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익훈은 왜 끝까지 다이빙캐치를 했을까

입력 2017-08-13 18:4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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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안익훈. 스포츠동아DB

“작년 와일드카드 결정전 때 KIA 김호령 선배가 그랬잖아요. 어차피 끝내기를 막지 못한다는 건 알았지만 마지막 순간까지 최선을 다하고 싶었습니다.”

LG 외야수 안익훈(21)은 13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 나와 전날 KIA전에서 끝내기 패배를 당하는 순간을 떠올리며 또렷하게 말했다. LG는 전날 1회초에만 6점을 뽑는 등 크게 앞서나가다 10-11로 대역전패를 당하는 아픔을 겪었다. 9회말에 돌입할 때만 해도 10-8로 앞서 있어 유리했던 상황. 그러나 여섯 번째 투수 정찬헌이 무사 만루에 몰리면서 분위기가 심상찮았다. 이어 투수를 신정락으로 교체한 뒤 김민식에게 좌전안타, 김선빈에게 밀어내기 볼넷을 허용하며 10-10 동점을 허용하고 말았다.

이어 KIA 최원준이 볼카운트 1B-1S에서 3구째를 통타해 중견수 쪽으로 총알 같은 안타성 타구를 날렸다. 약간 좌중간으로 치우친 직선타구. 그런데 이때 중견수 안익훈이 전력으로 달려 나오며 온몸을 날려 타구를 걷어냈다. 그리고는 곧바로 홈으로 던졌다. 그러나 3루주자 백용환을 잡아내기엔 역부족이었다. 백용환이 홈으로 달리면서 어이없이 넘어지지 않는 한 아웃될 가능성은 사실상 0%였다.

그 역시 무모한(?) 시도였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안익훈은 “끝내기안타로 지나, 끝내기 희생플라이로 지나 결과는 똑같다는 걸 안다. 그렇지만 끝내기안타로 지고 싶지는 않았다. 어떻게 해서든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고 싶었다. 프로 데뷔 후에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으로 공을 잡은 건 사실 처음이었다”고 말했다.

12일 경기에서 멋진 다이빙캐치를 보인 안익훈. 사진|SBS스포츠 캡쳐


안익훈은 대전고 졸업 후 2015년 2차지명 1라운드로 LG 지명을 받았다. 무엇보다 빠른 발과 동물적인 감각의 외야수비 솜씨로 주목받았다. 남들은 어렵게 잡는 공을 그는 쉽게 캐치하곤 했다. 그래서 이날 데뷔 후 처음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으로 공을 잡아냈는지 모른다.

안익훈은 “작년 와일드카드 결정전 때 김호령 선배를 보고 많이 느꼈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와일드카드 결정 2차전에서 LG는 KIA를 1-0으로 꺾고 준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당시 0-0으로 팽팽하던 9회말 1사 만루서 LG 김용의의 타구는 좌중간을 가를 기세로 날아갔다. 그런데 중견수 김호령이 전력으로 뒤로 달려가며 잡은 뒤 사력을 다해 홈까지 공을 던졌다. 비록 KIA는 패했지만 김호령의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한 이 플레이는 많은 이들을 감동시켰다.

LG 양상문 감독도 13일 우천으로 KIA전이 취소된 뒤 안익훈의 수비에 대해 “우리 팀에겐 그런 플레이들이 필요하다. 누가 봐도 무모한 플레이였지만, 안익훈의 최선을 다하는 모습 그 자체만으로 동료들에게 전해준 메시지는 크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때론 바보 같은 무모함, 우직한 도전이 보는 이들을 더욱 감동시키는 법이다. 안익훈의 무모한 플레이는 대역전패 속에서도 LG 팬들에게 잔잔한 여운을 던져줬다.

광주 | 이재국 전문기자 keyston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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