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 이적 1호’ 이원석, 보상선수 신화 새로 쓰다

입력 2016-11-22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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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에서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얻은 이원석(왼쪽)이 4년 총액 27억원에 삼성으로 이적했다. 이원석은 올해 FA 권리를 행사한 15명 중 타 구단과 계약한 첫 번째 선수가 됐다. 계약 후 삼성 홍준학 단장과 인사를 나누는 이원석. 사진제공 | 삼성 라이온즈

두산에서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얻은 이원석(왼쪽)이 4년 총액 27억원에 삼성으로 이적했다. 이원석은 올해 FA 권리를 행사한 15명 중 타 구단과 계약한 첫 번째 선수가 됐다. 계약 후 삼성 홍준학 단장과 인사를 나누는 이원석. 사진제공 | 삼성 라이온즈

프리에이전트(FA) 내야수 이원석(30)이 두산을 떠나 삼성에 새 둥지를 튼다. 올 스토브리그 1호 FA 이적생이다.

삼성은 21일 “이원석과 계약기간 4년에 계약금 15억원, 연봉 3억원 등 총 27억원에 FA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식발표했다. 이로써 이원석은 김재호(두산)와 나지완(KIA)에 이은 올겨울 세 번째 FA 계약자로 이름을 올리게 됐다. 앞선 두 명은 기존 소속팀에 남은 반면, 타 구단 이적은 이원석이 처음이다.

오랜 기다림 끝에 맺은 FA 계약이다. 이원석은 2년 전인 2014년 말 FA 자격을 취득했지만, 군(상무) 입대를 위해 신청을 2년 뒤로 미뤘다. 그리고 9월 제대 직후 소속팀이던 두산에 복귀해 FA 자격을 다시 얻었다. 그러나 FA 신청까지는 깊은 고민이 따랐다. 전역 후 이렇다할 기회를 잡지 못했기 때문. 이원석은 올 정규시즌에서 단 7경기 출전에 그쳤고, 한국시리즈에서도 주전에서 밀려 출전기회를 얻지 못했다. 보여준 것이 많지 않았기에 FA 신청 당일까지 고민이 깊었다.

11일 FA 시장이 문을 연 뒤엔 삼성과 이원석, 양측의 입장차가 빠르게 좁혀졌다. 주전 3루수가 필요한 삼성은 이원석에게 러브콜을 보냈고, 보다 많은 기회를 원하는 이원석 역시 삼성의 제안에 마음이 동했다. 결국 양측은 수차례 물밑작업을 통해 계약조건을 맞췄고, 이원석이 20일 대구로 내려가 계약서에 도장을 찍으며 협상이 마무리됐다.

이원석의 이번 FA 계약이 의미 있는 이유는 그가 FA 보상선수에서 FA 계약선수로 새로운 신화를 썼다는 점이다. 이원석은 2008년 말, 당시 FA 홍성흔이 두산에서 롯데로 이적하며 두산이 보상선수로 지목한 당사자였다. 이후 이원석은 꾸준한 활약을 펼치며 ‘모범 보상선수’의 선례로 자리 잡았다. 그로부터 8년이 지난 올겨울, 신분을 뒤바꿔 당당하게 FA를 선언해 계약까지 이르게 됐다.

2009 시즌 당시 이원석. 스포츠동아DB

2009 시즌 당시 이원석. 스포츠동아DB


발표 당일 이원석의 에이전트인 몬티스스포츠 사무실에서 만난 그의 얼굴엔 설렘과 아쉬움이 한껏 묻어있었다. 이원석은 “선수생활에서 꽃을 피운 두산을 떠나야했기에 고민이 많았다”며 “삼성에서 적극적으로 다가와 이야기를 여러 차례 나눌 수 있었다. 조건 역시 구단에서 좋은 방향으로 제시해 협상이 매끄럽게 진행됐다”고 말했다.

계약서에 도장을 찍는 순간 떠오른 얼굴도 있었다. 2년 전 세상을 떠난 아버지였다. 이원석은 “군 입대를 앞두고 아버지께서 하늘나라로 가셨다. 사실 아버지의 꿈이 내가 좋은 조건에 FA 계약을 맺는 것이었다. 이 모습을 보셨으면 행복해하셨을 것”이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제 이원석은 새 둥지를 위한 적응에 나선다. 야구인생 3막이 펼쳐진 것이다. 그는 “이른 시일 내에 두산 구단을 찾아가 인사를 드린 뒤 대구로 내려가 새집을 장만할 계획이다”고 전했다. 새로운 행선지에 대한 걱정도 감추지 않았다. 고향 광주에서 야구를 시작해 부산과 서울을 거친 이원석은 이번엔 연고가 없는 대구로 향하게 됐다. 그는 “사실 걱정이 많다. 삼성에는 친한 선수가 많지 않고, 대구에도 친척은커녕 지인들조차 없다”면서도 “8년 전 두산에 처음 왔을 때를 생각하며 적응해 나가겠다. 꼭 새 팀에서 성적으로 보답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고봉준 기자 shutout@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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