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캐피탈 문성민은 올 시즌 700득점을 돌파했다. 토종선수 최초 기록이다. 외국인선수의 부진 탓에 큰 짐을 짊어졌지만, 자신의 기량을 극대화해 팀을 정규시즌 2위로 이끌었다. 스포츠동아 DB
현대캐피탈 문성민. 스포츠동아DB
● 30대인데 배구가 향상되고 있다
배구선수 출신인 현대캐피탈 김성우 사무국장은 숱한 플레이어를 봐왔다. 문성민이 천부적인 선수라는 데에는 김 국장도 이의를 달지 않는다. 학생 때부터 독보적 에이스였다. 여기까지였다면 문성민도 ‘one of them(여럿 중 하나)’의 범주에서 벗어나지 못했을 터다. 나이가 들수록 하락세가 기다리고 있었을 터다. 그런데 2016~2017시즌, 서른한 살에 접어든 문성민은 역대 최고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
여기서부터 비범함이 시작된다. “상황에 따른 강약 조절을 터득한 것 같다. 문성민의 서브가 이번시즌 정점에 올라간 것도 공을 다룰 줄 아는 감각이 좋아진 덕분”이라고 김 국장은 분석했다. 이미 문성민은 토종 최초로 단일시즌 700득점을 돌파했다. 그럼에도 지치지 않고 있다. 김 국장은 “30세 넘어 배구가 느는 선수는 정말 드물다. 문성민 같은 스타플레이어는 더욱 변하기 힘든데, 앞으로 3~5년은 전성기가 계속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모든 것은 ‘멘토’ 최태웅 감독을 만나면서 생긴 변화다. 최 감독은 문성민의 위력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현대캐피탈의 팀 플랜을 설정했고, 공격비중 증가에 따른 강약조절을 주문했다. 지금 현대캐피탈은 V리그 전체를 통틀어 외국인 공격점유율이 가장 적은 팀이다. 그럼에도 정규시즌을 2위로 끝냈다.
현대캐피탈 문성민. 스포츠동아DB
● 무릎 인대파열 6개월 만에 코트에 돌아오다
문성민의 체력은 현대캐피탈에서 단연 톱이다. 신의 은총도 입었지만 근성이 남다르다. 문성민은 2013년 대표팀에서 무릎 십자인대 파열이라는 치명상을 입었다. 배구선수에게 사형선고와 같은 부상을 문성민은 6개월 만에 극복하는 초인적 회복력을 보여줬다. 곁에서 지켜봤던 김 국장은 “6개월 만에 코트에 섰고, 2개월 만에 훈련장에 돌아왔다. 그때까지 재활훈련을 어떻게 했을지 상상이 가느냐?”고 반문했다. 치열함과 더불어 또 하나의 경이는 두려움이 없었다는 점이다. “대개 한번 아프면 선수는 또 다치는 것에 대한 공포가 있다. 그래서 벽을 못 넘어 재활이 지연된다. 그런데 문성민은 겁이 없었다.”
문성민은 자타공인 V리그의 아이콘 같은 존재다. 위상이 올라갈수록 배구를 위한 책무 같은 감정을 느낀다. “받은 만큼 배구에 돌려줘야한다”는 지론을 펴는 최 감독의 영향도 받았다. 문성민은 700득점을 달성한 뒤, 프런트에 한 가지 제안을 했다. “팬들에게 무언가 감사를 표시하고 싶다.” 상의 끝에 초콜릿 선물로 결정했다. 등번호(15번)에 맞춰 초콜릿 1500개를 구입, 정규시즌 홈 최종전인 8일 한국전력전에 천안 유관순체육관을 찾은 팬들에게 마음을 담았다. 문성민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천안 |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