뚝심의 김경문, 권희동과 미래를 얻었다!

입력 2016-10-22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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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 김경문 감독. 스포츠동아DB

2년 전, NC 김경문 감독은 팀을 1군 진입 2년차 시즌에 가을야구로 이끌었다. 창단 첫 가을야구. NC는 LG와의 준플레이오프(준PO) 1차전 선발로 외인 에이스 찰리 쉬렉이 아닌, 토종 에이스로 주목받던 이재학을 선택했다.

당시 김 감독이 이재학을 선택한 이유는 분명했다. 그는 “팀의 미래도 생각해야 했다. 국내 선수가 경험을 쌓는 게 낫다고 봤다”고 밝혔다. LG 상대로도 강했던 이재학 카드는 완전히 실패로 돌아갔다. 이재학은 0.2이닝 5실점했고 1회부터 0-6으로 끌려가야 했다. 1차전 패배의 부담을 안은 3위 NC는 4위 LG에 1승3패로 발목을 잡혔다.

2년 만에 다시 LG와 만난 NC 김경문 감독은 이번엔 시즌 막판 음주운전 적발로 인한 징계로 1차전에 나설 수 없었던 외국인타자 에릭 테임즈 대신 4번타자로 권희동을 선택했다. 지난달 상무에서 전역한 4년차 권희동은 데뷔 첫 해였던 2013년 15홈런을 쳤던 기대주다.

김 감독은 권희동을 4번타자로 발탁한 이유에 대해 “장차 팀의 중심이 돼야 할 타자다. NC에서 (이)호준이의 뒤를 이어줘야 할 타자”라고 말했다. 이날 이호준은 허리가 좋지 않아 선발에서 제외됐고, 4번 지명타자로 ‘히든카드’인 권희동을 내세운 것이다.

2년 전처럼 김 감독은 팀의 미래를 봤다. 장차 팀의 중심타자로 성장해야 할 권희동에게 큰 경기 경험을 안겼다. 그러나 큰 경기의 부담감은 생각보다 컸다. 권희동은 2회말 첫 타석에서 우익수 뜬공으로 물러나더니, 4회엔 무사 1·3루의 찬스에서 헛스윙 삼진을 당했다. 큼지막한 외야 플라이 하나면 됐지만, 바깥쪽 떨어지는 변화구에 배트가 나가고 말았다. 6회엔 3구만에 서서 삼진을 당했다.

김 감독은 선두타자 박민우가 안타를 치고 나간 9회말에도 권희동을 밀어붙였다. 0-2로 뒤진 9회말 무사 1루. NC에겐 절체절명의 순간, 권희동은 김 감독의 믿음을 저버리지 않았다. LG 마무리 임정우의 바깥쪽 슬라이더를 잡아당겨 기어코 좌전안타를 만들어냈다. 폭투로 2루를 밟았던 박민우는 3루까지 진루했고 무사 1·3루의 찬스가 이어졌다.

뒤늦게 임무를 완수한 권희동은 대주자 이상호로 교체돼 벤치로 향했다. 그리고 NC는 지석훈의 적시타와 1사 후 대타 이호준의 적시타로 2-2 동점을 만들어냈고, 용덕한의 끝내기 안타로 극적인 3-2 역전 드라마를 완성했다.

2차전부터는 테임즈가 돌아온다. NC 선수단은 한 시즌 내내 타선의 중심을 지켜온 4번타자 없이 1차전 승리라는 값진 수확을 얻었다. 무엇보다 김 감독이 흐뭇했을 장면은 권희동의 마지막 안타였다. NC와 김경문 감독에게 2년 전 실패는 반복되지 않았다. 그렇게 NC와 김 감독은 ‘미래의 4번타자’를 얻었다.

마산 | 이명노 기자 nirvan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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