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베이스볼] ‘5월 정복자’ kt 오정복의 열정과 진심 사이

입력 2017-06-05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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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오정복은 이름 그대로 5월 KBO리그를 정복한 남자다. 2009년 삼성에서 데뷔해 2013년 2차드래프트, 2015년 트레이드를 통해 NC, kt로 2차례 이적을 경험한 그는 점점 심해질 상대팀의 견제에 대해서도 “그러면 더 좋을 것 같다. 그만큼 어려운 선수가 됐다는 뜻이니까”라고 할 정도로 멘탈이 강해졌다. 스포츠동아DB

kt 위즈 외야수 오정복(31)은 5월의 정복자였다. 오정복은 5월 24경기에서 타율 0.432(88타수 38안타)를 기록했다. 5월 출루율은 0.468이었다. 이 기간 KBO리그에서 가장 많은 안타를 쳤고, 타율-출루율 전체 1위였다. 이런 활약에도 5월 MVP 투표에서는 정작 1표도 얻지 못했지만 “후보에 오른 것만으로도 영광”이라고 말했다. 오정복은 3일 사직 롯데전 멀티안타로 시즌 타율 4할(125타수 50안타)도 정복했다. 4일 멀티히트로 타율은 0.409까지 올라갔다. 규정타석을 채우지 못했지만 장외 타격왕인 셈. KBO리그의 ‘블랙스완’은 이제 세상의 편견을 딛고, 자신만의 날개를 펼쳐 보이고 있다. 조심스러웠지만 당당한 오정복의 이야기를 선입견 없이 경청할 때다.


● “몸 아파도 좋으니 야구 한번 잘해보고 싶다”

-5월에 왜 갑자기 야구가 잘 된 것일까?


“김진욱 감독님의 관리와 코치님들의 조언 덕분이다. 경험이 쌓이다보니 투수와 싸우는 법을 좀 아는 것 같다.”


-몰아치기가 아니라 꾸준히 안타를 생산하고 있다.

“전반기라 아직 힘이 남아있다. 배트스피드가 유지되고, 힙턴(hip-turn)이 수월하다. 타구의 질(퀄리티)과, 타격 집중력도 좋다.”


-안타가 안 되어도 타구 질이 좋으면 괜찮나?

“물론 빗맞아도 안타가 되면 좋다. 야구는 결과로 말하고, 기록 싸움이니까. 잘 맞은 타구가 잡히면 기분이 좋진 않다. 그러나 다음 타석에서 가능성이 생기는 것이다. 타구 질이 좋아야 수비가 잡기 힘드니까. 어떻게 강하게 칠 수 있을까 늘 연구한다.”


-그 감을 어떻게 몸에 간직할까. 정점을 경험해봤다면 이제는 유지가 관건이다.

“최대한 좋았을 때의 감을 잊지 않으려고 거울보고 연습하고, 영상보고 연구하고, 타격코치 두 분의 조언을 듣는다. 동료들과 서로 타격폼을 봐주며 물어본다. 스스로 생각 많이 한다. 좋을 때, 안 좋을 때가 있는 것이 야구다. 기복을 줄이려는 나름의 노하우를 만들고 있다. 몸의 스피드가 안 떨어지게 웨이트 트레이닝 꾸준히 하고, 러닝도 많이 뛰려고 한다. 루틴을 최대한 지키려고 한다.”


-코믹한 이미지와 달리 야구에 대해 진지한 것 같다.

“겉모습이 웃고 다니니까 그렇지, 야구할 때만큼은 누구 못지않게 진지하고, 열정으로 가득 찬 것 같다. 어렸을 때부터 납득할 때까지 하는 스타일이었다.”


-그러다 몸이 축날 수도 있다.

“아파서 야구 그만두나, 못해서 그만두나 똑같지 않나? 몸 아파도 야구 한번 잘해보고 싶다.”

kt 오정복. 스포츠동아DB



● “거듭된 이적이 나를 강하게 단련시켰다”

-두 번의 이적 후 kt가 3번째 팀이다. 팀을 떠날 때의 심정은 어땠나?


“억울함? 이런 감정은 없었다. 옮길 때마다 멘탈이 더 강해지는 것 같다. 부족한 점을 내가 잘 안다. 내가 약하고, 포지션 경쟁을 못 이기니까 그렇게 된 것이다. 그래서 나를 받아주는 팀들에 감사한 마음이었다.”


-약해서 트레이드됐다?

