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일 서울 논현동 KBL센터에서 삼성 주희정 은퇴 기자회견이 열렸다. 주희정이 아들 주지우, 오동석 삼성단장, 이상민 삼성감독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주희정은 KBL 20시즌동안 통산 1,110경기에 출전해 9,128득점, 5,734어시스트, 1,584스틸을 기록하는 금자탑을 쌓았다.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어려서부터 몸에 밴 습관이 쉽게 안 고쳐지는지 ‘미련한 놈’은 나이 마흔이 넘어서도 밤에 개인훈련을 했다. “적당히 좀 하라”고 잔소리를 했더니, “경기도 많이 안 뛰는데 이렇게 안 하면 몸에 힘이 넘쳐 잠이 안 온다”며 웃었다. 비시즌에 전화해서는 “어디 농구할 때 없느냐”고 해서 동호인들이 농구하는 곳에 함께 간 적도 있다. 2015∼2016시즌에는 갈비뼈가 부러졌는데도 숨기고 경기에 출전했고, 한 번 더 이겨보겠다고 후배 한 명을 데리고 잠실체육관을 따로 찾아 슛 연습까지 한 ‘농구에 미친 놈’이다.
그만큼 농구에 대한 열정이 넘치는 주희정이 선수생활을 마감했다. 쉽지 않은 결정을 했다. 은퇴를 결심하기 전 “지금이 좋은 때인 것 같다”고 권유했지만, 모든 결정이 내려진 뒤 시간이 흐를수록 미안해졌다. ‘더 하고 싶었는데 내가 괜히 부추겼나’ 싶었다. 경기장에서 만나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던 친구를 당분간 코트에서 볼 수 없다는 생각에 아쉽기도 했다. 은퇴 기자회견 하루 전인 17일 “(기자회견에) 올 거지”라는 물음에 “못 갈 것 같으니 나중에 보자”라고만 답했다. 미안한 마음이 한 구석에 남아있어 갈 수 없을 것 같았다. 게다가 울게 뻔한데, 그 모습도 보고 싶지 않았다.
20년 넘게 옆에서 지켜본 주희정은 ‘진정한 프로’다. 농구에서만큼은 ‘대충’이 없다. 훈련을 더 하면 했지, 거르는 법은 없었다. 안 되면 될 때까지 했다. 30대 중반 이후로는 “나이가 먹을수록 살이 찌면 안 된다”며 비시즌 동안 체중관리까지 했다. 그렇게 힘겹게 달려온 만큼 이제는 모든 것을 내려놓고 여유를 찾을 때도 됐다.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는데 아직 못했다. “친구야, 이제는 마음껏 푹 쉬자. 그동안 진짜 수고 많았다.”
최용석 스포츠1부 기자 gty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