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통’ 겪는 나성범, 그의 야구는 이제부터다

입력 2016-11-04 05:3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2일 창원 마산야구장에서 ‘2016 타이어뱅크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 NC 다이노스의 한국시리즈 4차전 경기가 열렸다. 나성범의 모자에 ‘모든걸 하나님께 맡긴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마산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NC 나성범(27)이 지독한 성장통을 겪고 있다.

사실 성적만 두고 보면 ‘성장통’이라는 표현이 어울리지 않을 수 있다. 나성범은 투수에서 타자로 전향한 지 이제 5년차지만 KBO리그를 대표하는 타자로 성장했다. 풀타임으로 뛰기 시작한 2014년부터 매년 타율 3할 이상(2014년 0.329→2015년 0.326→2016년 0.309)에 20홈런 이상(30홈런→28홈런→22홈런), 100타점 이상(101타점→135타점→113타점)을 올리고 있다.

거침없이 승승장구할 것만 같던 나성범의 야구인생은 지난해 프리미어12에서 처음으로 브레이크가 걸렸다. 프로생활을 시작한 뒤 처음으로 벤치선수가 된 것이다. NC로 복귀한 뒤 다시 주전자리를 되찾았지만 심한 부침을 겪었다. 7월 한 달 타율이 1할대(0.189)로 떨어졌고, 9월과 10월에도 제 타격을 하지 못했다. 부진은 포스트시즌까지 이어졌다. LG와의 플레이오프(PO)에서 타율 0.167(18타수3안타)로 주춤하더니, 한국시리즈(KS)에서는 타율 0.143(14타수2안타)으로 침묵했다.

NC 나성범. 스포츠동아DB


노력을 하지 않은 것이 아니다. 나성범은 가을야구를 앞두고 떨어진 타격감을 끌어올리기 위해 부단히 애썼다. 평소에도 연습벌레였지만 이번에는 더욱 더 박차를 가했다. 구단 관계자에 따르면, 그는 배팅케이지를 떠나는 법이 없었다고 한다. 팀 훈련 1시간 전부터 그라운드를 나와 쉼 없이 방망이를 휘둘렀다. 선배들이 “이제 그만 쉬라”고 말릴 정도였다. 그러나 노력한 결과는 나오지 않았다. 경기가 이상하리만큼 풀리지 않았다. 상대방 공을 공략하지 못한 것도 있지만 잘 맞은 타구는 모두 상대의 호수비에 잡혔다. 본인도 답답할 정도였다.

빗맞은 타구가 안타가 되고, 잘 맞은 타구가 야수에게 잡히는 게 야구다. 나성범도 결과를 담담히 받아들였다. 프리미어12가 끝난 뒤에도 “벤치에서 느낀 점이 많다. 더 노력해서 실력을 키워야한다”고 다짐했던 그는 올 KS가 끝난 뒤에도 “부족함을 느꼈다”고 말했다.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누구나 인생에 고비는 온다. 부진은 아직 성장 중인 젊은 선수에게는 통과의례와 같은 일이다. 관건은 이 고비를 어떻게 넘기느냐다. 나성범도 이를 잘 알고 있는 듯하다. 그는 실망하기보다 “앞으로 준비를 더 잘 하겠다”는 말로 전의를 불태웠다.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