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서트] ‘행복한 링고스타 씨’…인생은 링고스타처럼

입력 2016-11-06 15:2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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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고스타, 사진|동아닷컴 방지영 기자 doruro@donga.com

야구계에는 ‘투수는 선동렬, 타자는 이승엽, 야구는 이종범, 인생은 이호준처럼’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이를 비틀즈에 적용하면 다른 건 몰라도 ‘인생은 링고스타처럼’이 확실할 듯하다.

비틀즈의 드러머 출신 링고스타의 첫 내한공연이 2016년 11월 5일 잠실 실내 체육관에서 열렸다.

링고스타의 내한공연이라고 하지만, 정확히 표현하자면 이번 내한공연은 ‘링고스타 앤드 히스 올 스타 밴드(Ringo Starr And His All Starr Band)’의 내한공연으로, 여기에는 링고스타를 비롯해 토토(Toto)의 기타리스트 스티브 루카서(Steve Lukather), 유토피아(Utopia)의 기타리스트 토드 룬드그렌(Tood Rundgren), 미스터 미스터(Mr. Mister)의 베이스 겸 보컬 리차드 페이지(Richard Page), 산타나(Santana)의 키보디스트 그렉 롤리(Gregg Rolie), 섹소포니스트 워렌 햄(Warren Ham), 드러머 그렉 비조넷(Gregg Bissonette) 등이 함께 하고 있다.

그야말로 멤버 전원이 월드 클래스 뮤지션인 슈퍼 밴드인 셈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날 공연은 ‘비틀즈의 공연’이 아니라 ‘링고스타 앤드 히스 올 스타 밴드’의 공연으로 진행됐다.

실제 이날 현장에서는 비틀즈의 노래뿐만 아니라 토토, 미스터 미스터, 산타나 등의 여러 밴드의 명곡과 함께 각 멤버의 솔로 곡과 퍼포먼스 등이 다양하게 펼쳐졌다. 그리고 그 덕분에 한 자리에서 여러 전설적인 밴드들의 대표곡을 들을 수 있는 흔치 않은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시대를 풍미한 거장들이 한데 모여 구성된 밴드인 만큼 무대의 완성도는 두말할 필요가 없는 수준이었고, 이날 공연에서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다른 밴드의 명곡들을 연주하는 거장들의 모습과 링고스타 자체였다.

첫 번째는 문자 그대로 각 멤버들이 속한 밴드의 대표곡을 연주하는 거장들의 모습을 지켜보는 재미이고, 두 번째는 이런 슈퍼 밴드를 구성하고 투어를 기획한 링고스타의 존재감이다.

링고스타, 사진|동아닷컴 방지영 기자 doruro@donga.com


비틀즈 시절부터 링고스타는 존 레논이나 폴 매카트니, 조지 해리슨에 비해 표면적으로 밴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그리 크지 않았다.

이 때문에 링고스타는 상대적으로 저평가를 받거나 유머의 소재가 되는 억울한 일을 당하기도 하지만, 실제로는 비틀즈의 맏형이자 중재자, 실질적인 리더로 비틀즈라는 그룹이 무너지지 않게 기둥역할을 해왔다는 것도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링고스타가 비틀즈 내에서 차지한 입지를 가장 잘 확인 할 수 있는 예로, 링고스타가 1973년 발표한 ‘Ringo’ 앨범에는 비틀즈의 모든 멤버들이 참여하기도 했다.

흔히 링고스타를 ‘비틀즈의 대인배’라고 부르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링고스타 앤드 히스 올 스타 밴드’는 어떻게 보면 비틀즈라는 이름 외에도 이런 링고스타의 대인배 성품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기획인 셈이다.

링고스타의 이런 호쾌한 성격은 공연 중에도 확인할 수 있었다. 폴 매카트니의 내한공연이 5만여 관객이 수용 가능한 잠실주경기장에서 진행됐던 것에 비해, 링고스타 앤드 히스 올 스타 밴드의 공연은 시야제한석을 제외하면 실제 수용인원이 6000여 석에 불과한 잠실 실내 체육관에서 진행됐고, 그나마도 이날 공연장에는 빈자리가 상당수 눈에 띄었다.

어떻게 보면 내심 실망할 법도 한 상황이지만, 링고스타에게는 일말의 실망의 기색도 찾아볼 수 없었다.

오히려 링고스타는 76세라는 나이를 무색케 하는 열정적인 무대매너로 관객들의 분위기를 띄우는가 하면, 누군가가 무대 위로 던진 자신의 이름이 적힌 수건을 발견하자 매우 흡족하다는 듯 드럼 앞에 이를 놓아두고 공연을 진행하는 등의 모습으로 그의 호탕한 성품을 고스란히 보여주었다.

링고스타, 사진|동아닷컴 방지영 기자 doruro@donga.com


시종일관 밝고 즐거운 링고스타의 모습은 누가 보더라도 ‘행복하게 살고 있다’라는 감정을 강하게 느낄 수 있었고, 이 '행복감'은 공연이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관객들에게도 고스란히 전달이 됐다.

앞서 비틀즈 중에서 상대적으로 비중이 적다고 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비틀즈의 멤버들과 비교했을 때이다. 링고스타 역시 다른 비틀즈 멤버들과 마찬가지로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음악가이며, 비틀즈로서가 아니라 개인으로서도 로큰롤 명예의 전당에 입성한 음악가이기도 하다.

게다가 현재는 자신의 친구들과 함께 하고 싶은 음악을 하면서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들과 만나고 있으며, 그 수가 많든 적든 전 세계에 어디에도 그를 사랑하고 기다리는 팬들이 있다.

제 아무리 존 레논이고, 폴 매카트니이고, 조지 해리슨이라도 ‘인생은 링고스타처럼’이다.

●이하 셋리스트

Matchbox (Carl Perkins cover)
It Don't Come Easy (Ringo Starr song)
What Goes On (The Beatles cover)
I Saw the Light (Todd Rundgren cover)
Evil Ways (Willie Bobo cover)
Rosanna (Toto cover)
Kyrie (Mr. Mister cover)
Bang the Drum All Day (Todd Rundgren cover)
Boys (The Shirelles cover)
Don't Pass Me By (The Beatles cover)
Yellow Submarine (The Beatles cover)
Black Magic Woman/Gypsy Queen (Santana cover)
You're Sixteen (Johnny Burnette cover)
Back Off Boogaloo (Ringo Starr song)
You Are Mine (Richard Page cover)
Africa (Toto cover)
Oye como va (Tito Puente cover)
I Wanna Be Your Man (The Beatles cover)
Love Is the Answer (Utopia cover)
Broken Wings (Mr. Mister cover)
Hold the Line (Toto cover)
Photograph (Ringo Starr song)
Act Naturally (Buck Owens cover)
With a Little Help From My Friends (The Beatles cover)
Give Peace a Chance (Plastic Ono Band c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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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닷컴 최현정 기자 gagnr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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