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난영화 ‘부산행’과 ‘터널’에 이어 7일 개봉하는 ‘판도라’(사진)까지 세월호 참사를 떠올리게 하는 설정으로 관객에게 다가간다. 사진은 영화 속 한 장면. 사진제공|CAC엔터테인먼트
‘터널’ ‘부산행’도 무능한 정부 등장
재난영화는 현실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걸까. 올해 나온 3편의 재난영화에서 저마다 세월호 참사의 흔적이 엿보인다. 제작진은 ‘의도하지 않았다’고 선을 긋지만 이를 바라보는 관객의 해석은 그리로 가 닿고 있다.
7일 개봉하는 ‘판도라’(감독 박정우·제작 CAC엔터테인먼트)는 ‘부산행’, ‘터널’에 이은 재난블록버스터. 지진에 따른 원자력발전소 폭발, 그 끔찍한 재난상황을 그리고 있다.
‘판도라’는 컨트롤타워 부재와 무능한 대응으로 재난이 확산되는 과정을 섬뜩할 만큼 현실적으로 담아냈다. 정확한 정보를 파악하지 못해 우왕좌왕하는 대통령, 피폭된 사람들을 가두고 죽음으로 내모는 장면, 스스로를 구원할 힘은 소시민에 있다는 메시지에서 세월호 사고가 떠오른다는 의견이 많다. 영화를 먼저 본 표창원 의원(더불어민주당) 역시 SNS에 “국정의 난맥상과 세월호가 연상된다”고 밝혀 이목을 집중시켰다.
앞서 ‘부산행’과 ‘터널’ 역시 비슷한 반응을 얻었다. 사상자가 속출하는데도 ‘자리를 지키라’고만 하는 ‘부산행’의 정부 담화문 장면, 무너진 터널에 갇힌 시민의 구조 작업이 돈의 논리로 치환되는 과정을 담은 ‘터널’의 내용이 대표적이다. 이런 반응에 ‘터널’의 김성훈 감독은 “관객이 영화를 보고 세월호를 떠올린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큰 슬픔”이라고 말했다.
물론 ‘판도라’까지 3편의 재난영화가 세월호 참사로부터 직접적인 모티프를 얻어 관련 내용이나 장면을 제작했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 모두 참사가 빚어진 2014년 4월16일 이전에 시나리오를 완성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 촬영을 시작한 시기는 2015년부터다. 촬영 과정에서 참사로부터 정서적인 영향을 받았을 수 있다는 해석이 제기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이런 분위기에서 적극적으로 세월호 참사를 담아내려는 영화계의 시도도 잇따른다. 다큐멘터리에 머물던 작업이 이제 장편 극영화로 확대되고 있다.
세월호 사고 구조 작업에 참여한 민간 잠수사들의 실화를 그린 김탁환 작가의 소설 ‘거짓말이다’를 영화로 옮기는 ‘바다 호랑이’가 내년 제작에 돌입한다. 연출은 ‘지슬, 끝나지 않은 세월’로 실력을 인정받은 오멸 감독이 맡는다. 사고를 둘러싼 부조리한 사회, 구조 작업에 참여했으나 목숨을 잃을 수밖에 없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는다.
세월호 사고를 재구성하는 독립영화 ‘향유고래’도 있다. 한 포털사이트를 통해 내년 1월까지 제작비를 모으며 300만원을 목표로 했지만 4일 현재 목표치의 두 배가 넘는 724만원에 달할 만큼 뜨거운 관심을 얻고 있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