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비스 양동근은 2016~2017시즌 초반 손목 부상으로 시련의 시간을 보냈다. 2017년 정유년을 맞은 그는 건재를 과시하고자 한다. 사진제공 | 모비스
개막전 불의의 부상…처음으로 3개월 휴식
이제 운동할 날이 얼마 남지 않았구나 생각
여전히 최고 가드? 후배들이 치고 올라와야
개인 기록보단, 팀과 함께하는 우승이 탐나
올해는 더 큰 부상 없이 농구만 하고싶어요
2004년 2월 4일 서울교육문화회관(현 더케이호텔)에서 열린 남자프로농구 신인드래프트는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오세근(2011년 신인드래프트 1순위), 김종규(2013년 〃 1순위), 이종현(2016년 〃 1순위) 같은 거물이 없었기 때문이다. ‘황금 드래프트’라는 평가와도 거리가 멀었다. 그러나 2004년 신인드래프트는 결과적으로 ‘역대급 1순위’를 낳았다. 당시 1순위의 주인공은 양동근(36·모비스)이다. 주목받지 못한 1순위였지만, 13년의 시간이 흐른 지금 그는 KBL을 대표하는 최고선수로 자리매김했다. ‘2016∼2017 KCC 프로농구’ 개막전에서 당한 손목 부상에서 벗어나 정유년 새해 부활을 다짐하고 있는 양동근을 만났다.
-손목 부상에서 회복돼 복귀한지 얼마 되지 않았다. 몸 상태는 어떤가?
“오리온과의 경기(18일) 1쿼터에 (허)일영이와 몸싸움을 하다 부상당했던 손목이 크게 구부러지는 바람에 붓기가 생겼다. 쉬면서 회복하고 있다. 경기를 뛰면서 감각이나 체력적 부분도 점점 나아지고 있다.”
-그동안 답답했을 것 같다.
“일단 게임을 못 뛴다는 것 자체에 답답했고, 팀원들에게 미안했다. 눈치가 보이기까지 했다.”
-선수들은 부상을 당하면 생각이 많아진다고도 하던데.
“내가 여태 해온 것, 앞으로 해야 할 것에 대해 생각해봤다. 이제까지 운동만 해왔다. 아파도 대개 1∼2주 쉬고 복귀했으니까, 운동 생각만 하기에 바빴다. 그러다 3개월 부상 진단을 받고 나니 ‘앞으로 부상으로 운동을 못할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때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운동을 안 하면 무엇을 해야 할지에 대해 고민해봤다.”
모비스 양동근. 스포츠동아DB
-은퇴 후 지도자가 되겠다고 늘 얘기 해온것으로 아는데.
“그것은 내 바람일 뿐이다. 대부분의 농구선수들이 은퇴 후 지도자가 되는 것을 생각하지만, 내가 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일은 아니지 않나. 아내와도 ‘은퇴하면 뭐 먹고 살지’라면서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미국에 가서 공부도 하고 싶은데, 가족과 같이 가야 할지에 대해 이야기도 했고…. 부상을 당하니까 은퇴라는 단어가 더 와 닿았다.”
-그런 면에서 부상으로 마무리한 2016년은 아쉬움이 클 것 같다.
“매년 가장 큰 목표가 안 다치고 뛰는 것인데, 부상을 당했으니 아쉬웠다.”
-2017년은 닭띠의 해다. 36세 닭띠가 아닌가? 뭔가 좋은 기운이 느껴지는가?
“하하. 그것이 무슨 의미가 있나? 24세 닭띠인 젊은 선수들도 많지 않나. 닭띠의 해라고 해서 특별할 것은 없다.”
-새해를 맞아 토정비결이나 점을 보지는 않나?
“전혀. 나는 나만 믿는다.”
-36세면 농구선수로선 내리막을 걸을 시기라고 하는데, 아직은 그런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다쳐서 많이 뛰질 않았으니까 내리막인지 아닐지는 아직 확인하지 못했다. 다만 회복이 더디다. 오프시즌에 다친 햄스트링도 회복이 잘 안 되더라.”
-기량만 놓고 보면 여전히 프로농구 최고 가드로 꼽히지 않나?
“내 개인에게는 좋은 일이지만, 프로농구 전체로 봤을 때는 슬픈 이야기 아닌가? 그만큼 상승폭을 그리는 선수가 없다는 의미일 테니까. 팬들도 이제 나를 식상해하지 않나. 좋은 선수들이 더 많이 나와야 한다. 내가 잘하는 선수로 거론되면 안 된다.”
12년 전 양동근. 사진제공|모비스
-12년 전 24세 닭띠 양동근과 36세 닭띠 양동근은 무엇이 다를까?
“체력적인 면에서 가장 차이가 클 것이다. 플레이도 좀 달라졌다. 대학 때 배운 농구랑 프로에서 유재학 감독님을 만나서 배운 농구랑 달랐으니까. 팀 특성에 맞춰 변화가 생긴 것 같다. 슛도 대학 때보다는 나아진 것 같고. 프로에선 외국인선수들과 같이 뛰는 농구를 했다는 점에서도 변화가 있었다.”
