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와 넥센의 뒤바뀐 천적관계, 달라진 호랑이

입력 2017-05-03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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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김기태 감독. 스포츠동아

정확히 ‘천적관계’가 뒤바뀐 느낌이다. KIA가 넥센에게 철저히 당했던 지난 3년간의 아픔을 이겨내고, 4전 전승으로 넥센을 괴롭히고 있다.

KIA의 넥센 상대 열세가 시작된 건 2013년부터다. 2012시즌만 해도 넥센 상대로 12승1무6패로 우위를 점했다. 2013년 7승9패를 시작으로, 2014년과 2015년 4승12패, 지난해 5승11패로 처참하게 당했다. 2014년부터 3년간 13승35패로 승률 0.271에 그칠 정도. 넥센만 만나면 KIA는 호랑이군단답지 않게 작아지기만 했다.

그러나 올해는 다르다. 4차례 만나 4승을 챙겼다. 지난달 14일부터 16일까지 광주 3연전을 싹쓸이하면서 무려 4년 8개월만에 스윕으로 산뜻하게 출발했다. 장소를 고척스카이돔으로 옮긴 2일 경기에서도 9-3으로 승리하며 4전 전승을 기록했다.

NC를 만나 2연패에 빠진 KIA와 4연승을 달리던 넥센, 이번엔 다를 수도 있었다. 특히 지난해 고척에서 열린 8경기서 1승7패의 참담한 성적표를 받아든 만큼, ‘고척 징크스’도 탈피해야 했다.

그러나 뒤바뀐 천적관계는 무서웠다. 선발 복귀 후 3연속 퀄리티스타트(6이닝 이상 투구 3자책점 이하)를 이어가던 넥센 선발 한현희를 초반부터 두들겼다. 1회 상대실책과 김주찬의 적시타로 선취점을 올린 KIA는 1-1 동점이 된 2회 1사 만루서 터진 이명기의 싹쓸이 3루타와 이어진 안치홍의 희생플라이로 5-1로 도망갔다. 이후 최형우의 솔로홈런과 상대실책으로 7-1까지 도망가 일찌감치 승기를 잡았다.

KIA 선발 헥터 노에시는 6.2이닝 9안타 1볼넷 8탈삼진 3실점하며 시즌 6번째 등판에서 6승째를 수확했다. 경기 후 헥터는 “지난해 우리팀이 고척에서 성적이 좋지 않았지만, 신경 쓰지 않고 내 투구를 하려고 노력했다. 전반적으로 좋은 컨디션 속에 투구를 했고, 6회부터 체력적으로 조금 힘들어 위기를 맞았던 것 같다”며 고척 징크스를 신경 쓰지 않았다고 말했다.

천적관계는 심리적인 우위에서 출발한다. 지고 있어도 좀처럼 질 것 같지 않은 기분이 선수단을 감싸면서 정신적인 힘이 경기력으로 발현되기 마련이다. 지난해까지 KIA를 둘러싼 ‘넥센 포비아’가 이젠 넥센에게 ‘KIA 포비아’로 다가갈지 지켜볼 일이다.

고척 | 이명노 기자 nirvan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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