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KBL 홈 승률 71%의 불편한 진실

입력 2016-11-28 18: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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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비스 유재학 감독-SK 문경은 감독-전자랜드 유도훈 감독-KCC 추승균 감독-kt 조동현 감독-삼성 이상민 감독-KGC 김승기 감독-오리온 추일승 감독-동부 김영만 감독-LG 김진 감독(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사진|스포츠동아DB·KBL

10개 구단 감독들 전격 회동…형평성 없는 심판 판정 문제 제기
대다수 감독들 “원정경기서 판정 불이익”
2R선 홈 승률 71%가 40%대 의문의 추락
KBL측 “심판들 소문에 영향 받을 수도…”


남자프로농구 10개 구단 감독들이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좀처럼 납득하기 어려운 일들이 잇따르고 있는 최근의 현실에 대해 KBL의 책임 있는 조치를 요구하고 나섰다. 시즌 도중 10개 구단 감독 전원이 모인 것은 이례적이다.

남자프로농구 감독 10명은 28일 서울 강남구 KBL센터에서 KBL 이성훈 사무총장, 이재민 경기본부장과 회의를 했다. 주된 내용은 심판 판정 관련이었다. ‘2016~2017 KCC 프로농구’ 1라운드에서 홈경기 승률이 무려 71%에 달한 사실을 바탕으로 홈 어드밴티지의 존재 여부를 따졌고, 일관성 없는 판정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3시간 가량의 마라톤회의였다. 감독들은 아울러 외국인선수 선발제도, 최근 이슈로 떠오른 선수단 숙소 폐지 등에 대해서도 현장의 의견을 KBL에 전했다.


● 홈 승률이 과도하게 높다!

감독들은 1라운드 홈 승률이 71%에 이른 데 대해 현장에서 느낀 점을 가감 없이 KBL 고위관계자들에게 전했다. 1라운드 총 45경기 중 32경기에서 홈팀이 승리했다. 1라운드에 홈 승률이 50% 미만이었던 팀은 부상으로 주축 선수들이 대거 이탈한 KCC(20%), 모비스, kt(이상 33%) 등 3곳이었다. 나머지 7개 팀은 모두 홈 승률이 50%를 훌쩍 넘었다. 기록적인 수치를 차치하더라도, 현장 감독들 다수가 원정경기 때 판정 불이익을 받았다고 느낌에 따라 홈 어드밴티지의 존재 여부를 KBL에 직접 질의하기에 이르렀다. 비정상적으로 홈 승률이 높다는 얘기는 바꿔 말해 원정팀의 판정상 불이익과 연관되기 때문이다.

KBL 고위관계자들의 대답은 당연히 ‘아니다’, ‘없다’였다. 그러나 한 가지 애매한 답을 들은 것으로 알려졌다. A감독은 “1라운드 홈 승률이 71%였다가 갑작스레 2라운드 홈 승률이 40%대로 낮아진 것에 대해서도 질의했다. 그러자 KBL 측에서 ‘그런(비정상적으로 홈 승률이 높다는) 얘기를 들은 심판들이 소문에 영향을 받았을 수도 있을지는 모르겠다’고 답했다. KBL이 홈 어드밴티지에 대해선 인정하지 않았으나, 심판들이 소문 등 무엇인가에 영향을 받을 정도로 자질이 부족하다는 것을 인정한 셈이다”고 꼬집었다.


● 현장의 목소리 계속 전달한다!

감독들은 판정 외에도 현장에서 느끼는 문제점들을 생생하게 전달했다. 부상자들이 쏟아지고 있는 최근 상황과 관련해 이전 시즌처럼 경기 도중 선수들이 벤치 구역을 벗어나 몸을 풀 수 있도록 규정을 완화해줄 것으로 요구했다. KBL은 올 시즌부터 경기 도중 선수들이 벤치 구역을 벗어나 몸을 푸는 등 지정된 장소를 벗어나지 못하도록 규정을 바꿨다. 감독들은 또 외국인선수 선발 규정에 대해서도 “대체선수 선발에 워낙 어려움을 많이 겪고 있는 만큼 자유계약제도 등 전체적인 외국인선수 선발 규정도 면밀히 검토해달라”고 요구했다. 선수단 숙소 폐지 등에 대해서도 자신들의 생각을 KBL 수뇌부에 밝혔다.

10개 구단 감독들은 향후 지속적으로 모일 계획이다. 프로농구 전체의 발전을 위해서라도 현장의 목소리를 KBL 수뇌부에 정확히 전달할 필요성을 절감했기 때문이다. 필요하다면 외부전문가들을 감독들 회의에 동참시키는 방안까지 고민하기로 했다. B감독은 “우리가 승부 때문에 한쪽으로 치우친 시각을 갖는다는 비판을 받을 수도 있다. 객관적 시각을 유지하기 위해 외부전문가들을 포함시켜 제대로 된 현장의 목소리를 내려고 한다. 프로농구가 조금이라도 더 옳은 방향으로 가도록 감독들 모두가 힘쓰기로 뜻을 모았다”고 밝혔다.

최용석 기자 gty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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