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t 오정복은 이름 그대로 5월 KBO리그를 정복한 남자다. 2009년 삼성에서 데뷔해 2013년 2차드래프트, 2015년 트레이드를 통해 NC, kt로 2차례 이적을 경험한 그는 점점 심해질 상대팀의 견제에 대해서도 “그러면 더 좋을 것 같다. 그만큼 어려운 선수가 됐다는 뜻이니까”라고 할 정도로 멘탈이 강해졌다. 스포츠동아DB
● “몸 아파도 좋으니 야구 한번 잘해보고 싶다”
-5월에 왜 갑자기 야구가 잘 된 것일까?
“김진욱 감독님의 관리와 코치님들의 조언 덕분이다. 경험이 쌓이다보니 투수와 싸우는 법을 좀 아는 것 같다.”
-몰아치기가 아니라 꾸준히 안타를 생산하고 있다.
“전반기라 아직 힘이 남아있다. 배트스피드가 유지되고, 힙턴(hip-turn)이 수월하다. 타구의 질(퀄리티)과, 타격 집중력도 좋다.”
-안타가 안 되어도 타구 질이 좋으면 괜찮나?
“물론 빗맞아도 안타가 되면 좋다. 야구는 결과로 말하고, 기록 싸움이니까. 잘 맞은 타구가 잡히면 기분이 좋진 않다. 그러나 다음 타석에서 가능성이 생기는 것이다. 타구 질이 좋아야 수비가 잡기 힘드니까. 어떻게 강하게 칠 수 있을까 늘 연구한다.”
-그 감을 어떻게 몸에 간직할까. 정점을 경험해봤다면 이제는 유지가 관건이다.
“최대한 좋았을 때의 감을 잊지 않으려고 거울보고 연습하고, 영상보고 연구하고, 타격코치 두 분의 조언을 듣는다. 동료들과 서로 타격폼을 봐주며 물어본다. 스스로 생각 많이 한다. 좋을 때, 안 좋을 때가 있는 것이 야구다. 기복을 줄이려는 나름의 노하우를 만들고 있다. 몸의 스피드가 안 떨어지게 웨이트 트레이닝 꾸준히 하고, 러닝도 많이 뛰려고 한다. 루틴을 최대한 지키려고 한다.”
-코믹한 이미지와 달리 야구에 대해 진지한 것 같다.
“겉모습이 웃고 다니니까 그렇지, 야구할 때만큼은 누구 못지않게 진지하고, 열정으로 가득 찬 것 같다. 어렸을 때부터 납득할 때까지 하는 스타일이었다.”
-그러다 몸이 축날 수도 있다.
“아파서 야구 그만두나, 못해서 그만두나 똑같지 않나? 몸 아파도 야구 한번 잘해보고 싶다.”

kt 오정복. 스포츠동아DB
● “거듭된 이적이 나를 강하게 단련시켰다”
-두 번의 이적 후 kt가 3번째 팀이다. 팀을 떠날 때의 심정은 어땠나?
“억울함? 이런 감정은 없었다. 옮길 때마다 멘탈이 더 강해지는 것 같다. 부족한 점을 내가 잘 안다. 내가 약하고, 포지션 경쟁을 못 이기니까 그렇게 된 것이다. 그래서 나를 받아주는 팀들에 감사한 마음이었다.”
-약해서 트레이드됐다?
“진짜 약했다. 그 팀에 보탬이 안 되었으니까 이적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인정한다. 그래서 (나를 받아준) kt에 너무 감사하다. 이 팀에서 은퇴하고 싶은 마음이다. 많이 강해졌다. 멘탈이 약하면 살아남을 수 없더라. 멘탈 강해지려면 운동 많이 하는 수밖에 없다. 그래야 자신감이 생긴다. 실력이 생기면 멘탈은 강해진다.”
-‘내가 잘할까’라는 자기불신을 어떻게 극복하나?
“‘내가 잘할 수 있을까’보다 ‘나는 계속 잘할 수 있다. 잘할 때 됐다. 잘할 나이다’ 그런 생각을 한다. 그동안 고생했는데 나는 이것도 저것도 아닌 선수였다. 나만의 색깔을 만들어가겠다.”
-어떤 색깔인가?
“상대팀 투수들 힘들게 하고, 출루 많이 하고, 찬스 때 클러치 능력 보여주는 타자다.”

