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준의 18.44m] 한화는 두산이 될 수 있을까

입력 2016-11-17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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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두산 경기장면. 스포츠동아DB

# 한화 이글스 구단주대행 겸 대표이사인 김신연 사장은 플레이오프 때, 두산 김승영 사장을 만났다. 시기가 시기였던지라 이 첩보를 접했을 때, 가벼이 넘길 수 없었다. 한화가 두산에 어떤 ‘양해’를 구하는 자리로 볼 소지가 다분했기 때문이다. 회동 사실을 이미 아는 기자에게 두산 김 사장은 굳이 숨기지 않았다. “나도 마음의 각오를 하고 나갔다. 그런데 ‘어떻게 하면 두산처럼 육성을 할 수 있는지’를 묻더라”고 말했다. “야구를 잘 아는 단장에게 많은 것을 맡기시라”는 조언도 했다고 한다. 기자는 결국 의심하는 직업이다. 고작(?) 그런 얘기나 하려고 만났을 거라고 믿기 어려웠다. 그런데 한국시리즈가 끝난 다음날, 한화는 야구인 출신 단장을 외부에서 데려오는 ‘반전’을 연출했다. 한화 김 사장은 정말 야구단의 현실이 개탄스럽고, 미래가 걱정스러웠던 모양이다.

한화 박종훈 신임 단장. 사진제공|LG 트윈스



# SK 민경삼, 두산 김태룡 등 야구인 출신 단장의 성공 케이스는 있다. 그러나 한화 박종훈 단장은 이들과 결정적인 출발점의 차이가 있다. 밑바닥에서 시작한 이들 단장과 달리 박 단장은 한화의 조직문화를 거의 모르고 들어온 ‘외부사람’이라는 것이다. 결국 박종훈이 어떤 캐릭터이고, 어떤 업무 스타일을 보여주느냐가 관건이다. 야구계에서 박 단장을 둘러싼 평가는 엇갈린다. “합리적이다”와 “자기 주관이 뚜렷하다”라는, 도저히 양립할 수 없는 평판이 공존하고 있다. LG 감독 시절, 박종훈은 ‘혼창통’이라는 책을 주변에 선물했었다. 그러나 정작 ‘소통’에는 실패했다. ‘박 단장의 합리성은 내가 옳다고 믿는 범위 안에서 작동한다’는 것이 야구계 중평이다. 그래서 박 단장이 감독과 어떤 화학반응을 낼지 한화 안팎에서는 궁금해 한다. 적어도 박 단장이 OB 시절 감독이었던 사람이 지금 한화 감독이라고 저자세를 보일 일은 없다는 것이 대체적 견해다. “제자-스승 관계를 운운하기에 두 사람의 교감이 없었다. 야구관도 다르다”고 말한다. 지금 한화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도 이런 해석을 뒷받침한다.

스포츠동아DB



# 2016시즌 취재를 하며 타 구단 감독들과 상식을 파괴하는 한화 야구에 대한 얘기를 나눌 기회가 꽤 있었다. 감독들 중 한 명은 이런 얘기를 했다. “지금은 한화랑 경기하면 솔직히 버겁다. 정말 왜 저러는지 모르겠다 싶을 정도로 선수들이 달라 든다. 팬이 환호하고 언론의 관심이 집중되니 저러는 것 같다. 저러다 자기 몸 망가진다는 것을 잊는 것이다.” 지금도 귀에 박혀있는 마지막 말은 이랬다. “저렇게 이긴들 뭐하겠는가? 팀에 미래가 없는데….” 이 지적을 반박할 수 없는 현실진단이 지금 한화의 ‘기묘한 동거’를 그나마 절충안으로 끌어냈을 것이다. 어쩌면 상당부분 돌이킬 수 없을지 모르겠지만 우리 삶처럼 한화 야구단은 지속되어야 한다. 한화 야구단은 일개 감독의 명예로운 퇴진을 위해서 존재하는 도구가 아니기 때문이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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