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피플] 2014년 SK 이명기와 2017년 KIA 이명기

입력 2017-05-03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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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기. 스포츠동아

KIA 외야수 이명기(30)는 KBO리그 역대 최다 연속경기안타 공동 3위 기록을 갖고 있다. 지금과 달리 SK에서 뛰던 2014년, 28연속경기안타로 팀 선배였던 박재홍이 2008년 세운 기록과 타이를 이뤘다.

이명기가 다시 한번 그때의 감을 향해 뛴다. 물론 유니폼이 바뀌었다는 큰 변화가 있다. 2일 고척 넥센전에서 이명기는 2번째 타석, 1-1로 맞선 2회초 1사 만루서 좌중간을 가르는 싹쓸이 3루타를 터뜨리며 14연속경기안타 행진을 이어갔다.

후속타자 안치홍의 짧은 중견수 뜬공 땐 과감하게 홈을 파고 들었다. 넥센 포수 주효상의 태그를 절묘하게 피하며 홈플레이트를 터치해 만든 ‘하이라이트 필름’은 덤이었다. 이명기의 원맨쇼에 힘입어 KIA는 2회부터 5-1로 도망가며 일찌감치 승기를 잡았다. 이날 기록은 4타수 2안타 3타점 1볼넷의 만점 활약이었다. 아직 규정타석에 진입하진 못했지만, 시즌 타율은 0.380(71타수 27안타)로 상승했다.

벌써 절반을 따라왔다. 2014년 7월 27일 문학 넥센전부터 9월 13일 문학 NC전까지 28연속경기안타를 기록할 때만 해도 이명기는 SK 외야의 미래로 꼽혔다. 2014년 1군에서 83경기에 나서 타율 0.368·4홈런·28타점으로 두각을 드러냈고, 2015년엔 137경기에 나서 타율 0.315·3홈런·35타점·22도루를 기록하며 처음 풀타임을 소화했다.

그러나 지난해 99경기서 타율 0.272·1홈런·22타점·14도루로 하락세를 보였고, 올 시즌엔 새로 부임한 트레이 힐만 감독이 이명기를 1군 전력으로 보지 않았다. 결국 개막전 하루만 1군에 머물고 2군에 내려가야 했고, 지난달 7일 4대4 트레이드로 KIA 유니폼을 입었다.

KIA 이적 후, 잊혀졌던 이명기의 진가가 다시 드러나기 시작했다. 그는 “심리적으로 편안한 것 같다. 타격포인트를 앞으로 가져가 타구스피드 등이 좋아졌다. 오른쪽 어깨가 일찍 열리는 걸 SK에서도 수정하고 있었는데 여기 와서 생각대로 더 잘 되고 있다”며 웃었다.

이어 “팀 성적이 좋으니까 내가 할 역할만 생각하고 있다. 트레이드될 때는 팀에서 활용가치가 떨어져 보인다 생각했다. KIA에 온 뒤 감독님께서 좋은 선수가 많은데 내게 계속 기회를 주시니 잘하지 못하더라도 열심히 한다는 걸 보여드리고 싶었다”고 털어놨다.

김기태 감독은 원칙을 중시하지만, 그만큼 선수들에게 자율을 준다. 권리와 의무, 자유와 책임의 균형이 선수단을 지탱한다. 이명기 역시 “정해진 게 있고 벌금도 세지만, 그 외엔 자유롭고 선수들에게 맞춰준다”며 새로운 팀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우리 팀엔 워낙 잘 치는 선수들이 많으니까 배울 점이 많다. 대화를 많이 하는데 상대의 특정 구종을 노린다기보다 단순하게 치는 쪽으로 얘길 한다. 라인업에 저보다 적게 뛴 선수가 거의 없다. 다들 1000~1500경기 뛰지 않았나”라며 혀를 내둘렀다.

이적 후 5번째 경기인 14일 광주 넥센전부터 연속 경기 안타가 이어지고 있다. 벌써 28경기의 절반인 14경기다. 이명기는 “그때만큼 감이 좋은 건 아니다. 지금은 정신적으로 꼭 쳐야 한다는 생각으로 하고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경기 후에도 그는 “아직 시즌 초반이기 때문에 지금 타율은 완전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5월까지 유지할 수 있도록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타격코치님과 감독님께서 항상 헛스윙을 두려워하지 말라고 하신다. 게임에 내보내주시고 타석에서 자신감 있게 스윙하라고 격려해주시는 것이 지금 좋은 타격감의 근원인 것 같다. 항상 개막전 같은 마음으로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고척 | 이명노 기자 nirvan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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