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트레이 힐만 감독이 서진용에서 박희수로 마무리를 교체했다. 힐만 감독은 서진용의 문제로 공격성과 구위를 뒷받침만한 안정감이 부족하다고 판단해 결국 결단을 내렸다. 스포츠동아DB
● 컨트롤과 커맨드의 차이
컨트롤은 흔히 제구력으로 통칭된다. 통상적인 선에서 얘기하면 컨트롤은 스트라이크를 넣는 능력이라 할 수 있다. 9이닝 당 삼진 혹은 볼넷 비율, 삼진: 볼넷 비율 등의 데이터를 통해 투수의 컨트롤을 측정할 수 있다. 서진용은 15일까지 17.1이닝 동안 20개의 삼진을 잡아냈다. 볼넷은 6개를 내줬다. 9이닝 당 삼진 비율은 10.38개(볼넷 비율은 3.12개)에 달한다. 3.33삼진을 잡을 때 1볼넷을 내준 꼴이다. 공격적 투수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서진용의 9이닝 당 피안타는 9.87개(피안타율 0.275)다. 피장타율은 0.406이다. 17.1이닝에서 19안타를 맞았고, 이 가운데 홈런이 2방, 2루타가 3방이었다. 다시 말해 서진용은 ‘스트라이크는 넣지만 마음먹은 지점에 공을 꽂는 커맨드가 약했다’는 해석이 도출된다. 커맨드는 설령 볼일지라도 포수와 약속된 지점에 공을 넣는 능력이라고 힐만 감독은 풀이한 셈인데, 여기서 서진용은 한계를 드러낸 것이다. 공격성과 구위를 뒷받침할 디테일과 안정감이 25세 투수에게는 아직 충만하지 못한 셈이었다.
SK 서진용. 스포츠동아DB
● 커맨드도 측정할 수 있을까?
보편적 의미의 커맨드도 통계로 추출해낼 수 있을까? 메이저리그에서는 이 추상적인 작업을 실행하는 툴(tool)을 갖춘 것으로 알려졌다. 포수의 처음 미트 위치와 포구 시 위치 변화의 차이를 수치로 변환시킨 작업이다. 그러나 KBO리그 범위에서는 ‘아직’이다. 통계전문회사 스포츠투아이는 “이 데이터의 유의미성 여부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투구추적시스템으로 알려진 PTS를 통해 이미 스포츠투아이는 투구의 종속, 궤적, 회전수 등을 측정하고 있다. 커맨드를 객관적으로 뽑아낼 수 있는 방식을 아직 찾지 못했을 뿐, 로(raw) 데이터 자체가 부족하진 않은 것이다. 결국 힐만 감독의 SK도 아직은 커맨드와 컨트롤의 차이를 인지할 뿐이다. 그러나 이 자체만으로도 일정부분 혁신적이다. KBO리그도 점점 미지의 영역을 개척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