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정재훈. 스포츠동아DB
KS를 앞두고 정재훈은 수술과 부상으로 힘겨운 나날을 보냈다. 8월 경기 도중엔 타구에 맞아 팔뚝이 부러져 수술대에 올랐고, KS 직전엔 일본 교육리그에서 팔꿈치 부상이 도져 다시 재활 과정에 임해야했다. 불과 두 달 사이에 일어난 불상사였다.
정재훈으로선 프로 데뷔 첫 우승 반지를 자기 손으로 일궈낼 수 있는 기회였기에 동료들의 마음은 더욱 착잡했다. 올해로 프로 14년차인 정재훈은 아직 KS 우승을 경험하지 못했다. 지난해 두산이 14년 만의 우승을 차지할 때 그는 하필 1년간 팀을 떠나 롯데 유니폼을 입고 있었다. 물론 다시 친정에 돌아와 우승 반지를 구단으로부터 선물 받았지만 마음 한켠엔 늘 아쉬움이 자리 잡았다.
이러한 선배의 우승 염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후배들은 정재훈이란 이름 석자를 가슴에 새기고 KS에 임하고 있다. 올 시즌 팀 내에서 4번째로 많은 46경기에 나오며 누구보다 희생한 베테랑에게 꼭 우승 반지를 전달하고 싶은 마음으로 똘똘 뭉쳐있는 모습이다. 특히 그의 몫을 넘겨받은 불펜투수들의 눈빛은 어느 때보다 남다르다.
새 마무리 자리를 맡은 우완투수 이용찬(28)은 “(정)재훈이 형의 부상 소식을 듣고 너무나 안타까웠다”며 “함께 룸메이트였을 때 형이 KS 우승을 꼭 해보고 싶다고 여러 차례 이야기했었다. 그래서 더 마음이 무겁다”고 전했다. 또 다른 우완 필승조 윤명준(27) 역시 “재훈 선배가 수술대에 오른 뒤부터 불펜투수들이 더 똘똘 뭉치게 됐다”며 “지금 함께 뛰지는 못하지만 빈자리를 우리 후배들이 메우면서 꼭 우승 반지를 따내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마산 | 고봉준 기자 shutout@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