“진짜 약했다. 그 팀에 보탬이 안 되었으니까 이적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인정한다. 그래서 (나를 받아준) kt에 너무 감사하다. 이 팀에서 은퇴하고 싶은 마음이다. 많이 강해졌다. 멘탈이 약하면 살아남을 수 없더라. 멘탈 강해지려면 운동 많이 하는 수밖에 없다. 그래야 자신감이 생긴다. 실력이 생기면 멘탈은 강해진다.”


-‘내가 잘할까’라는 자기불신을 어떻게 극복하나?

“‘내가 잘할 수 있을까’보다 ‘나는 계속 잘할 수 있다. 잘할 때 됐다. 잘할 나이다’ 그런 생각을 한다. 그동안 고생했는데 나는 이것도 저것도 아닌 선수였다. 나만의 색깔을 만들어가겠다.”


-어떤 색깔인가?

“상대팀 투수들 힘들게 하고, 출루 많이 하고, 찬스 때 클러치 능력 보여주는 타자다.”

삼성과 NC에서 뛰었던 오정복. 사진|스포츠동아DB·스포츠코리아



● “타율이 아닌 열정으로 기억되고 싶다”

-장외 타격 1위다. 성적표는 챙겨보나?


“성적표 안 보고, 타수만 본다. 규정타석에 몇 개 남았나만 보고 싶다. 타율은 신경 쓸 레벨이 아니다. 우리 팀이 힘드니까 중요할 때 도움이 되는 생각만 하고 있다.”


-타율 4할도 정복할 수 있을까?

“말도 안 되는 소리다.(웃음) 안 다치고 규정타석 채우는 것이 목표다. 우리 팀 성적이 작년보다 나아지는 것뿐이다. 4할 운운은 부끄러운 얘기다.”


-이제 상대팀의 견제가 들어올 것이다.

“그러면 더 좋을 것 같다. 그만큼 어려운 선수가 됐다는 뜻이니까. 나도 더 준비하겠다. 그러면 더욱 강한 선수가 되지 않을까?”


-초창기 삼성 시절에 비해 세리머니를 자제한다. 의도한 것인가?

“그런 거 할 때가 아니다. 덕아웃 안에서 상대팀 안 보이게 우리 팀끼리만 조용히 하고 있다. 나중에 우리 팀이 가을야구 할 수 있을 때 멋진 세리머니를 하고 싶다.”


-kt란 팀의 좋은 점은 무엇인가?

“(전에 뛰었던) 삼성, NC도 다 좋은 팀인데 나에게 kt는 선수들한테 지원도 잘 해주고, 가족 같은 따뜻함이 있는 팀이다. 나를 받아준 것만으로도 감사하다.”


-해보니까 어떻게 하면 안타 많이 칠 수 있던가?

“방망이 중심에 많이 맞추면 되는데. 너무 어렵다.(웃음)”


-오정복이라는 선수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다. 실제의 오정복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부분도 있을 것이다. 어떻게 기억되고 싶나?

“오정복이라는 선수는 야구장에서 공 1개1개 집중하고 열정적이었던 선수로 기억되고 싶다. 열정과 오버의 경계는 내가 잘 컨트롤해야 할 것 같다.”

PS : 사실 오정복은 인터뷰를 고사했었다. “인터뷰를 할 때마다 몸에 맞는 볼이 나오는 징크스가 있었다”고 3일 경기 전에 인터뷰를 다 마친 뒤에야 털어놨다. 그러나 오정복은 “그래도 계속 하다보면 징크스도 깨지지 않겠느냐?”고 또 하나의 도전의식을 드러냈다. kt 관계자는 “오정복이 말의 진의가 다르게 전달될 수 있는지라 인터뷰에 부담을 느낀다”고 말했다. 어쩌면 오정복에게 인터뷰는 자신 나름의 ‘용기’일 수 있었다. 그날 오정복은 4타수 2안타 2득점으로 타율 4할을 정복했다. 움츠러들었던 마음의 장벽을 깨는 순간이었을지 모른다.

kt 오정복. 스포츠동아DB



● 오정복


▲생년월일=1986년 10월13일

▲출신교=김해 삼성초∼내동중∼용마고∼인하대

▲키·몸무게=177cm·75kg(우투우타)

▲프로 입단=2009년 신인드래프트 삼성(2차 7라운드 전체 53순위)

▲입단 계약금=4000만원

▲2017시즌 연봉=7000만원

사직 |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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