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의 숨은 고민, ‘사우스포 포비아’

입력 2017-05-05 08:4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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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전준우, 사진=스포츠동아DB

롯데의 숨은 고민, ‘사우스포 포비아’

롯데는 좌투수에 강한 팀일까? 일단 통계를 살펴보자.

3일까지 좌투수 상대로 롯데 팀 타율은 0.303이다. 한화(0.307)에 이어 전체 2위다. 반면 우투수 상대로는 0.266으로 전체 7위에 불과하다. 같은 기간, 옆구리투수 상대로 팀 타율은 0.303(전체 2위)이었다. 즉, 기록만 보자면 롯데는 옆구리투수와 좌투수보다 우투수를 어려워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 세상에서 가장 고약한 거짓말이 통계라고 한다. ‘숫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고정관념에 함몰되면 내재된 본질을 놓칠 수 있다.

롯데의 좌투수 타율을 4월10일부터 최근인 5월3일까지로 압축해 뽑아내면 통계는 달라진다. 좌투수 상대 팀 타율 0.250으로 전체 꼴찌다. 이 기간 롯데 타선은 좌투수 상대로 148타수 동안 단 1개의 홈런도 쳐내지 못했다. 장타율은 0,318, 출루율은 0.362로 바닥이다. 4월10일은 롯데 리드오프 우타자 전준우가 옆구리 근육 파열로 나오지 못한 시점이다.

결국 롯데가 시즌 초반 반짝 장세 때 엄청 벌어놓은 공격 데이터 덕분에 통계가 다소간 왜곡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당시 이대호의 타격감이 정점을 찍었고, 전준우도 다치기 전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평균’에 수렴하며 롯데는 좌투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실제 4월10일 이후 롯데의 핵심타자인 이대호(0.231), 강민호(0.111)의 좌투수 상대 타율은 치명적이었다. 외국인타자 번즈도 0.154로 취약했다. 이러다보니 상대팀들은 롯데만 만나면 좌투수 투입을 주저하지 않는다.

오히려 손아섭(0.316), 김문호(0.300) 등이 좌투수 대응을 잘했는데 좌타자로서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본다. 특히 외야는 손아섭~김문호~이우민(나경민) 등 좌타자 일색이다. 좌투수가 나오면 타순 짜기가 어려워진다. 이대호 앞에 주자를 최대한 모아야 한다는 대명제가 흔들리기 일쑤다.

전준우가 돌아올 때까지 롯데는 버텨야 한다. 이것은 바꿔 말하면 좌투수 공포증을 해결해야 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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