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 기록’ 막은 롯데 레일리-NC 장현식의 뒤바뀐 천적구도

입력 2017-06-30 21:3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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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레일리. 스포츠동아DB

NC는 변함없이 결연했다. 14번을 거듭 이겼어도 15번째 승리를 양보할 생각은 전혀 없었다. NC는 롯데의 홈 필드 사직구장에서 14연승을 기록 중이었다. 2015년 4월16일 이후부터 2017년6월29일까지 한번도 패하지 않은 것이다. 1985년 8월25일부터 1987년 6월18일까지 청보가 홈구장(인천 도원구장)에서 삼성에 연패한 이래 특정구단 상대 홈경기 연패 타이기록이었다.

어떤 면에서 기록의 경기가 될 30일 사직 롯데전 선발로 NC 김경문 감독은 장현식을 준비시켰다. 장현식은 롯데 상대로 통산 4경기 11.2이닝 방어율 0의 천적이었다. 2017시즌으로만 봐도 2경기 9이닝 무실점이었다. 김 감독은 “장현식이 자신 있게 던지는 점이 좋아졌다. 중반까지 대등하게 끌어주면 해볼만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장현식은 1회 2사 후 롯데 전준우에게 홈런을 맞았지만 4회까지 추가실점 없이 잘 막았다. 그러나 이 사이 NC는 롯데 외국인투수 레일리 상대로 3~5회, 두 차례의 만루찬스와 1사 3루에서 1점도 얻지 못했다. 장현식과 반대로 레일리는 올 시즌 NC 상대로 3전 3패(방어율 8.40)였다. 2015년 9월27일 이후 NC전 6연패 중이었다. 오죽하면 롯데 조원우 감독은 레일리의 NC전 등판을 피해 29일 LG전 선발로 내정했다. 그러나 29일 경기가 우천 순연되며 레일리는 30일 NC전에 올랐는데 이것이 7이닝 무실점, 전화위복이 됐다.

NC는 3회초 공격에 앞서 덕아웃 선수 전원이 집합하는 등, 진지했다. 김 감독은 0-1로 밀리던 5회초 무사 2루에서 번트까지 댔다. 그러나 흐름을 잡아오지 못했고, 5회말 2사 후 장현식이 집중타를 맞았다. 문규현, 손아섭의 연속 적시타 이후 김문호가 2점홈런을 터뜨렸다. 6-0인 6회 롯데 이대호의 3점홈런이 터지며 대세는 기울었다. NC전 사직구장 14연패를 끊는 기념비적 승리이자, 롯데의 시즌 4연승이었다.

아무리 일방적 흐름이어도 NC와 롯데가 맞붙으면 어떤 기(氣)의 충돌이 감지된다. 필드에서 지켜야 할 에티켓은 서로 존중하지만 딱 거기까지다. 밀리던 롯데는 ‘더 이상은 안 된다’는 결연함이, 우위인 NC는 틈을 주지 않으려는 철저함이 덕아웃을 휘감는다. 아무리 격차가 있을지라도 태생적인 라이벌인 것은 어쩔 수 없다.

사직 |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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