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BC 대표팀 김인식 감독. 스포츠동아DB
2017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한국대표팀 김인식 감독은 8일 고척스카이돔 덕아웃에서 선수단 훈련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취재진 앞에서 이렇게 나지막한 목소리로 읊조렸다.
한국은 1라운드 A조 예선에서 6일 이스라엘에 연장 10회 접전 끝에 1-2로 패한 뒤 7일 네덜란드에도 0-5로 완패하며 2연패를 당했다. 먼저 2패를 당하는 순간 사실상 조별예선 통과가 어려워졌기에 대표팀 사기는 바닥으로 떨어져 있었다.
그러나 김 감독은 이날 공식 훈련에 맞춰 야구장에 나온 대표팀 선수들을 모아 놓고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자. 처음 태극마크를 단 선수들은 이번 대회를 통해 보고 느낀 게 도움이 될 것이다. 4년 뒤 다음 대회에 출전하는 후배들에게 미안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달라”며 9일 열리는 대만전에서 유종의 미를 거둬줄 것을 당부했다.
김 감독은 이어 취재진을 만나 “선수들은 아무 죄가 없다. 패배는 감독 책임이다”면서 “난 이게 (대표팀 감독) 마지막인데, (결과가) 이렇게 돼 가지고 가슴이 아프다”며 자책했다.
김 감독은 그동안 국가대표 감독을 맡아 늘 우리가 기대했던 그 이상의 성과를 내며 기적을 만들어왔다.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에서 처음 국가대표 감독 지휘봉을 잡아 금메달을 따낸 데 이어 2006년 WBC 4강, 2009년 WBC 준우승, 2015년 프리미어12 우승 등 그는 국가대표 지휘봉을 잡은 대회에서는 단 한번도 실패를 하지 않았다. 누구도 받아들지 않으려고 하는 ‘독이 든 성배’. 그는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다시 한번 받아들었지만, 독을 마시고 말았다.
한국야구사에서 누구보다 많은 국제대회 승리를 거둔 장수지만, 승리보다는 패배가 기억에 더 남는 모양이다. 그는 “2009년 2회 WBC 때 마지막(결승전) 연장에서 이치로한테 맞아서 일본에 진 게 지금까지 두고두고 생각났는데, 이제 이스라엘전에서 못 이긴 게, (1-1 동점에서 8회) 1점을 집어넣지 못한 것이 두고두고 생각날 것 같다”며 아파했다.
고척 |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