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하인드 베이스볼] 이형종-나성범, 투수 출신 타자들이 말하는 장단점

입력 2017-05-04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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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수 시절 이형종-2015 플레이오프 5차전에서 깜짝 등판했던 나성범(오른쪽). 사진제공|LG 트윈스·NC 다이노스

LG 이형종(28)과 NC 나성범(28)의 공통점은? 바로 투수 출신 타자라는 점이다. 나성범은 “아마추어 시절에만 투수를 하고 프로에서는 타자로만 뛰었기 때문에 큰 장점은 없는 것 같다”고 겸손하게 말했지만, 그는 연세대 시절 이름을 떨치던 좌완에이스였다. 이형종도 2007년 대통령배고교야구 결승전에서 끝내기 안타를 허용한 뒤 마운드에 주저앉아 눈물을 흘려 ‘눈물의 왕자’라는 별명을 얻었던 서울고 에이스였다. 그러나 이들은 현재 타자로 뛰고 있다. 보직 변경의 어려움을 딛고 팀을 대표하는 타자로서 자리매김했다.


● 투수 출신 타자이기에 유리하다

투수 출신 타자들 중에 KBO리그를 대표하는 선수들이 꽤 있었다. 이대호(35)는 경남고, 추신수(35·텍사스)는 부산고에서 투수로 각각 롯데와 메이저리그 시애틀로 입단했다. ‘국민타자’ 이승엽도 1995년 삼성에 입단 당시 포지션은 투수였다. 그러나 이들은 타자로서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무대까지 장악하며 한국프로야구사에 한 획을 그었다. 최근에는 나성범, 이형종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의 보직 변경 이유는 부상, 구단 방침 등 각기 다르지만 투수에서 타자로의 변신에 성공했다는 게 같다.

지난 2011년 경남고 대 부산고 라이벌 매치에서 투수로 등판했던 이대호. 스포츠동아DB


전문가들은 투수 출신 타자들의 장점으로 수읽기를 꼽는다. 투수 출신 타자의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꼽히는 NC 이호준도 “상대 배터리(투수+포수)의 볼배합을 읽는데 도움이 된다”며 “아무래도 투수를 해봤기 때문에 이런 상황에서는 이런 공을 던지겠다는 예상을 하면 어느 정도는 맞아떨어진다. 타자만 했던 선수보다 노림수 타격이 유리한 부분이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이형종은 투수의 심리를 이해하는 폭이 큰 점을 장점으로 꼽았다. 그는 “볼 배합은 포수사인일 수 있고, 투수사인일 수 있지 않느냐. 또 타자만 해도 수읽기에 능한 분들이 많다. 투수를 해봤다고 해서 반드시 유리한 것은 아니다”며 고개를 저었지만 “투수를 해봤기 때문에 어떤 상황이 벌어졌을 때 그 마음을 조금은 알 것 같다. 경기 중에 어떤 상황이 벌어지면 아무래도 치고 싶은 욕심이 생기는데 스스로 ‘이럴 때는 투수가 더 쫓기니까 타석에서 더 침착하자. 내가 서두를 필요가 없다’며 마인드컨트롤을 한다. 그런 투수의 심리를 아는 건 장점인 것 같다”고 말했다.

타자로 활약중인 LG 이형종-NC 나성범(오른쪽). 스포츠동아DB



● 투수 출신 타자이기에 어렵다

물론 투수 출신 타자들이 반드시 유리한 것만은 아니다. 나름의 고충이 있다. 이형종은 “일단 투수를 내려놓는 게 가장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투수는 그라운드 위 가장 높은 곳에서 공을 던진다. 가장 외롭지만 그만큼 중요한 보직이다. 글러브 대신 방망이를 드는 결정이 쉽지만은 않다는 게 투수 출신 타자들의 한 목소리였다. 주위 시선과도 싸워야한다. ‘투수가 안 돼서 타자를 하려는 것 아닌가’, ‘투수가 타자를 할 수 있겠는가’라는 따가운 눈총이 따라온다. 야수들 입장에서는 경쟁자 한 명이 더 느는 일이니 달가울 리 없다. 이형종은 “투수를 하다가 부상 때문에 타자로 전향했지만 ‘안 되니까 한 번 타자를 해보자’는 안일한 생각으로 한 건 아니다. 안 되면 마지막이라는 마음으로 더 이를 악물고 훈련했다”며 “오기로 버텼던 것 같다. 더 절실하게 매달렸다”고 말했다.

2008년 투수에서 타자, 2010년 타자에서 다시 투수로 보직을 바꾼 경험이 있는 LG 김광삼 육성군 재활코치의 조언은 큰 힘이 됐다. 김 코치는 자신과 같은 선택을 한 이형종에게 “다시 투수로 돌아올 생각을 하지 말라”고 진심 어린 충고를 했다. 이형종도 “코치님께서 좋은 얘기를 정말 많이 해주셔서 도움이 많이 됐다”며 “타자로서 아직 부족한 부분이 많지만 진짜 이게 끝이라는 마음으로 임하고 있다. 앞으로도 열심히 훈련하겠다”고 다짐했다.

잠실 |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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