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범현 전 감독은 포수 유망주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전국을 돌며 학생 선수들을 가르치고 있다. 누구의 지원도 없고,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일이지만 한국야구의 밀알을 위한 일이라며 헌신을 다하고 있다. 대구 경복중학교 선수와 열정을 다해 훈련하고 있는 조 전 감독 모습이 인상적이다.
그리고 5개월여가 흘렀다. 조 전 감독은 여전히 현장에 있었다. 수많은 관중이 환호성을 보내는 화려한 프로경기장은 아니다. 그러나 조 전 감독 같은 지도자가 절실히 필요한 곳이었다.
한국야구의 뿌리이자 미래인 전국의 중학교, 고등학교 야구장이 2017년 조 전 감독의 현장이다. 그는 아무도 알아주지 않고 어떤 지원도 없는 상황에서도 홀로 운전대를 잡고 몇 시간씩 운전하며 중학생, 고등학생 포수들을 만나고 있다. 처음에는 예전부터 잘 알고 지내던 아마추어 지도자들의 부탁으로 시작됐는데, 점점 소문이 나며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특별 과외 요청이 들어오고 있다.
조 전 감독은 “전문적으로 포수를 가르칠 수 있는 코치가 아마추어 팀에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그래서 한 명이라도 더 만나려고 한다”며 웃었다.
조 전 감독은 2017시즌 KBO리그가 개막한 4월 초에는 대구광역시에 머물고 있었다. 경복중학교와 경북고등학교 포수들과 함께 뒹굴고 토론하며 오랜 시간 그라운드에 머물렀다.
대구에 오기 전에는 경남 창원시에 다녀왔다. 3월 초에는 부산에 있었다. 도시는 다르지만 머무르는 장소는 똑 같다. 중학교부터 대학교까지 학생 야구선수들과 함께 직접 그라운드에서 땀을 쏟는다.
프로 감독 출신, 그것도 무려 11시즌이나 프로 팀을 사령탑에서 지휘했다.
일선 중고교 감독들도 매우 어려울 수 있다. 그러나 조 전 감독은 근엄하게 서서 말로만 가르치는 것이 아닌 선수와 마치 한 몸이 된 듯 블로킹과 송구, 포구 등 포수의 여러 동작을 열성을 다해 가르치고 있었다.
-프로에서 1332경기를 지휘한 감독이다. 또한 감독이 되기 전 이미 프로에서 국내 최고 포수 육성 전문가로 이름을 날린 명 코치 출신이다.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추는 것이 쉽지 않을 것 같다.
“절대 그렇지 않다. (눈을 반짝이며) 굉장히 좋은 자질을 가진 아이들을 자주 만나고 있다. 본인 스스로의 열정도 굉장히 높다. 같이 훈련을 하기 시작하면 서로 시간 가는 줄 모른다. 배우는 학생에게 열의가 느껴지면 가르치는 사람은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지치지도 않는다. 매일 있을 수 없으니까 하나라도 더 알려주고 가고 싶어서 그런지 끝나고 나면 시간이 훌쩍 지나 있다.”
-포수는 프로에서도 가장 육성이 어려운 포지션이다. 학생야구는 전문 지도자들이 매우 부족한 상황이다.
“타격 투수 파트에 비해, 포수 출신 코치가 그 학교에 없으면 전문적으로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없다. 스스로 독학하는 선수들도 많다. 그래서 요청도 많이 들어온다. 어떤 선수가 있을까 그런 궁금증에 한 학교라도 더 가려고 한다.”
-연속성이 매우 중요한데 한 곳에 머물 수 없어 아쉬움이 남을 것 같다
“반복적인 훈련을 통해 완전히 자기 것으로 만들 수 있는 기본기와 여러 동작을 가르치고 있다. 몇 시간 함께 하면 선수 스스로도 확 바뀌어 있는 것을 느낄 때가 있다. 그러면 신이 나서 더 열심히 잊어버리지 않으려고 훈련을 한다. 그리고 매우 중요한 부분인데 포수 출신 코치가 없을 때에는 수비파트 코치에게 포수를 훈련시키는 노하우를 최대한 알려주고 있다. 그래야 연속성이 있고 계속 이어져 갈 수 있다.”
-프로출신 감독으로 쉽지 않은 여정이다.
재미있게 하고 있다. 눈에 확 띄는 학생들을 만나면 어떤 선수로 성장할까 기대가 된다. 이들이 한국야구의 소중한 밀알이다. 학교에서 좋은 선수들이 많이 배출되어야 KBO리그도 더 수준 높은 경기를 팬들에게 선물하고 더 높이 발전할 수 있다. 야구인으로 당연한 일이다.”
조 전 감독은 식사대접이라도 하고 싶다는 학부형들을 뿌리치며 조용히 전국을 누비고 있다. 오히려 학생들과 함께 고생하고 있는 젊은 코치들을 격려하기 바쁘다. 재능기부, 그것만으로도 조 전 감독은 배가 부르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