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플러스] ‘만년유망주’ 정진호에게 남달랐던 사이클링히트

입력 2017-06-08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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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7 프로야구 KBO리그’ 두산베어스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 5회말 2사 1루 두산 정진호가 투런홈런을 때리고 있다. 정진호는 KBO 23번째 사이클링히트를 기록했다.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만년 유망주’, 두산 정진호(29)의 이름 앞에는 늘 이 수식어가 따라붙었다. 그는 중앙대를 졸업하고 2011년 신인지명회의 5라운드(전체 38순위)로 두산에 지명됐다. 높은 지명순위는 아니었지만 발이 빠르고 외야 전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어 즉시전력감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그러나 그가 자리를 비집고 들어가기에 팀의 외야가 견고했다. 김현수(볼티모어), 이종욱(NC), 정수빈(경찰) 등 좌타 외야수들도 즐비했다. 결국 그는 1, 2군으로 오가는 신세가 됐다.

정진호가 본격적으로 재능의 꽃을 피운 시기는 상무에서의 2년이었다. 2013년 퓨처스올스타에서 MVP를 차지하면서 존재감을 드러냈고, 2014년에는 타율 0.341, 3홈런, 64타점으로 남부리그 타점왕을 차지했다. 그러나 군 복무를 마치고 두산에 복귀했을 때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민병헌이 우익수로 자리를 잡고 있었고, 2009년 데뷔년도부터 꾸준히 활약한 정수빈도 제칠 수 없는 경쟁 상대였다. 2016년에는 김재환, 박건우라는 걸출한 스타가 탄생하면서 그의 입지는 더 좁아졌다. 설상가상으로 백업경쟁에서도 밀리면서 결국 지난해 경기 출장수가 31경기에 불과했다.

정진호는 올 시즌도 시작이 썩 좋지 못했다. 1군과 2군으로 오가는 생활은 여전했다. 그러나 그는 포기하지 않고 묵묵히 훈련했다. 노력은 배신하지 않았다. 그는 7일 잠실 삼성전에서 허벅지가 좋지 않은 박건우 대신 2번 우익수로 선발출장해 사이클링히트를 기록했다. 1회 2루타, 2회 3루타, 4회 안타를 치더니 7-7로 맞선 5회 2사 1루서 2점홈런(시즌 3호)을 때려내며 생애 첫 대기록을 자신의 등번호(23번)와 같은 23번째로 완성했다. 팀으로서는 임형석(1992년), 이종욱(2009년), 오재원(2014년), 박건우(2016년) 이후 5번째. 4타석 만에 달성한 경우는 6번째지만 5이닝 만에 기록한 사이클링히트는 역대 최초다. 기존 최소이닝은 6회였고, 1987년 롯데 정구선 외 3번이 있었다.

7일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7 프로야구 KBO리그’ 두산베어스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 5회말 2사 1루 두산 정진호가 투런홈런을 때리고 덕아웃에서 동료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 정진호는 KBO 23번째 사이클링히트를 기록했다.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정진호의 사이클링히트에는 결자해지의 의지가 담겨있었다. 그는 사실 3-1로 앞선 2회 1사 1·3루서 이지영의 타구를 놓치면서 동점을 허용하고 말았다. 공이 조명에 들어간 상황이었지만 미안한 마음이 컸다. 그러나 수비에서의 아쉬움을 이날 무려 5안타의 맹타로 풀어냈다. 그리고 오랜 백업생활의 서러움도 대기록 달성과 함께 널리 날려버렸다.

정진호는 경기 후 “아직 실감은 나지 않는다. 꿈인지 생시인지 잘 모르겠다”며 얼떨떨해하고는 “홈런을 치면 사이클링히트라는 생각은 하고 있었는데 내가 홈런타자도 아니고 홈런 칠 것이라는 생각을 안 했는데 나도 모르게 잘 맞은 타구가 나왔다”고 말했다. 이어 “경기마다 간절하게 잘 하려고 생각하는 건 똑같은데 운 좋게 결과가 좋았던 것 같다”며 “2군에서 올라오기 직전에 느낌이 좋아서 1군 콜업 됐을 때 쳐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늘 야구는 잠실에서 해야 재미있다는 걸 느낀다. 오늘 경기는 오늘로 잊고 내일도 계속 잘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잠실 |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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