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르미 그린 달빛’에서 막강한 외척 세력의 견제를 피하기 위해 까칠하고 껄렁한 왕세자로 변신한 이영(박보검). 대신들의 혀 차는 소리가 멈추지 않을 정도로 철부지 왕세자 코스프레를 제대로 해내고 있다.
풍등제에서 풍등을 파는 어린 소녀마저 임금님을 만나 “조선을 좋은 나라로 만들어 달라 부탁드리려구요”라는 게 소원일 만큼, 쇠락해가고 있는 조선. 그 속에서 자신을 지키기 위해 아버지(김승수)는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영의정 김헌(천호진) 세력에게 휘둘리는 무능한 왕이 되었고, 세자 영도 저잣거리 인형극에서 풍자나 당하는 신세가 되었다. 그러나 혼자 있을 때는 검과 활 등 무예에 능통한 모습을 보이는가 하면, 공개적인 자리에서 최고의 권력자인 김헌에게 굴욕을 선사할 만큼 배짱도 지녔다. 극 초반 등장한 관상가의 말대로 “선한 인상이 자칫 유약해 보이기 쉬우나 내면에 대담함과 승부사다운 면모를 갖추셨으며 과연 왕족의 기품이 느껴지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순간순간 누구보다 제 백성을 아끼는 군주의 위엄이 발견되고 있다. 왕권을 견제하는 세력들 뒤에서 실은 명민하고 총명한 영이 누구보다 백성을 사랑하고, 나라를 바로 세워 그들을 행복하게 만들어 주고 싶은 한 나라의 세자라는 사실은 극의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지난 4회분에서 청나라와 동등한 외교 상대로서 대리 청정을 인정받는 방도를 모색하던 영은 정약용(안내상)을 찾아갔지만 “먼저 영의정(김헌)의 목을 날려버리세요”라는 말을 들었다. 그러자 “한 나라 백성끼리 죽고 죽여서 살아남는 쪽이 이긴다”라고 곱씹더니, “그럼 기술 좋은 자객을 만나러 가는 편이 좋았을 것”이라며 자리를 떴다. 아버지를 무능한 왕으로 만든 김헌도, 그에게는 목을 베야 할 상대가 아닌 백성이었기 때문.
지난 6회분에서 청나라 사신 목태감과 조선 상인들의 밀매 현장을 급습한 장면에서는 백성을 지키고 보호하려는 영의 신념이 돋보였다. 칼을 들었지만, 자신에게 날아오는 무기들을 쳐내기만 한 채 밀수꾼들을 베지 않았다. 칼날을 자신의 손에 쥔 채 손잡이 부분으로 가까이 다가온 밀수꾼을 내려칠 뿐이었다.
까칠하고 퉁명스러운 겉모습과 달리, 제 나라의 백성을 아끼고 사랑하는 왕세자 영의 위엄은 아직 베일 속에 감춰진 인물들의 관계가 밝혀지며 펼쳐질 이야기 속에서 그가 어떤 모습으로 변화하고 성장할지 더욱 기대감을 갖게 한다.
‘구르미 그린 달빛’ 7회는 오는 12일 밤 10시 방송된다.
동아닷컴 전효진 기자 jhj@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제공 = 구르미그린달빛 문전사, KBS 미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