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함도 개봉①] 류승완은 왜 쉬운 ‘국뽕’을 두고 돌아갔을까(ft.촛불집회)

입력 2017-07-26 06: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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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대전의 포문을 여는 영화 ‘군함도’(제작 외유내강/배급 CJ엔터테인먼트/연출 류승완)가 오늘(26일) 드디어 개봉했다.

‘베테랑’ 류승완 감독이 연출하고 황정민 소지섭 이정현 송중기 등 화려한 캐스팅을 자랑하는 ‘군함도’는 일제 강점기, 일본 군함도(하시마, 군함 모양을 닮아 군함도라 불림)에 강제 징용된 후 목숨을 걸고 탈출을 시도하는 조선인들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오프닝에 “실제 역사에서 영감을 받아 ‘창작’되었음”이라고 강조한 것처럼 역사적 사실을 기반으로 대규모 탈출기를 꾸며냈다. 이를 위해 류승완 감독은 13만2000여㎡ 부지 내에 6만6000㎡ 규모로 한국 영화 역사상 최대 크기의 초대형 세트를 만들었다. 실제 군함도 2/3에 달하는 크기다.

일제 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군함도’에는 독립군과 위안부 피해자가 나온다. 폭력 속에 노역을 하다 억울하게 죽는 소년들도 등장하고 일제의 노리개로 전락한 소녀들의 사연도 담겼다. 모두 역사가 만든 피해자들이다. 이들이 지하 1000m 탄광에서 희생당할 때 지상에서 일본 군인들은 술을 마시고 영화를 보면서 호의호식한다. 이들에게 조선인은 지나가는 개미만도 못한 것. 군인뿐 아니라 일본 민간인까지 조선인을 보면 “더럽다”며 오물을 던지며 무시하기 일쑤다.

이쯤 되면 자연스럽게 일본 대 조선의 대결 구도로 ‘국뽕 영화(국가+히로뽕의 합성어로 자국의 우수성을 강조한 민족주의 작품)’를 떠올리게 된다. ‘절대 악’ 일본에 억압받다 힘을 뭉쳐 저항하는 조선인들의 이야기. 예고편에는 이강옥(황정민)이 일본 제국주의를 상징하는 욱일기를 반으로 가르는 장면까지 나왔다.

‘군함도’를 ‘국뽕 영화’로 만들었다면 아마 예상 관객 수가 훨씬 더 높았을 것이다. 욕하면서도 보게 되는 묘한 중독성이 있으니 관객을 집결하기에 이만한 ‘MSG’가 없다.

그럼에도 류승완 감독은 쉬운 길을 선택하지 않았다. ‘군함도’는 단순히 이분법적 구조로 ‘편 가르기’를 하지 않는다. 나쁜 일본인 위에 ‘더 나쁜’ 조선인을 세웠다. 군함도에 끌러온 악단장 이강옥(황정민)과 그의 딸 소희(김수안), 종로 깡패 최칠성(소지섭), 위안부 피해자 오말년(이정현)을 속이거나 팔아먹은 자들은 바로 조선인이다. 광복군 박무영(송중기)을 비롯한 조선인들을 일본 앞에 무릎 꿇리는 자들 또한 조선인이다.

류승완 감독은 쇼케이스 당시 “민족주의 감정을 건드려서 영화를 흥행시키고 싶지 않았다. 다만 좋은 질문 하나를 던졌으면 했다. ‘군함도’는 전쟁에 반대하는 영화다. ‘군함도’를 통해 전쟁이 사람을 얼마나 괴물로 만드는지를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기자간담회 때도 “국적보다는 개인에 포커스를 맞추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이분법적 접근으로 관객들을 자극하는 것은 왜곡하기 좋은 모양새”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내부적으로 돌아보면 비판의 화살이 무조건 일본에게만 가야 하는 것은 아니다. 당시 외교부에도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영화 속 악랄한 조선인들이 의미하는 바를 짐작하게 만드는 멘트다.


극 중 선량한(그렇다고 또 절대 선은 아니다) 조선인들은 일본의 만행에 눈물 쏟고 같은 조선인들에 피눈물을 쏟는다. 답답함이 목젖까지 차오르는 후반부 류승완 감독은 자신의 방식대로 악을 응징한다. 그러나 완전한 해갈은 아니다.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고 극장을 나오면서도 여전히 ‘불편함’이 남는다. 탈출을 계획하던 마지막 밤 조선인들의 집회가 자꾸만 발목을 잡기 때문이다.

흡사 촛불집회를 연상케 하는 이 장면에서 조선인들은 여러 무리로 갈려 첨예하게 대립하고 갈등한다. 우매한 대중은 휩쓸리고 현혹당한다. ‘가짜 뉴스’에 사로잡히는 자도 있고 진실을 마주하기를 아예 포기하려는 자도 있다. 영화에선 박무영이 시원하게 나서주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해 더욱 씁쓸하다. 현 시대의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많은 장면이다.

동아닷컴 정희연 기자 shine256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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