-유재학 감독을 만난 것이 터닝 포인트였다고 할 수 있을까?
“그렇다. 처음 모비스에 입단했을 때는 모든 부분에서 혼이 났다. 처음부터 농구를 다시 배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디에 패스를 주면 누가 움직여서 잡을 것인지까지 다 알려주셨다. 감독님이 가장 강조하신 것 중 하나는 슛이다. ‘프로에서 슈팅이 약한 가드는 성공할 수 없다’고 하셨다. 내 공격을 해야 다른 쪽에서 수비가 왔을 때 내줄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하셨다. 나는 강동희 감독님(전 동부 감독)이나 (김)승현(은퇴)이 형 같은 센스가 없지 않나. 정통 포인트가드가 아니기 때문에 내 공격을 우선으로 하는 방향으로 지도하신 것 같다. 선수의 장점을 살리고, 단점을 감추는 것이 감독님의 지도철학이니까.”
-모비스는 이종현이 가세하고 이대성까지 복귀하면 호화 멤버를 구축한다. 기대가 많은가, 아니면 걱정이 많은가?
“기대가 된다. 선수들은 걱정할 입장은 아니다. 우려는 감독님이 가장 (걱정이) 많으시지 않을까? 선수조합을 어떻게 할지 늘 고민하신다. 감독님은 늘 답을 갖고 오셨다. 우리는 그대로 따를 뿐이다. 감독님에 대한 믿음이 있으니까. (이)종현이, (이)대성이와 몇 번 운동을 같이 했다. 그 자체로 우리 팀 훈련이 활기찼다. 기대가 된다.”
-이제 설 연휴다. 농구선수들은 설날과 거리가 멀지 않나. 가족과도 보낸 기억이 없을 것 같다.
“설날은 시즌과 겹치고, 추석은 전지훈련과 겹친다. 명절뿐이겠는가. 크리스마스나 연말까지도 가족과 같이 보내기 어렵다.”
가족과 휴가를 즐기고 있는 양동근. 빠듯한 시즌 일정 때문에 명절을 가족과 함께 보낼 수는 없지만, 그는 농구장을 찾은 팬들을 위해 뛰는 것이 프로의 도리라고 말했다. 사진제공 | 양동근
-두 아이(1남1녀)가 아빠와 설날을 못 보내는 것에 서운해하지는 않나?
“평소에도 같이 있는 시간이 별로 없으니 아이들은 늘 아빠를 찾는다. 크리스마스 때도 ‘아빠 오냐’고 물어보는데, ‘못 간다’고 하면 서운해한다. 입학식, 졸업식도 챙기기 어렵다. 큰 아들이 작년 초등학교에 입학했는데, 그 때도 입학식에 못 갔다. 직업상 어쩔 수 없다. 명절에 농구를 보기 위해 경기장을 찾아오는 분들이 있으니, 우리는 기꺼이 경기를 뛰는 것 아니겠는가? 그것이 우리의 일이다. 이 기간에도 농구를 보러 오시는 분들이 있다는 것에 감사하고 만족해야 하지 않을까? 더 많은 분들이 경기장을 찾아주셨으면 한다.”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설날을 모비스에서 보냈다. 모비스의 설날은 어떤가?
“차례를 따로 지내진 않는다. 아무래도 시즌 중이다보니 합동차례를 지낼 여유는 없다. 그래도 우리만의 의식은 있다. 설날 오전 운동이 끝난 뒤 감독님, 코치님, 스태프까지 선수단 전체가 하프라인에 동그랗게 서서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하면서 서로에게 세배를 한다.”
-2017년 목표가 있다면?
“다른 것은 안 바란다. 다치지 않고 한해를 보냈으면 좋겠다. 기록? 나에게 기록은 남의 이야기다. (주)희정(삼성)이 형이나 (김)주성(동부)이 형 같은 기록을 세우기는 어렵다. 그만한 능력도 안 되고…. 나는 우승 많이 하는 것으로 기록을 세우겠다. 팀과 함께하는 기록 아닌가? 나에게는 우승 기록이 더 의미 있다.”
모비스 양동근. 스포츠동아DB
● 양동근
▲생년월일=1981년 9월 14일
▲키·몸무게=180cm·83kg
▲출신교=대방초∼삼선중∼용산고∼한양대
▲프로 경력=2004년 신인드래프트 1순위 KCC 지명 직후 모비스 이적·입단
▲수상 경력=신인상(2004∼2005 시즌), 정규리그 MVP 4회(2005∼2006, 2006 ∼2007, 2014∼2015, 2015∼2016시즌), 플레이오프 MVP 3회(2006∼2007, 2012∼2013, 2014∼2015시즌), 베스트5 9회, 수비5걸 3회, 우수수비 3회
정지욱 기자 stop@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