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김성근 감독. 스포츠동아DB
한화 박종훈 단장. 사진제공|한화 이글스
# 얼마 전, 어느 야구계 인사이더에게 이런 말을 들었다. “한화의 2017시즌 최악 시나리오가 무엇일 것 같은가?” 감을 잡지 못하는 기자에게 그는 이렇게 말했다. “한화가 가을야구에 가는 상황에서 김 감독이 한화 구단에 모든 과오를 떠넘기며 본인은 명예롭게 떠나는 것이다.” 물론 숙원인 가을야구를 한화가 원하지 않을 리가 없다. 이 얘기의 방점은 ‘그 영광이 김 감독 개인에게 다 넘어가고, 한화 프런트는 방해꾼으로 전락하는 상황’에 찍힌다. 이제는 그 공과가 어느 정도 드러났지만 과거 LG가, SK가 그렇게 당했었다. 그렇다고 1년 수백억을 쏟아 부은 시즌이 망하기를 바라는 것은 조직인의 도리가 아니다. 이렇듯 한화 프런트의 2017시즌 포지셔닝은 힘들다. 이런 딜레마 속에서 한화는 포수 최재훈 트레이드 영입을 성사시켰다. 총액 330만 달러를 들여 오간도와 비야누에바를 사왔다. 강에다 돌멩이 던지는 기분이었던 한화의 약점들이 그렇게 어느새 메워지고 있다.
한화 최재훈. 사진제공|한화 이글스
# 김 감독의 박 단장 비토정서는 이제 말하면 지루할 지경이다. 문제는 이 탓에 한화가 역대 가장 완결성 있는 전력을 구축했음에도 거의 조명을 받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트레이드 시장에서 깡패’인 20대 포수를 데려온 것은 보통일이 아니다. 그러나 정작 최대수혜자라 할 김 감독은 “이미 트레이드 결정은 다 되어있었고, 나는 결과만 전해 들었다. 내야수가 필요하다고 한 것 외엔 특별히 전력보강에 대해 얘기한 게 없다”고 말했을 뿐이다. “어쨌든 프런트가 수고했다”는 말 한마디가 그렇게 힘든 것일까. 꼬인 관계를 단번에 풀 수 있는 계기가 왔건만 김 감독은 뿌리쳤다. 김 감독답게(?) 협업이 아니라 제로섬을 택한 것이다. 한화의 상승세에도 불구하고, TV 시청률이나 관중증가는 정체 혹은 소폭 상승이라고 한다. 김성근 감독의 가장 큰 약점인 확장성의 한계가 심화되기 시작한 셈이다. 한화가 야구를 잘할수록 김 감독이 프런트를 향해 ‘벼랑 끝으로 도발’할 가능성은 올라갈 것이다. 이래저래 한화 프런트가 딱하게 됐지만 어쩌겠는가. 그들이 택한 길인 것을.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