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리그 남자부 챔피언결정전은 ‘비디오판독 시리즈’로 불릴 만하다. 3차전까지 비디오판독을 더 많이 요구한 팀이 모조리 이겼기 때문이다. 27일 열린 대한항공과 현대캐피탈의 챔프전 2차전 도중 진행된 비디오판독 장면. 인천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25일 1차전은 대한항공(3회 신청)이 현대캐피탈(1회 신청)보다 많았는데, 세트스코어 3-0으로 이겼다. 그 반대로 27일 2차전은 현대캐피탈(3회 신청)이 대한항공(1회 신청)을 앞섰는데, 세트스코어 3-2로 잡았다. 29일 3차전은 다시 뒤집어졌는데, 대한항공(4회 신청)이 현대캐피탈(2회)을 압도했고, 경기 결과도 세트스코어 3-1 승리였다.
비디오판독은 5세트 스페셜 판독까지 포함하면 한 팀이 최대 5번 신청할 수 있다. 4세트까지만 세면 4회까지 가능하다. 제한된 기회이기에 비디오판독은 결정적 순간 혹은 더 이상은 밀릴 수 없는 상황에서 주로 나온다.
실제 챔프전 비디오 판독도 흐름을 바꾸고 있는데 대한항공 박기원 감독은 3차전까지 8번의 신청 중에서 무려 6번의 오심을 끌어냈다. 1차전 1세트 23-24로 뒤지던 상황에서 나왔던 오버넷 비디오판독 신청은 시리즈 전체의 흐름을 반전시켰다. 자칫 1세트가 넘어갈 상황이 오심 판정으로 24-24로 바뀌었고, 결국 대한항공은 1세트를 27-25로 잡았다. 그 기세를 타고 대한항공은 1차전을 잡으며 ‘큰 경기 울렁증’을 털어냈다.
29일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2016-2017 NH농협 V리그‘ 천안 현대캐피탈과 인천 대한항공의 챔피언결정전 3차전 경기에서 대한항공 박기원 감독이 심판판정에 비디오 판독을 요청하고 있다. 천안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현대캐피탈은 6번의 신청 중 3번의 오심을 끌어냈는데 이 중 2개가 2차전 4세트에서 몰아서 나왔다. 10:10, 11:11 상황에서 거의 연속적인 비디오판독 신청을 걸어 성공시키며 리버스스윕의 기운을 끌어왔다.
대한항공이 흐름을 다시 가져온 것도 3차전 2세트와 3세트의 연속 비디오판독 성공이었다. 2세트에 2개, 3세트에 2개를 신청해 모두 오심을 끌어냈다. 박 감독은 경기 후 “이겼지만 오심이 너무 많았다”고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맥을 끊으며 반전에 성공한 뒤에도 박 감독은 양복 재킷까지 벗어가며 ‘추가 비디오 판독이 왜 없느냐’는 지속적 항의를 가했다. 규정을 모르지 않음에도 ‘선수 대신 감독이 싸워준다’는 심리전을 구사한 것이다. 비디오판독도 전술로 활용하는 두 감독의 고차원적 챔프전이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