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은 2일 베테랑 수비수 신광훈(오른쪽 3번째)과 재계약했다. 구단은 신광훈의 경험과 리더십을 믿고 동행을 결정했다.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K리그 구단들이 속속 베테랑들과 계약을 연장하고 있다. 그들의 경험과 리더십을 믿기 때문이다.
대구FC가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지난달 초 ‘삼바 듀오’ 세징야(36), 에드가(38)와 동행을 결정했다. 둘은 나란히 대구의 지난 시즌 대미를 장식했다. 세징야는 갈비뼈 부상을 안고 뛴 지난해 11월 28일 충남아산과 K리그 승강 플레이오프(PO) 원정 1차전에서 멀티골을 터트리더니, 3일 뒤 홈 2차전에선 선제골로 팀의 1부 잔류를 이끌었다. 에드가 역시 승강 PO 2차전 득점으로 제 몫을 했다.
대구는 겨울이적시장 개장에 앞서 세징야와 에드가의 재계약을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구단은 이들의 ‘에이징 커브’에 대한 우려보다 경험과 실력을 믿기로 했고, 결국 올해도 함께 하기로 했다.
수원FC는 노련한 수비수 이용(39)과 계약을 연장했다. 2014브라질월드컵~2018러시아월드컵에 나서고, 울산 HD~전북 현대를 거치며 탄탄하게 경력을 쌓은 그는 2022년 수원FC 유니폼을 입었다. 지난 시즌에는 김은중 감독의 지휘 아래 주장 완장을 차고 팀의 K리그1 5위 돌풍을 이끌었다.
포항 스틸러스는 베테랑들과 줄줄이 재계약하고 있다. 구단 역사상 최초의 외국인 주장 완델손(브라질)은 물론 윙어 김인성(이상 36)과 계약을 연장한 데 이어 1일에는 수비수 신광훈(38)과 인연을 이어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박태하 포항 감독에게 지난 시즌은 고참 선수들의 가치를 크게 느낀 계기였다. 지난해 포항은 선수단이 크게 바뀌어 시즌 초반 불협화음이 우려됐으나, 고참급 선수들이 중심을 잘 잡아준 덕분에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다.
중요할 때 더욱 존재감을 드러냈다. 지난해 11월 30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울산을 3-1로 꺾고 코리아컵(옛 FA컵)을 제패한 직후 박 감독은 가장 먼저 ‘고참들’을 언급했다. “올 시즌 초반만 하더라도 우리 팀은 60%밖에 보여주지 못했다. 어려운 한 해였다”며 “김인성, 신광훈과 같은 고참 선수들의 공이 컸다. 팀 분위기를 잘 만들어줬다”고 칭찬했다.
검증된 노장은 다른 팀에서도 눈독을 들일 정도로 가치가 높다. 대전하나시티즌은 국가대표 공격수 주민규(35)를 울산에서 데려올 계획이다. 황선홍 감독 아래 지난해 3월 A매치 데뷔전을 치른 주민규는 국가대표의 한을 풀게 해준 은사와 재회를 앞두고 있다. 최근 스포츠과학의 발달 덕분에 길어진 선수 커리어와 함께 팀의 구심점 역할을 맡는 베테랑의 중요성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백현기 기자 hkbaek@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