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피플] ‘준비된 스타’ 이정후를 만든 ‘스스로 학습법’

입력 2017-07-06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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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센 이정후는 신인으로서 3할 타율과 전 경기 출장, 그리고 올스타전 출전을 이뤄가고 있다. 이정후의 성공 뒤에는 남모를 독기가 서려있다. 고척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넥센은 올 시즌 이정후(19)라는 걸출한 스타를 배출했다. 그는 휘문고를 졸업하고 2017 신인드래프트에서 1차 지명으로 뽑힌 신예지만 올 시즌 외야 한 자리를 꿰차더니, 2017시즌 올스타전에서 베스트12(나눔올스타)에 이름을 올리는 영광을 안았다. 만 18세10개월7일이라는 어린 나이에 별 중의 별에 뽑히면서 2009년 KIA 안치홍(19세23일)이 세웠던 최연소 기록을 경신했다.

예상하지 못했던 일은 아니다. 이정후는 프로 데뷔전부터 이종범 MBC 스포츠해설위원의 아들로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당연히’ 잘 할 수밖에 없는 야구의 피를 물려받은 예비스타라는 시선이 뒤따랐고, ‘바람의 손자’라는 수식어까지 얻었다. 그러나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선수가 냉정한 프로 무대에서 살아남기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한동안 고졸신인왕이 등장하지 않았던 이유도 그만큼 프로의 벽이 높아졌기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이정후가 이토록 놀라운 활약을 펼치는 이유는 악바리 근성과 문제점을 파악하고 해결해나가는 ‘스스로 학습법’ 덕분이다. 정작 그는 “신인이니까 아무 생각 없이 야구를 하고 있다. 내가 지금 노림수를 가지고 타격을 할 수 있는 실력도 아니고 타이밍만 맞춰서 친다는 마음으로 임하고 있다”고 겸손하게 말한다. 그러나 타석에 들어서서 안타 하나를 만들어내기까지 덕아웃 뒤에서 그는 끊임없이 연구하고 훈련한다. 그런 숨은 노력이 있기에 ‘돌풍’을 일으킬 수 있는 것이다.

누가 시켜서가 아니다. 이정후에게는 어릴 때부터 난관에 부딪히면 어떻게든 헤쳐 나가기 위해 홀로 훈련하던 좋은 습관이 몸에 배어있다. 실제 그는 휘문고 시절부터 연습벌레였다. 학교훈련에 만족하지 않고 주차장에서 추가로 200개의 스윙을 하고 나서야 집으로 들어가 휴식을 취했다. 계기가 있었다. 그는 “고등학교 1학년 때 경기를 뛰다가 한 번 막힌 적이 있었다. 이렇게 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때부터 집 주차장에서 스윙훈련을 했다”며 “다음날 학교에 가서 연습한 대로 쳐보면서 내 것을 찾으려고 했던 게 도움이 되더라. 졸업할 때까지 계속 했다”고 설명했다.

넥센 이정후. 스포츠동아DB


아버지 이 위원은 이러한 아들의 모습을 묵묵히 지켜봐줬다. 조언을 한 번쯤은 해줄 법도 한데 단 한 번도 야구에 대한 얘기를 꺼낸 적이 없었다. 훈련을 끝까지 지켜보다가 “열심히 한다. 파이팅”이라는 한 마디를 툭 던지고 먼저 집으로 발길을 돌리곤 했다. 누구의 말 한 마디보다 스스로 땀을 흘리면서 정답을 찾아가는 야구가 진짜 자기 것이라는 것을 잘 알아서였다.

아들의 의지와 아버지의 응원으로 정착된 이정후표 자율학습법은 프로에 와서도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올 시즌 꾸준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그에게도 난관이 있었다. 지금까지 상대해본 적 없는 1군 투수의 변화구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상대를 꼼꼼하게 분석을 하고, 자신의 문제점을 연구하고 보완하는 노력으로 어려움을 타파해나가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파워를 늘리기 위해 웨이트트레이닝을 통해 체중 증가를 꾀하고 있기도 하다.

소속팀 넥센과도 궁합이 좋다. 선수의 약점보다는 장점을 극대화하려는 코칭스태프와 배울 점이 많은 선배들이 큰 힘이다. 그는 “개막 이후에 초반에는 잘 하다가 4월 후반부터 안 좋았다. 상대팀 투수가 내 약점을 알고 그 코스로만 공을 던지더라. 그 공을 치려고 하다가 밸런스가 무너졌다”며 “(강병식) 타격 코치님이 ‘누구나 약점은 있다. 못 치는 공을 억지로 치려고 하지 말고 잘 치는 공을 놓치지 않도록 하라’고 말씀해주셨다. 그때부터 자신 있는 코스는 안 놓치려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선배들의 모습을 보고 많이 배우고 있다. 좋은 팀에 와서 기회도 얻게 됐고 감사하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목표도 소박하다. 그는 “올스타에 뽑히게 돼 영광이지만 아직 시즌이 많이 남아있다. 앞으로 갈 길도 멀다. 계속 잘 해야 한다”고 이를 악물었다.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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