말해주듯 향후 발전 가능성이 활짝 열려있는 김라경. 그녀의 성장 드라마는 다음 월드컵이 기다려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기장(부산) | 고봉준 기자 shutou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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