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장하고 늘씬한 남녀 배구 선수들의 시상식 패션이 멋스럽다. 특히 한복이 돋보였다. 6일 서울 더케이호텔에서 열린 V리그 남자부(왼쪽), 여자부 수상자들이 함께 수상을 기념했다.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문성민과 이재영은 6일 서울 강남구 더케이호텔에서 열린 ‘NH농협 2016~2017 V리그 시상식’에서 쟁쟁한 경쟁자들을 제치고 남녀부 정규리그 최우수선수상에 오르는 영광을 안았다. 기자단 유효투표수 29표 가운데 문성민이 14표를, 이재영이 20표를 챙겼다. 문성민은 지난 시즌에 이은 부문 2연패, 이재영은 2014~2015시즌 데뷔 이후 첫 수상이다.
● “이젠 토종의 시대” 2연패 문성민
이날 최대 관심사는 역시 남자부 MVP 트로피의 향방이었다. 대한항공의 정규리그 우승을 이끈 ‘쌍두마차’ 김학민과 한선수 그리고 역대 국내 선수 최초로 단일 시즌 700득점을 돌파한 문성민의 3파전 양상이 짙었다. 특히 대한항공과 현대캐피탈이 엎치락뒤치락 선두싸움을 벌였다는 점에서 전망은 더욱 안개 속으로 흘렀다. 마지막에 웃은 이는 문성민이었다. 문성민은 14표를 얻어, 각각 7표와 5표에 그친 김학민과 한선수를 손쉽게 제쳤다. 남자부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하지 못한 팀에서 MVP가 나온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올 시즌 그의 성적표를 살펴보면 문성민이 대한항공 경쟁자들의 벽을 어떻게 뛰어넘었는지 쉽게 설명이 된다. 라이트 문성민은 35경기에 나와 득점 6위(739득점)와 공격성공률 2위(54.62%), 서브 2위(세트당 0.511개)에 올라 공격 전 부문에 걸쳐 이름을 걸쳤다. 그간 남자부 MVP를 외국인선수들이 독점하던 시대를 2년 연속 끊어내며 본격적인 토종의 시대를 예고했다.
시상식의 대미를 장식한 문성민은 아들인 문시호 군을 힘껏 안아 올린 뒤 마이크 앞에 섰다. 그는 “물심양면으로 도와주는 구단 관계자들에게 우선 감사드린다. 특히 최태웅 감독님을 만나면서부터 상복이 터졌다. 선수들이 코트에서 즐겁게 뛰어다니도록 분위기를 만들어주셨다”면서 공을 스승에게 돌렸다. 이어 “스포트라이트를 매번 나만 받는 듯해 동료들에게 미안하다. 이 모든 상은 현대캐피탈 동료들 덕분”이라며 수상의 기쁨을 팀 전체와 함께 했다.
6일 서울 서초구 더케이호텔에서 열린 ‘NH농협 2016~2017 V리그‘ 시상식에서 남자부 정규리그 MVP에 선정된 문성민(현대캐피탈)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 데뷔 3년 만에 ‘1인자’ 오른 이재영
이재영은 이번 MVP 수상으로 실력과 인기면에서 모두 최고점을 받는 선수로 우뚝 서게 됐다. 14표를 획득해 7표의 알레나 버그스마(KGC인삼공사)를 더블스코어 차로 따돌렸다. 2014~2015시즌 흥국생명 유니폼을 처음 입고 신인상을 거머쥔 이재영은 올 시즌 최고의 기량을 선보여 팀의 정규리그 우승을 이끌었다. 실력과 더불어 쇼맨십 능력도 탁월해 늘 팀의 분위기를 끌어올리는 선수로 정평이 나있다.
데뷔 이후 성적은 꾸준한 오름세다. 이재영은 올 시즌 29경기에 나와 공격 6위(479득점), 공격성공률 8위(37.18%), 서브 8위(세트당 0.223개)로 주전 레프트로서 제몫을 다했다. 문성민과 마찬가지로 득점 부문에선 국내선수 중 1위를 차지했다. 비록 챔프전에서 쓴맛을 봤지만, 발전을 위한 값진 경험이 됐다는 평가다.
강렬한 빨간색 드레스로 한껏 멋을 낸 이재영은 무대 위에 올라 “꿈에 그리던 무대에서 큰 상을 받아 기쁘다. 떨려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수줍게 웃고는 “기회를 주신 박미희 감독님과 옆에서 늘 도움을 주는 동료들에게 고맙다고 말하고 싶다”며 수상소감을 남겼다.
6일 서울 서초구 더케이호텔에서 열린 ‘NH농협 2016~2017 V리그‘ 시상식에서 남자부 정규리그 MVP에 선정된 이재영(흥국생명)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고봉준 기자 shutout@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