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 말고 나를 잡아라!…조영욱이 전력질주를 하는 이유

입력 2017-05-25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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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20 대표팀 조영욱. 스포츠동아DB

■ 이승우·백승호 돕는 빛나는 조력자

상대 수비 끌고다니는 주전 스트라이커
“전력질주 힘들 땐 팬들 함성으로 버텨
골 넣은 형들 부럽지만 팀이 더 중요해”


축구에서 원톱 스트라이커는 가장 주목을 많이 받는 포지션이다. 승리를 결정짓는 골잡이 역할을 맡고 있기 때문이다.

신태용(47) 감독이 이끄는 20세 이하(U-20) 대표팀은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 코리아 2017’ 조별리그(A조) 2경기에서 총 5골을 폭발시켰다. 한국의 주전 스트라이커는 막내 조영욱(18·고려대)이다. 조영욱은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기존 스트라이커의 이미지를 갖고 있진 않다. 이번 대회에서 그는 공격 2선의 이승우(19)와 백승호(20·이상 FC바르셀로나)를 돕는 조력자 역할을 소화하고 있다. 그럼에도 조영욱은 찬란하게 빛나고 있다.

U-20 대표팀 조영욱. 스포츠동아DB



● 빛나는 조연 조영욱

‘바르샤 듀오’ 이승우(2골)와 백승호(2골)는 나란히 조별리그 1·2차전에서 연속골을 뽑았다. 이들은 골을 넣을 때마다 개성 넘치는 세리머니까지 펼치며 팬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자연스럽게 언론의 관심도 이들에게로 집중됐다. 특히 이승우에게는 연일 취재진의 인터뷰 요청이 쏟아지고 있다.

반면 조영욱의 골 소식은 없다. 20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기니와의 A조 1차전 전반 45분 이승우의 패스를 받아 골을 터트렸지만, 비디오판독 결과 이승우가 엔드라인을 살짝 넘어간 볼을 패스로 연결한 것으로 드러나 무효가 되고 말았다. 아직 골은 없지만, 공헌도는 이승우와 백승호 못지않다. 조영욱은 23일 아르헨티나와의 조별리그 2차전에서 1-0으로 앞선 전반 40분 김승우(19·연세대)의 롱패스로 맞은 공격 찬스에서 상대 골키퍼와의 충돌을 두려워하지 않고 과감하게 헤딩을 시도해 페널티킥을 얻어냈다. 이를 백승호가 침착하게 추가골로 연결했다. 백승호는 “이 골은 (조)영욱이가 넣은 것이나 마찬가지다”며 아우에게 수훈을 돌리기도 했다.

U-20 대표팀 조영욱. 스포츠동아DB



● 힘들어도 뛸 수밖에 없다!

신태용 감독이 경기 중 조영욱에게 가장 강조하는 부분은 상대 수비라인을 끌어내는 것이다. 최전방에서 많이 움직이라는 주문이다. 원톱의 움직임에 따라 상대 수비라인의 위치도 바뀐다. 그래야 미드필더들이 기습적으로 침투패스를 할 수 있는 공간이 생긴다.

조영욱은 “감독님이 경기 중에도 자주 상대 수비라인을 끌어내리도록 위치를 잡아주신다. 짧은 움직임보다는 길게 많이 뛰어야 해서 스프린트(전력질수) 횟수가 많은 편이다. 그래서 체력소모가 심하다. 2차전(아르헨티나전)에선 후반 15분쯤 고비가 왔다. 힘이 들었는데, 팬들의 환호성을 들으니 안 뛸 수가 없더라. 자연스럽게 이를 극복하고 뛰었다”며 웃었다.

아직 어리지만 의젓한 태도는 듬직하기 그지없다. 조영욱은 “1차전에선 골 욕심이 있었지만, 지금은 팀 승리가 더 중요하다. 골을 넣은 선수가 부각되면 부럽기도 하지만, 팀이 이기면 그것만으로도 기분 좋다. 잉글랜드와의 3차전(26일)은 조 1위 여부가 걸린 경기다. 팀이 이기도록 돕고 싶다”고 다짐했다.

정지욱 기자 stop@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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