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번의 유산 끝에 7년 만에 얻은 귀한 딸 하엘이는 태어나고 2개월이 갓 지났을 무렵부터 유난히 숨 쉬는 것을 힘들어했다. 그때부터 하엘이는 병원에 입,퇴원을 반복했고 심할 때는 중환자실까지 들어가야 했다.
하엘이를 이렇게 힘들게 만들었던 것은 희소난치질환인 낭포성 섬유증. 유전자의 문제가 생겨 끈적끈적한 가래들이 폐, 간, 장, 기관지에 차게 되는 병이다.
특히 하엘이는 폐가 급속도로 나빠지는 경우라 폐 이식도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스스로 호흡을 할 수 없어 24시간 내내 콧줄로 산소를 공급받아야 하는 하엘이를 볼 때마다 엄마, 아빠는 항상 미안한 마음뿐이다.
우리나라에서 낭포성 섬유증 환자는 대략 10명 정도로 추산된다. 하엘이의 낭포성 섬유증은 현재 근원적인 치료법이 없는 상태고 필요한 약들은 수입해야 되는 경우가 많아 경제적인 부담도 만만치 않다. 점점 늘어만 가는 부채에 언제 끝이 날지 모르는 하엘이의 치료 때문에 엄마, 아빠는 걱정으로 밤을 지새우는 날이 많다. 그래도 하엘이의 병이 나을 수만 있다면 엄마, 아빠는 어떤 방법으로라도 치료해보고 싶다고 한다.
하엘이가 태어나고 나서 지금까지 엄마, 아빠의 하루는 하엘이를 중심으로 돌아갔다. 매 끼니마다 하엘이에게 필요한 열량을 채우기 위해 식단을 조절하고, 하루에 4~5번 가래를 빼주기 위해 석션도 해줘야 한다. 그리고 호흡치료만 해도 12개를 해줘야 하는등 엄마, 아빠는 하엘이 치료에 집중하다 보면 정작 자신들의 식사는 라면이나 빵으로 대충 때울 때가 많다고 한다. 하지만 치료를 잘 견디며 웃어주는 하엘이를 보며, 언젠가는 하엘이와 함께 할 평범한 일상을 꿈꾸는 엄마, 아빠는 오늘 하루도 힘을 낸다.
하엘이의 사연과 함께 충북 청주의 푸른 학교 지역아동센터 아이들의 이야기는 29일 밤 25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행'에서 확인할 수 있다.
사진제공=SBS
동아닷컴 전효진 기자 jhj@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