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 데뷔 9년 차에 접어든 김은정은 자신만의 목표를 향해 한걸음씩 전진하고 있다. 늦게 시작한 만큼 투어에서 더 오랫동안 뛰며 경쟁하기 위해 땀을 흘리고 있다. 지난달 KG이데일리레이디스오픈에 출전한 김은정의 티샷. 사진제공 | KLPGA
KG이데일리 공동97위…올해도 2부행
“가족같은 후원사와 아빠의 헌신 큰 힘
더 열심히 준비해서 꼭 다시 올라간다”
“투어에서 경쟁하는 것 자체가 즐겁다.”
프로 9년 차 김은정(28)은 뒤늦게 골프의 매력에 빠졌다. 2009년 프로가 돼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 뛴 건 겨우 2년 밖에 되지 않는다. 나머지 시간은 모두 2부투어에서 생활했다. 그럴수록 ‘골프를 그만 둬야 하나’라는 고민에 빠진 적도 있다. 그러나 쉽게 골프채를 내려놓지 못하는 이유는 점점 골프가 좋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김은정은 중학교 1학년이 돼서 골프를 시작했다. 처음엔 선수를 할 목적도 아니었다. 그러다보니 내세울 만한 성적도 없다. 국가대표나 상비군에 발탁된 적도 없고, 우승트로피 한번 들어올린 적이 없다. 김은정은 “우승이라고 해봐야 경기도 대회에서 딱 한번 해봤다. 그 뒤로 우승이란 걸 해보지 못했다”며 쑥스럽게 웃었다.
강자들이 넘쳐나는 투어에서 살아남기란 여간 쉬운 일이 아니었다. 늦게 골프를 시작한 탓에 컷 탈락하는 일이 반복됐고, 어쩌다 정규투어 시드를 획득해도 경쟁에서 버티지 못했다. 작년에는 왼 손등 부상까지 당하면서 더 힘든 시간을 견뎌내야 했다. 하지만 김은정에게 포기란 없다.
김은정은 “2년 전 시드전에서 탈락했을 때는 ‘계속해야 되나’라고 심각하게 고민했다. 그러던 중 작년부터 대회에 나와 경쟁하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알게 됐다. 그 후로 골프에 대한 욕심이 더 생겼다”고 자신만의 목표를 향했다.
김은정은 올해도 2부투어에서 생활해야 한다. 지난해 부상으로 시드 예선전에서 탈락하는 바람에 정규투어에 나올 수 있는 자격을 획득하지 못했다. 4월 30일 끝난 KG이데일리레이디스오픈에는 추천으로 출전 기회를 잡았다. 그러나 오랜만에 나선 정규투어무대는 만만하지 않았다. 공동 97위에 그치면서 또 한번 높은 벽을 실감했다.
김은정은 실망하지 않았다. 그는 “부족한 것이 무엇인지 보완할 점은 무엇인지 다시 한번 알게 된 경기였다”면서 “우승보다 계속 골프와 인연을 맺으면서 투어로 복귀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그것마저 욕심처럼 보일 수도 있겠지만, 나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기고 싶다”고 다짐했다.
어느덧 데뷔 9년을 넘기면서 그에 대한 관심도 크게 줄었다. 그러나 여전히 기대를 하고 있는 부모님과 골프를 계속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있는 후원사의 지원은 김은정에게 더 힘을 내게 한다. 그는 “아빠는 지금도 제 백을 메주신다.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알기에 그런 아빠의 모습을 보면 가슴이 찡하다. 아빠에게 우승보다 조금씩 성장하는 딸의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며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또 “2013년부터 후원을 해주고 있는 CMS(센트럴메디컬서비스㈜)는 물질적인 지원은 물론 가족 같은 마음으로 응원해주신다. 소속선수로서 작은 보답이라도 드리고 싶은 마음이다. 그래서 골프를 포기할 수 없다”고 각오를 더 단단히 했다.
투어는 점점 더 젊어지고 있다. 18∼20대 초반의 젊은 선수들이 장악하고 있다. 어느덧 28세가 된 김은정에겐 다소 벅찬 경쟁이다. 하지만 김은정은 “계속 도전하겠다”며 이를 악물었다. 김은정은 “4∼5년 만 하더라도 후배들에게 밀려 자리를 잃을까봐 걱정을 했다. 또 부럽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스트레스에서 벗어났다. 성적도 중요하지만 좋은 선수들과 경쟁하는 것만으로도 목표를 갖게 된다”고 말했다.
김은정을 언제 다시 정규투어 무대에서 볼 수 있을지는 모른다. 다시 2부투어로 내려간 그는 긴 싸움을 시작했다. 오랜만에 나선 정규투어 무대에서 컷 탈락이라는 아쉬운 성적표를 받아든 김은정은 “더 열심히 준비해서 다시 올라오겠다”며 다음을 기약했다.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