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슈톨렌’ 한달전부터 일요일마다 즐겨
이탈리아선 해산물 넣은 ‘카폰 마그로’ 명물
크리스마스가 눈앞에 왔다. 저마다 손에 큼직한 케이크 상자를 하나씩 들고 퇴근길 걸음을 재촉하는 것은 매년 이맘 때 볼 수 있는 정경. 제과업계와 빵집들에는 크리스마스가 한 해 장사를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대목이다. 전에는 앙증맞은 눈사람이나 산타클로스 장식의 생크림 케이크가 주류였지만 요즘은 크리스마스 케이크도 다양해졌다. 부쉬 드 노엘, 슈톨렌 등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보기 어렵던 크리스마스 특식들을 매장에서 만날 수 있다. 그래서 준비했다. 크리스마스를 1년 최대의 명절로 꼽는 유럽에서는 어떤 음식을 먹을까.
● 프랑스‘부쉬 드 노엘’
부쉬 드 노엘(Buche de Noel)은 ‘크리스마스의 장작’이란 이름처럼 통나무장작처럼 생겼다. 모카, 초콜릿, 버터크림을 바른 제누와시트를 말아 통나무 모양을 만든 뒤 버터크림으로 덮는다. 표면을 통나무 껍질처럼 꾸미는 것이 포인트. 여기에 견과류나 버섯모양 머랭으로 장식한다.
뻔한 모양의 케이크 대신 색다른 크리스마스 푸드를 원하는 수요가 늘면서 인기가 높아졌다. 프랑스 베이커리 에릭 케제르에서는 파티시에가 직접 디자인 한 한정판 부쉬 드 노엘을 내놓았다. 슈퍼푸드 퀴노아와 밀크 쇼콜라를 이용한 ‘부쉬 드 파운드 퀴노아’와 다크 초콜릿의 풍미를 강조한 ‘부쉬 드 쇼콜라’를 만날 수 있다.
독일 ‘슈톨렌’-‘렙쿠헨(아래)
● 독일 ‘슈톨렌’‘렙쿠헨’
부쉬 드 노엘 못지않게 크리스마스 푸드 콘텐츠로 인기가 높은 것이 슈톨렌(stollen)이다. 인터넷에서 검색하면 레시피와 조리 경험담이 잔뜩 올라온다. 독일의 대표적인 크리스마스 푸드로 일종의 발효 빵이다.
브렌디나 럼에 절인 건조과일을 속에 넣고 버터를 넉넉히 써 풍미를 강조했다. 다른 빵보다 보존기간이 긴데다 시간이 흐를수록 속에 넣은 건조과일의 향이 빵에 배어들어 맛을 배가해 준다. 독일에선 크리스마스 한 달 전부터 준비해 일요일마다 점점 맛이 깊어지는 빵을 한 조각씩 가족과 나눠먹으며 크리스마스를 기다린다. 슈톨렌 외에 생강과 꿀을 넣고 다양한 모양으로 꾸미고 장식한 명절 진저 브래드 렙쿠헨(lebkuchen)도 독일에선 크리스마스의 필수 아이템이다.
핀란드‘리시푸로’와 ‘라티코(아래)
● 핀란드‘리시푸로’와 ‘라티코’
산타클로스의 고향(로바니에미)이 있고 공식 산타클로스가 해외순방까지 하는 크리스마스의 본고장 핀란드. 하지만 크리스마스 음식은 의외로 소박하다. 우선 쌀과 우유, 시나몬, 버터, 설탕으로 만든 달콤한 쌀죽 리시푸로(riisipuuro)가 있다. 속에 통 아몬드 한 알을 넣어두는데, 이 아몬드를 먹으면 다음 해에 행운이 온다는 풍습이 있다. 라티코(laatikko)는 크리스마스에 먹는 따뜻한 음식을 말한다. ‘상자’란 뜻의 라티코로 부르는 것은 이 음식을 사각형 오븐그릇에 담아 굽기 때문이다. 보통 당근, 무와 같은 뿌리채소, 매시드 포테이토에 계란,우유 등을 섞어 굽는데, 돼지 간(maksa) 등을 넣기도 한다.
● 스페인 ‘투론’
투론(turron)은 설탕, 꿀, 달걀 흰자,아몬드와 같은 구운 견과류, 시나몬, 레몬 제스트 등으로 만든 캐러멜 과자다. 네모난 과자나 둥근 케이크 모양으로 일명 ‘스페니시 누가’로 부르기도 한다. 스페인 발렌시아의 알리칸테와 히호나가 투론의 명산지로 유명하다. 스페인의 식민 지배를 겪은 필리핀과 라틴 아메리카에도 지역 특색을 담은 투론이 있다. 페루는 아니스를 첨가하고, 필리핀은 캐슈넛과 필리너트를 쓴다. 푸에르토리코에서는 참깨를 넣은 아혼홀리 투론, 쿠바에는 땅콩을 넣은 마니 투론 등이 있다.
● 이탈리아 ‘카폰 마그로’
조개와 새우 등 12가지 이상의 어패류를 풍성하게 쓴 해산물 샐러드. 리비에라 해안에 위치한 이탈리아 리구리아 주의 명물이다. 이탈리아에서는 크리스마스이브에 금식을 하거나 육식을 금하는 경우가 있다. 카폰 마그로(Cappon magro)는 ‘금식날 먹는 수탉’이란 뜻. 고기를 대신에 해산물을 먹는다는 의미로 빵 사이에 해산물을 넣어 먹는다. 해산물과 함께 야채 등 여러 재료를 화려하게 쌓아 올리고 맨 위에 랍스터를 올리는 것이 특징이다.
● 영국 ‘민스파이’
독일의 슈톨른이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면서 먹는 것이라면, 영국 민스파이(mince pie)는 반대로 크리스마스부터 12일 동안 매일 하나씩 먹는 것이 관례다. 이렇게 하면 새해에는 행운이 온다는 이야기가 있다.
크리스마스이브인 24일에는 산타클로스를 위해 민스파이와 셰리주 한 잔을 따로 준비하는 것이 풍습이다. 소나 양의 신장, 허리둘레에서 얻은 지방 수에트에 말린 과일, 으깬 사과, 견과류, 향신료를 넣은 민스미트(mincemeat)를 속으로 넣어 굽는다.
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