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윤, 시련의 시간 딛고 SK 4번 타자로 돌아오다

입력 2017-07-21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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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고생이 적지 않았다. 그래서 더 강해졌다. 한동안 고전했던 ‘SK 4번타자’ 정의윤이 후반기 개막 후 2경기에서만 3홈런을 몰아치며 다시 화끈한 방망이 실력을 뽐내고 있다. 19일 홈에서 열린 두산전에서 6회 중월 3점 홈런을 뽑아내고 있는 정의윤. 인천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외야수 정의윤(31)은 SK가 갈증을 느꼈던 우타거포였다. 2015시즌 도중 LG에서 SK로 트레이드로 된 뒤 날개를 달았다. 2016년 SK 붙박이 4번 타자로서 타율 0.311, 27홈런 100타점, 커리어하이를 찍었다. 연봉도 1억2000만원에서 단숨에 3억원으로 치솟았다.

2017시즌을 마치면 프리에이전트(FA)가 기다리고 있다. 이제 궤도에 진입한 듯했다. 그러나 정작 2017시즌은 정의윤에게 시련의 시간이었다.

5월 21일 정의윤은 충격적인 2군행을 통보 받았다. 아파서 내려간 것이 아니었다. SK 트레이 힐만 감독의 편견 없는 선수 운영에 정의윤이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이 시점까지 정의윤의 성적은 타율 0.235, 4홈런 12타점이 전부였다. 특히 출루율이 0.290에 불과했다. 2군으로 내려가도 할 말이 없는 성적이었다. 이 무렵 홈런을 친 정의윤이 하이파이브 대신 힐만 감독의 가슴을 가격하는 장면이 화제가 됐었다. 힐만의 소탈함이 돋보인 순간이지만 그만큼 당시 정의윤이 야구가 뜻대로 안 돼 속앓이를 했던 것도 사실이었다.

그러나 정의윤은 자포자기하지 않았다. 묵묵히 현실을 받아들였고, 2군에 가서도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 2군에서 정의윤의 타율은 0.380을 웃돌았다. 그러자 힐만 감독도 정의윤을 외면하지 않았다.

외야수 조용호가 부상을 당하자 6월 10일 바로 정의윤을 1군으로 콜업했다. 돌아온 정의윤은 다른 타자가 됐다. 6월 10일부터 7월 19일까지 24경기에서 타율이 0.406에 달했다. 장타율과 출루율을 합친 OPS는 1.000을 웃돌았다.

19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SK 와이번스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가 열렸다. 6회말 2사 1, 3루에서 SK 정의윤이 두산 김성배를 상대로 중월 3점 연타석 홈런을 쏘아올린 뒤 동료들의 환영을 받고 있다. 인천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지난해와 달리 선발 출전이 일정하지 못하다. 대타로 교체될 때도 있다. 그러나 외부의 여건이 어떻든 자기 할 바를 다하는 ‘성숙함’을 보여주고 있다.

정의윤은 SK인천행복드림구장에서 가장 먼저 타격 훈련을 시작하는 선수다. SK에서 “야구에만 너무 몰입하는 것이 오히려 문제”라고 말할 정도로 연습벌레다.

이런 정의윤의 방망이가 후반기 시작과 함께 마치 기다렸다는 듯 불을 뿜고 있다. 18일 두산전에서 7월 첫 홈런을 터뜨렸다. 이어 19일 두산전에서는 연타석 홈런 2방을 쏘아 올렸다.

어느덧 홈런 숫자도 8개에 달한다. 조금씩 정의윤이라는 이름값에 걸맞은 위압감이 재생되고 있다.

그러나 정작 정의윤은 여전히 담담하다. “힐만 감독님이 꾸준히 기회를 주신 덕분에 타격감이 되살아날 수 있었다. 찬스에서 더 잘 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한다. ‘홈런의 팀’인 SK에 정의윤까지 가세했다. 힐만 감독은 20일 두산전에 정의윤을 다시 4번타자로 적어 넣었다.

인천 |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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