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식 “마지막 국가대표, 이렇게 돼 가슴이 아프다”

입력 2017-03-09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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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BC 대표팀 김인식 감독. 스포츠동아DB

WBC 대표팀 김인식 감독. 스포츠동아DB

“감독 책임이지 뭐. 나로선 국가대표 마지막인데 이렇게 돼 가슴이 아파.”

2017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한국대표팀 김인식 감독은 8일 고척스카이돔 덕아웃에서 선수단 훈련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취재진 앞에서 이렇게 나지막한 목소리로 읊조렸다.

한국은 1라운드 A조 예선에서 6일 이스라엘에 연장 10회 접전 끝에 1-2로 패한 뒤 7일 네덜란드에도 0-5로 완패하며 2연패를 당했다. 먼저 2패를 당하는 순간 사실상 조별예선 통과가 어려워졌기에 대표팀 사기는 바닥으로 떨어져 있었다.

그러나 김 감독은 이날 공식 훈련에 맞춰 야구장에 나온 대표팀 선수들을 모아 놓고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자. 처음 태극마크를 단 선수들은 이번 대회를 통해 보고 느낀 게 도움이 될 것이다. 4년 뒤 다음 대회에 출전하는 후배들에게 미안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달라”며 9일 열리는 대만전에서 유종의 미를 거둬줄 것을 당부했다.

김 감독은 이어 취재진을 만나 “선수들은 아무 죄가 없다. 패배는 감독 책임이다”면서 “난 이게 (대표팀 감독) 마지막인데, (결과가) 이렇게 돼 가지고 가슴이 아프다”며 자책했다.

김 감독은 그동안 국가대표 감독을 맡아 늘 우리가 기대했던 그 이상의 성과를 내며 기적을 만들어왔다.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에서 처음 국가대표 감독 지휘봉을 잡아 금메달을 따낸 데 이어 2006년 WBC 4강, 2009년 WBC 준우승, 2015년 프리미어12 우승 등 그는 국가대표 지휘봉을 잡은 대회에서는 단 한번도 실패를 하지 않았다. 누구도 받아들지 않으려고 하는 ‘독이 든 성배’. 그는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다시 한번 받아들었지만, 독을 마시고 말았다.

한국야구사에서 누구보다 많은 국제대회 승리를 거둔 장수지만, 승리보다는 패배가 기억에 더 남는 모양이다. 그는 “2009년 2회 WBC 때 마지막(결승전) 연장에서 이치로한테 맞아서 일본에 진 게 지금까지 두고두고 생각났는데, 이제 이스라엘전에서 못 이긴 게, (1-1 동점에서 8회) 1점을 집어넣지 못한 것이 두고두고 생각날 것 같다”며 아파했다.

고척 |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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