삼성과 NC에서 뛰었던 오정복. 사진|스포츠동아DB·스포츠코리아
● “타율이 아닌 열정으로 기억되고 싶다”
-장외 타격 1위다. 성적표는 챙겨보나?
“성적표 안 보고, 타수만 본다. 규정타석에 몇 개 남았나만 보고 싶다. 타율은 신경 쓸 레벨이 아니다. 우리 팀이 힘드니까 중요할 때 도움이 되는 생각만 하고 있다.”
-타율 4할도 정복할 수 있을까?
“말도 안 되는 소리다.(웃음) 안 다치고 규정타석 채우는 것이 목표다. 우리 팀 성적이 작년보다 나아지는 것뿐이다. 4할 운운은 부끄러운 얘기다.”
-이제 상대팀의 견제가 들어올 것이다.
“그러면 더 좋을 것 같다. 그만큼 어려운 선수가 됐다는 뜻이니까. 나도 더 준비하겠다. 그러면 더욱 강한 선수가 되지 않을까?”
-초창기 삼성 시절에 비해 세리머니를 자제한다. 의도한 것인가?
“그런 거 할 때가 아니다. 덕아웃 안에서 상대팀 안 보이게 우리 팀끼리만 조용히 하고 있다. 나중에 우리 팀이 가을야구 할 수 있을 때 멋진 세리머니를 하고 싶다.”
-kt란 팀의 좋은 점은 무엇인가?
“(전에 뛰었던) 삼성, NC도 다 좋은 팀인데 나에게 kt는 선수들한테 지원도 잘 해주고, 가족 같은 따뜻함이 있는 팀이다. 나를 받아준 것만으로도 감사하다.”
-해보니까 어떻게 하면 안타 많이 칠 수 있던가?
“방망이 중심에 많이 맞추면 되는데. 너무 어렵다.(웃음)”
-오정복이라는 선수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다. 실제의 오정복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부분도 있을 것이다. 어떻게 기억되고 싶나?
“오정복이라는 선수는 야구장에서 공 1개1개 집중하고 열정적이었던 선수로 기억되고 싶다. 열정과 오버의 경계는 내가 잘 컨트롤해야 할 것 같다.”
PS : 사실 오정복은 인터뷰를 고사했었다. “인터뷰를 할 때마다 몸에 맞는 볼이 나오는 징크스가 있었다”고 3일 경기 전에 인터뷰를 다 마친 뒤에야 털어놨다. 그러나 오정복은 “그래도 계속 하다보면 징크스도 깨지지 않겠느냐?”고 또 하나의 도전의식을 드러냈다. kt 관계자는 “오정복이 말의 진의가 다르게 전달될 수 있는지라 인터뷰에 부담을 느낀다”고 말했다. 어쩌면 오정복에게 인터뷰는 자신 나름의 ‘용기’일 수 있었다. 그날 오정복은 4타수 2안타 2득점으로 타율 4할을 정복했다. 움츠러들었던 마음의 장벽을 깨는 순간이었을지 모른다.

kt 오정복. 스포츠동아DB
● 오정복
▲생년월일=1986년 10월13일
▲출신교=김해 삼성초∼내동중∼용마고∼인하대
▲키·몸무게=177cm·75kg(우투우타)
▲프로 입단=2009년 신인드래프트 삼성(2차 7라운드 전체 53순위)
▲입단 계약금=4000만원
▲2017시즌 연봉=7000만원
사직 |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