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한국시간) 미국 위스콘신 주 에린힐스 골프장에서 열린 US오픈은 화창한 날씨 덕에 예상보다 많은 선수들이 언더파 행진을 벌였다. 바람이 강하게 불지 않은 탓에 18번홀 그린 주변 갤러리 스탠드 위에 설치된 깃발이 조용하게 펄럭이고 있다. 사진 | 주영로 기자
-1라운드 바람 잠잠해지면서 버디 사냥 성공
-매킬로이, 데이는 오버파로 무너지며 컷오프 위기
US오픈이 겁을 주기 위해 허풍을 친 것일까. 아니면 선수들의 괜한 엄살이었을까.
제117회 US오픈(총상금 1200만 달러)은 개막 이전부터 논란이 일었다. 특히 긴 코스에 러프까지 무성해 역대 최악의 코스가 될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그러나 개막 첫날 ‘악명의 코스’라던 에린힐스의 자존심은 완전히 구겨졌다.
16일(한국시간) 미국 위스콘신 주 에린의 에린힐스 골프장(파72)에서 대망의 117번째 US오픈이 막을 올렸다. 화창한 날씨 속에서 조용하게 시작된 1라운드는 예상과 달리 버디가 쏟아졌다.
리키 파울러(미국)가 선봉에 섰다. 마쓰야마 히데키(일본), 존 람(스페인)과 경기에 나선 파울러는 이날 무결점 플레이를 펼치며 7언더파 65타를 쳤다. 37년 만에 나온 US오픈 1라운드 최다 언더파 타이기록이다. 특히 14번홀(599야드)을 제외하고 모두 600야드 이상으로 조성된 파5 홀에서 버디를 싹쓸이 해 공포를 안겼던 긴 코스를 무용지물로 만들었다.
파울러뿐만이 아니다. 1라운드에서만 6명이 5언더파 이상을 기록했고, 언더파로 경기를 마친 선수는 44명에 달했다. 언더파가 속출하면서 길고 험난한 코스로 인해 4년 만에 오버파 우승자가 탄생할 것이라는 전망도 쏙 들어갔다. 이번 대회의 코스 전장은 7741야드로 역대 US오픈 중 가장 길다. 게다가 페스큐로 불리는 긴 러프가 코스 전체를 둘러싸고 있어 공략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계속됐다. 그러나 막상 경기가 시작되자 전혀 다른 양상으로 흘렀다. 예상을 빗나가게 만든 요인은 날씨였다. 개막을 앞두고 꽤 많은 양의 비가 내렸고, 하루 전에도 그린을 촉촉이 적실 정도의 비가 왔다. 그 덕분에 상대적으로 그린이 부드러워졌고, 선수들은 거침없는 코스 공략으로 버디 사냥에 성공했다.
US오픈 1라운드는 오전에 비해 오후에 조금 더 바람이 강해졌다. 오후 5시 경 골프장에 설치된 성조기가 바람의 영향으로 완전히 펴질 정도로 휘날렸다. 사진 | 주영로 기자
물론 속단하긴 이르다. 여전히 긴 러프는 위협적이며, 언제 불어 닥칠지 모르는 돌풍 또한 선수들을 긴장하게 만들고 있다. 개막을 앞두고 2~3일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강한 돌풍이 불어왔기에 마음을 놓을 수는 없는 상황이다.
1라운드에서도 오전에 비해 오후에 바람이 조금 더 강하게 불었다. 오전에는 깃발이 겨우 펄럭일 정도였지만, 오후에는 쉬지 않고 움직일 정도로 강한 바람으로 바뀌었다. 오후에 경기를 펼친 케빈 나(미국·4언더파 68타)는 “생각보다 바람이 강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앞바람이 부는 홀에서는 한 클럽 또는 두 클럽까지 거리를 더 계산해서 쳐야 할 때도 있었다. 남은 라운드에서도 날씨에 따라서 성적에 큰 영향을 줄 것 같다”고 말했다.
오후 들어 조금 더 강해진 바람은 우승후보들을 제물로 만들었다.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와 제이슨 데이(호주) 등은 언더파 그룹에 합류하지 못하고 긴 러프의 희생양이 됐다. 티샷이 불안했던 것이 가장 큰 이유였지만, 바람까지 더해지면서 생각보다 더 크게 무너졌다. 매킬로이는 더블보기를 2개나 쏟아내며 6오버파 78타에 그쳤고, 데이는 4번과 10번홀에서 트리플보기를 하는 등 7오버파 79타로 크게 흔들렸다. 매킬로이와 데이는 컷 통과에도 비상이 걸렸다.
에린(미 위스콘신 주) |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