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최정의 괴력비결은 천재형 타자의 ‘자기확신’

입력 2017-07-10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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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은 신인 때부터 ‘소년장사’라는 별명으로 불리며 한국프로야구 홈런타자의 계보를 이을 대형타자로 꼽혔다. 최근 만 30세 나이로 통산 250홈런을 돌파한 최정은 시즌 50홈런까지 가능한 페이스를 보이며 맹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우타자 중 가장 이상적인 폼을 지녔다는 평가를 받음에도 항상 메이저리그를 보고 타격폼을 교정하는 노력형 타자로 정평이 나 있다. 스포츠동아 DB

SK 최정(30)은 8일 사직 롯데전에서 시즌 30호 홈런에 도달했다. SK 프랜차이즈 사상 단일시즌 30홈런 선착은 최정이 최초다. 3년 연속 전 구단 상대 홈런도 달성됐다. SK의 압도적 홈런 페이스(8일까지 84경기 149홈런)의 중심에는 최정이 있다. 2016시즌 40홈런에 이어 2년 연속 홈런왕을 향해 질주하는 최정의 ‘원천 괴력’은 어디에 있을까?

SK 최정. 스포츠동아DB



● SK의 배팅케이지 철칙, ‘땅볼 금지’

SK 정경배 타격코치는 ‘좋은 선수들을 모은 뒤 일관성을 갖추고 훈련에 임한 성과’라고 바라본다. “2시즌 전인 김무관 타격코치(현 SK 2군감독) 때부터 ‘무조건 타구를 띄우는’ 테마로 훈련을 했다. 연습 때 땅볼을 못 치게 했다.” 심지어 미국 플로리다 캠프에서는 배팅케이지 앞, 투수 마운드 옆에 ‘땅볼 금지’라는 팻말을 꽂아놓고 훈련을 실시했다.

SK 홈런야구는 우연이 아니라, 선입견을 깨는 발상의 전환에서 출발한 ‘기획상품’에 가깝다. “선수들한테 얘기한다. ‘덩치 큰 선수들이 땅볼 치면 다 죽고, 병살타다. 그 반대로 우리한테는 (언제든 장타를 칠 수 있기에) 1루도 득점권일 수 있다.”

그래서 SK에서는 1번타자인 노수광도 연습 때에는 땅볼 치는 훈련을 하지 않는다. 단, 훈련은 목적을 갖고 하되, 실전은 선수 마음대로 친다. 경기에서는 타자의 자의적 판단에 따라 땅볼을 쳐도 된다. 연예기획사 JYP의 수장 박진영이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한 말이 떠오른다. “연습은 철저히 틀에 맞게, 무대는 제멋대로.” 분야가 다를 뿐, 육성의 궤적은 일치한다. 최정은 SK 시스템의 우등생인 셈이다.

SK 최정.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 천재, 자기 방식을 알아가다

최정을 잘 아는 사람들은 약점으로 멘탈을 꼽는다. 생각이 많고, 한 타석만 못 쳐도 비관론에 사로잡혔다. 연습부터 뜻대로 안 되면 소리를 지를 때도 있었다. 이런 것들이 힐만 감독과 정 코치와 함께 하며 교정되고 있다.

정 코치의 증언이다. “연습 때 소리 지르는 최정을 힐만 감독이 봤다. 그리고 조언해 주더라. ‘왜 그렇게 해? 즐겁게 쳐야지. 너 치는 것 제일 좋아하잖아?” 그 다음부터 최정의 고함은 사라졌다. 정 코치는 최정을 두고 “천재형 타자”라고 부른다. “무의식적으로 치는 방식이 가장 이상적인 타자다. 머리와 마음이 비워지고 자기 스윙만 나오면 장타의 궤적을 만들 수 있는 타자”라고 인정한다. 말이 쉽지, 비범함의 영역이다.

이런 최정에게 역설적이게도 평생에 걸친 숙제는 ‘자기 스윙에 대한 믿음’이었다. 그런 확신이 부족하다보니 늘 메이저리거의 타격폼을 연구했고, 흉내 냈다. 노력하는 천재의 모습이라고 봐줄 수 있지만 정 코치는 “폼을 바꿔서 1~2게임 잘 칠 수야 있겠지만 흔들리면 다시 돌아와야 한다”고 평한다. 최정 정도의 레벨이라면 모방이 득보다 실이 많다는 관점이다. 어느 순간부터, 최정의 메이저리거 모방도 줄어들었다. ‘자기 것’을 찾았다는 정황증거다. 궤도에 오른 최정이 압도적 존재감으로 진화하고 있다.

사직 |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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