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틸리케 ‘조건부 유임’…기술위, 확신없이 “일단 신뢰”

입력 2017-04-04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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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열린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회는 관심을 모은 울리 슈틸리케 A대표팀 감독의 거취를 유임으로 결정했다. 스포츠동아DB

플랜B에 대해선 언급도 없어

장고 끝에 내린 결론은 ‘조건부 유임’이었다. 2018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A조)에서 불안한 행보를 거듭해온 축구국가대표팀 울리 슈틸리케(63·독일) 감독이 ‘당분간’ 지휘봉을 더 잡게 됐다.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회(위원장 이용수)는 3일 경기도 파주 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에서 회의를 열고 슈틸리케 감독을 유임하기로 결정했다. 이 위원장은 “일단 슈틸리케 감독을 신뢰하기로 했다. 이전에도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은 항상 어려웠지만 결국 본선에 오르는 저력을 보였다. 다시금 다음 경기(카타르 원정·6월 13일)를 준비하도록 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아리송한 결론이라는 지적이다. 2014년 10월 취임한 슈틸리케 감독의 계약기간은 2018러시아월드컵까지다. 물론 아시아 최종예선을 통과하지 못하면 계약은 해지된다. 목표대로 월드컵 본선 직행 티켓을 확보(조 2위 이내)하면 최종예선은 9월 끝난다. 조 3위로 밀려나면 B조 3위와 아시아 플레이오프(PO)를 치른 뒤 북중미 4위와 대륙간 PO까지 거쳐야 한다. 11월까지 피 말리는 경쟁이 불가피하다.

서두에 ‘일단 신뢰’라는 표현을 쓴 이 위원장은 “남은 3경기는 비상사태다. 한 경기 한 경기에 따라 단계를 거친다. 또 다른 변화(경질 등)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기술위가 당장 경질 카드를 꺼낸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명확한 믿음을 보낸 것도 아니다. “지금은 감독에 대한 신뢰를 분명히 갖고 가겠다는 의미”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으나, 명쾌하진 않다.

이용수 기술위원장. 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슈틸리케 감독이 높은 평가를 받은 것도 아니다. 기술위의 결정이 ‘취임 이후 아시안컵과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최종예선 등을 종합적으로 보고 판단한 결과’라고 했음에도 많은 축구인들은 고개를 젓는다. 벌써 최종예선 7경기를 소화했고, 이미 2패(4승1무)를 떠안았다.

우려스러운 대목은 또 있다. 매 경기 결과에 따라 기술위의 논의가 이뤄진다고 했는데, 자칫 손도 못쓰는 상황을 자초할 수도 있다. 이 위원장은 사견임을 전제로 “그렇게(문제발생 후 경질 등) 되지 않길 바란다”며 “(경질) 가능성에 대한 준비는 기술위가 할 것”이라고 밝혔으나 불명확하다. 월드컵 본선행에 실패할 경우, 슈틸리케 감독은 떠나면 그만이지만 한국축구는 4년 뒤를 기약하며 암흑기를 보내야 한다. 마땅한 후임 사령탑 후보가 없어서인지, 지금의 대표팀을 정말 괜찮다고 보는 것인지 등 축구계와 팬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내용은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

한치 앞을 가늠할 수 없는 ‘슈틸리케호’의 미래만큼이나 기술위의 발표 또한 두루뭉술하고 애매하기만 하다. ‘사령탑 교체’를 위한 마지막 ‘골든타임’을 그대로 흘려보낸 대표팀의 미래는 과연 어떻게 될까.

파주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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