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화,두산 경기장면. 스포츠동아DB

한화 박종훈 신임 단장. 사진제공|LG 트윈스
# SK 민경삼, 두산 김태룡 등 야구인 출신 단장의 성공 케이스는 있다. 그러나 한화 박종훈 단장은 이들과 결정적인 출발점의 차이가 있다. 밑바닥에서 시작한 이들 단장과 달리 박 단장은 한화의 조직문화를 거의 모르고 들어온 ‘외부사람’이라는 것이다. 결국 박종훈이 어떤 캐릭터이고, 어떤 업무 스타일을 보여주느냐가 관건이다. 야구계에서 박 단장을 둘러싼 평가는 엇갈린다. “합리적이다”와 “자기 주관이 뚜렷하다”라는, 도저히 양립할 수 없는 평판이 공존하고 있다. LG 감독 시절, 박종훈은 ‘혼창통’이라는 책을 주변에 선물했었다. 그러나 정작 ‘소통’에는 실패했다. ‘박 단장의 합리성은 내가 옳다고 믿는 범위 안에서 작동한다’는 것이 야구계 중평이다. 그래서 박 단장이 감독과 어떤 화학반응을 낼지 한화 안팎에서는 궁금해 한다. 적어도 박 단장이 OB 시절 감독이었던 사람이 지금 한화 감독이라고 저자세를 보일 일은 없다는 것이 대체적 견해다. “제자-스승 관계를 운운하기에 두 사람의 교감이 없었다. 야구관도 다르다”고 말한다. 지금 한화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도 이런 해석을 뒷받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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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시즌 취재를 하며 타 구단 감독들과 상식을 파괴하는 한화 야구에 대한 얘기를 나눌 기회가 꽤 있었다. 감독들 중 한 명은 이런 얘기를 했다. “지금은 한화랑 경기하면 솔직히 버겁다. 정말 왜 저러는지 모르겠다 싶을 정도로 선수들이 달라 든다. 팬이 환호하고 언론의 관심이 집중되니 저러는 것 같다. 저러다 자기 몸 망가진다는 것을 잊는 것이다.” 지금도 귀에 박혀있는 마지막 말은 이랬다. “저렇게 이긴들 뭐하겠는가? 팀에 미래가 없는데….” 이 지적을 반박할 수 없는 현실진단이 지금 한화의 ‘기묘한 동거’를 그나마 절충안으로 끌어냈을 것이다. 어쩌면 상당부분 돌이킬 수 없을지 모르겠지만 우리 삶처럼 한화 야구단은 지속되어야 한다. 한화 야구단은 일개 감독의 명예로운 퇴진을 위해서 존재하는 도구가 아니기 때문이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