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범이 되자” 이승엽이 후배들에게 전한 특별한 메시지

입력 2017-07-15 05:3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삼성 이승엽.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올 시즌을 끝으로 은퇴를 선언한 이승엽(41)의 별명은 ‘국민타자’다. 그는 1995년에 혜성같이 프로무대에 등장해 20년 넘게 온 국민의 사랑을 받았다. 11번의 올스타, 올림픽 및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국가대표, 홈런왕 등 그가 국민에게 준 환희와 기쁨은 일일이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그는 어느새 ‘야구’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인물로 국민들의 마음속에 깊이 자리 잡았다.

단순히 야구만을 잘해서 ‘국민타자’라는 별명을 얻은 것은 아니다. 20년이 넘는 프로인생 속에서 늘 모범적이고, 존경받는 선수였다. 팬들의 쏟아지는 사인요청에 응하기 위해 자신의 휴식시간을 줄였고, 후배들에게는 불혹이 넘는 나이에도 ‘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혹독하게 자신을 몰아붙였다. 이 프로야구계의 거목은 시간이 지날수록 그 뿌리까지 점차 깊어지고 있었다.

후배들에게 조언을 아끼지 않는 그가 수년전부터 유독 강조한 말이 있다. 바로 ‘프로’라는 단어였다. 이승엽은 은퇴를 앞둔 올 시즌 프로선수로서 선수들이 갖춰야 할 자세에 대해 늘 힘주어 말했다. 이제까지 걸어온 길을 봤을 때 그는 그럴 자격이 있었다.

최근 프로야구계에는 불미스러운 사건이 연달아 터졌다. 아직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은 잠재적 사건들도 있다. 이승엽은 본인과 전혀 무관한 주제임에도 이 부분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드러냈다.

14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올스타 기자회견에서 이승엽은 “올스타전은 한국프로야구의 큰 축제다. 그러나 최근 프로야구계에는 큰 사건사고가 많이 일어났다. 프로선수라면 누구나 반성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큰 인기에 가려 선수들이 그 부분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마지막 올스타전에서 그가 후배들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명확했다. 이후 올스타의 자격을 묻는 질문에도 비슷한 대답이 나왔다. 그는 “팬 투표가 있으니 인기가 있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그보다 중요한 것은 모범적인 선수가 되겠다는 자세다. 프로는 늘 바른 모습을 보여야 할 의무가 있다. 자신을 보고 자라는 어린이들에게 존경을 받는 선수가 돼야 한다”고 했다.

기자회견장은 한동안 정적이 흘렀다. 그는 기자회견이 끝난 뒤 이례적으로 모든 기자들에게 박수를 받았다. 자기 자신이 주인공인 기자회견에서 상당한 시간을 후배들에게 할애했다. 기자들마저 박수를 치게 만드는 전설의 마지막 올스타 기자회견이었다. 이승엽다운 퇴장이었다.

대구 | 장은상 기자 awar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