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시즌 KBO리그에서 규정이닝을 채운 투수 중 100개 이상의 삼진을 솎아낸 투수는 모두 20명. 이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상대 타자의 배트스피드를 이겨낼 만한 빠른 공을 던지거나, 2스트라이크 이후 승부구로 헛스윙을 유도하거나, 완벽한 제구력을 앞세워 상대 타자의 타이밍을 뺏는 능력이 탁월하다.
스포츠동아는 통계전문회사 스포츠투아이에 의뢰해 규정이닝과 100개 이상의 삼진을 기록한 투수 중 ‘2016시즌 삼진율이 가장 높은 결정구를 보유한 투수 3명’을 뽑아봤다. 구종별 삼진율은 투수가 2스트라이크 이후 해당 구종을 던져 결과가 나왔을 때 이중 삼진의 비율을 뜻한다. 류제국(34·LG)의 체인지업, 조쉬 린드블럼(30·전 롯데)의 스플리터, 더스틴 니퍼트(36·두산)의 슬라이더가 가장 높은 삼진율을 기록한 구종 1~3위였다.
LG 류제국. 스포츠동아DB
● 1위 : 류제국의 체인지업
체인지업은 속도의 차이를 이용해 던지는 구종이다. 직구와 같은 팔 스윙을 유지하면서 엄지와 검지를 제외한 나머지 손가락으로 ‘긁어내는’ 동작이 중요하다. 류제국의 체인지업은 기본적으로 좌타자의 바깥쪽, 우타자의 몸쪽으로 흐른다. 2016시즌 좌타자 상대 피안타율이 0.243으로 강했던 것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류제국의 체인지업 삼진율은 50%로 1위였다. 136명의 타자를 상대로 68개의 삼진을 솎아냈다. 29경기에서 13승11패, 방어율 4.30(161.1이닝 77자책점)의 성적을 거두며 에이스 역할을 한 데는 승부구인 체인지업 덕분이다.
전 롯데 린드블럼. 스포츠동아DB
● 2위 : 린드블럼의 스플리터
스플리터는 직구와 비슷한 궤적으로 날아가다 타자 앞에서 급격히 가라앉는 구종이다. 린드블럼은 2015시즌 올스타 휴식기에 본격적으로 스플리터를 연마해 주무기로 만들었는데, 그는 “한국에 오기 전에는 스플리터를 한 번도 던져보지 않았는데, 내 손에 딱 맞는 구종이었다”고 했다. 2016 시즌 전반기 17경기에서 5승8패, 방어율 6.25로 부진했지만, 후반기 13경기에선 5승5패, 방어율 4.05로 살아난 데는 스플리터가 한몫했다. 린드블럼의 스플리터 삼진율은 48.8%로 2위. 121명의 타자를 상대로 59개의 삼진을 잡아냈다. 재계약에 실패해 올 시즌에는 KBO리그에서 볼 수 없다.
두산 니퍼트. 스포츠동아DB
● 3위 : 니퍼트의 슬라이더
두산과 재계약 협상 중인 니퍼트는 명실상부 2016시즌 최고의 투수였다. 28경기에서 22승3패, 방어율 2.95의 경이적인 성적을 거두며 최우수선수(MVP)와 투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거머쥐었다. 새로운 구종 개발 등 별다른 기술적 변화 없이 KBO리그에서 6년간 활약한 비결은 큰 키(2m3㎝)를 활용한 높은 타점과 빠른 공, 제구력이다. 특히 타점이 워낙 높은 터라 종으로 떨어지는 슬라이더의 위력은 대단하다. 한 타자는 “포크볼과 비슷한 궤적으로 떨어지는 데다 타점이 높아 더욱 위력적이다”고 말했다. 2016시즌 189명의 타자에게 슬라이더를 던져 70개의 삼진을 솎아냈는데, 삼진율은 37%로 3위였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