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케이블채널 tvN ‘SNL코리아 8’이 잇단 논란을 일으키며 폐지 위기에 몰렸다. 사진은 3일 방송에서 전 출연자들이 논란에 대해 사과하는 모습. 사진출처 4tvN 방송화면 캡처
이세영 성추행 논란 이어 또 선넘은 개그
시청자들 ‘프로그램 폐지하라’ 거센 비난
케이블채널 tvN ‘SNL코리아 시즌8’이 존폐 위기에 놓였다. 일부 출연자와 그 개그 내용이 잇단 논란을 일으키자 시청자는 비난과 함께 프로그램을 폐지하라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3일 방송한 ‘SNL코리아8’의 ‘불후의 명곡’ 코너에서 개그우먼 정이랑은 엄앵란 분장을 하고 출연했다. 노래를 부르며 개그를 펼치는 이 코너에서 정이랑은 백지영의 ‘총 맞은 것처럼’을 선보였다. 도중 ‘가슴’이란 가사가 나오는 순간 “나는 잡을 가슴이 없어요”라며 우스꽝스럽게 말했다. 옆에 있던 안영미도 “가슴이 없다는 거, 개인적으로 공감한다”며 맞장구를 쳤다.
하지만 이는 엄앵란의 아픔을 웃음으로 비하한 꼴이 됐다. 엄앵란은 과거 유방암을 앓아 가슴 한 쪽을 절제하는 수술을 받아야 했다. 시청자는 타인의 아픔과 슬픔을 그저 웃음거리로 희화화했다며 정이랑과 제작진에게 비난을 퍼붓고 있다. 앞서 ‘SNL코리아 시즌8’은 11월26일 방송에서 이세영이 아이돌그룹 B1A4 멤버들의 신체를 과도하게 접촉하려는 모습으로 성추행 논란에 휩싸였다. 결국 제작진과 이세영이 직접 사과문을 발표했다.
이와 관련해 진행자 신동엽은 3일 방송에서 “한 주 동안 불편함과 실망을 느꼈을 많은 분에게 제가 대표해서 사과드린다”면서 “잘못된 행동과 생각이었고 (이세영)한 사람이 아니라 모든 사람의 잘못이다”고 말했다. 하지만 ‘불후의 명곡’ 논란은 이를 무색케 했다는 지적이다.
제작진은 이번 논란에 대해 “정이랑이 본인의 이야기를 애드리브하다 오해가 생겼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어느 장면에서도 이를 뒷받침하는 장치가 없었다는 점에서 설득력을 얻지 못하고 있다. 또 정이랑과 제작진은 “엄앵란의 개인사를 파악하지 못했다”는 설명을 내놓았지만 이는 자신들의 능력 부족을 스스로 인정하는 셈이 됐다. 엄앵란이 건강을 되찾아가는 모습은 그동안 각종 방송프로그램을 통해 소개된 바 있다. 제작진 가운데 단 한 사람도 이 같은 엄앵란의 이야기를 사전에 파악하지 못했다는 것은 프로그램 제작에 있어 기본적인 준비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음을 말해준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청자는 프로그램이 이처럼 잇따라 논란을 키우자 그 비난의 강도를 높여가고 있다. 프로그램 인터넷 게시판에서 시청자는 “엄앵란이 유방암을 앓지 않았더라도 여성을 비하하는 것”이라며 “유방암 환자들을 한 번이라도 생각했다면 개그 소재로 활용할 수 없다”는 등 글로 프로그램 폐지 운동을 벌이고 있다..
백솔미 기자 bsm@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