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국조차 미룬 버나디나 “KBO시상식 참석할래요”

입력 2017-11-04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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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버나디나. 사진제공|KIA 타이거즈

“분위기를 느껴 보고 싶어요.”

KIA 외국인타자 로저 버나디나(33)는 지금 한국에 머물고 있다. 10월 30일 한국시리즈 최종 5차전이 끝났기 때문에 이미 고국 네덜란드로 돌아간 줄 알았지만, 한국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가 이처럼 귀국을 미루고 있는 유일한 이유는 바로 6일 오후 2시 인터컨티넨탈 서울 코엑스 하모니볼룸에서 열리는 ‘2017 타이어뱅크 KBO 시상식’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이날 시상식에서는 정규시즌 MVP와 신인왕 시상식은 물론 KBO리그와 퓨처스리그 개인 타이틀 1위 선수에 대한 시상식도 함께 열린다.

물론 버나디나는 자신이 MVP를 노릴 만한 후보는 아니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올 시즌 118득을 기록하면서 득점왕에 오른 자격으로 시상식에 참석하려는 것이다.

기특한 생각이다. 외국인선수라면 굳이 득점왕 트로피 하나 받기 위해 며칠을 더 한국에 머물 필요는 없다. 실제로 올 시즌 20승을 수확하면서 양현종과 공동 다승왕에 오른 팀 동료 헥터 노에시는 1일 고국인 도미니카공화국으로 돌아갔다. 또 다른 동료 팻딘도 1일 미국으로 출국했다. 그러나 버나디나는 시상식에 참석한 뒤 귀국하겠다는 뜻을 구단과 KBO에 전했다.

버나디나는 중남미 지역인 카리브해의 네덜란드령 퀴라소에서 태어났지만, 현재 사는 집은 유럽의 네덜란드 본토에 있다. 당초 4일 네덜란드로 돌아가려고 했지만, 6일 KBO 시상식이 있다는 소식을 전해들은 버나디나는 구단 직원에게 “한국의 시상식 분위기를 느껴보고 싶다. 시상식에 참석한 뒤 나가겠다”고 말하면서 귀국 날짜와 항공편까지 바꿨다. 6일 오후 시상식을 마친 뒤 인천국제공항으로 이동해 저녁 비행기를 타고 네덜란드로 날아갈 예정이다.

올 시즌 개인타이틀을 따낸 외국인선수는 총 5명이다. 버나디나 외에 승리(20)와 승률(0.800) 2관왕에 오른 헥터, 탈삼진(189) 1위의 메릴 켈리(SK), 평균자책점(3.04) 1위의 라이언 피어밴드(kt), 타점(124) 1위의 다린 러프(삼성)가 있다. 이들 중 이번 시상식에 참석하는 외국선수는 버나디나가 유일하다.

KIA 버나디나. 스포츠동아DB


버나디나는 올 시즌 초반 2할대를 오르내리는 극심한 부진을 겪으면서 퇴출 위기까지 몰렸지만 결국 효자 외국인선수로 거듭났다. 득점 1위뿐만 아니라 타율 0.320(557타수 178안타)에 111타점, 27홈런, 32도루로 공·수·주에서 빼어난 활약을 펼쳐 KIA의 정규시즌 1위에 혁혁한 공을 세웠다. 역대 KIA 외국인타자로는 최초로 20홈런-20도루 클럽에 가입하기도 했다.

여기에 한국시리즈 5경기에서 무려 0.526(19타수 10안타)의 고타율에다 1홈런, 7타점 3득점으로 팀 우승의 선봉에 섰다. 한국시리즈 MVP는 결정적인 1승1세이브를 거둔 에이스 양현종이 차지했지만, 버나디나가 MVP를 받아도 무방할 정도로 맹활약했다. 버나디나는 서운할 법도 하지만 오히려 당시 “난 우승만으로 충분히 행복하다. 양현종이 정말 잘 던졌다. MVP를 받을 자격이 충분하다”며 의연한 모습을 보였다.

기량도 기량이지만, 동료들과 어울리는 친화력, 성실한 자세 등으로 이미 팀 내에서 모범 외국인선수로 칭송받고 있다. 여기에 귀국도 미룬 채 KBO 시상식에 참석한다고 하자 KBO도 박수로 환영하고 있다.

역대 외국인선수 중 귀국을 미룬 채 KBO 시상식에 참석한 선수는 2007년 두산 다니엘 리오스, 2014년 삼성 릭 밴덴헐크, 2015년 에릭 테임즈, 지난해 두산 더스틴 니퍼트가 있다. 이들 중 리오스와 니퍼트는 MVP 유력 후보로 시상식에 참석했다. 밴덴헐크는 그해 MVP 투표에서는 1표도 받지 못했지만, 탈삼진과 평균자책점 2관왕에 오르면서 아내인 애나와 시상식에 참석해 박수갈채를 받은 바 있다. 그러고 보니 버나디나와 밴덴헐크 둘 다 네덜란드 출신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한편 이날 시상식에는 개인타이틀을 수상한 국내 선수 중 KIA 김선빈(타율1위)이 불참할 예정이다. 고질적인 발목 부상을 안고 뛰어온 김선빈은 7일 서울 이경태 정형외과에서 오른쪽 발목 뼛조각 제거술 및 외측인대 봉합술을 받을 예정인데, 수술 하루 전인 6일에 먼저 입원을 해야 하기 때문에 시상식에는 참석하기 어렵다는 뜻을 KBO 측에 전했다. 김선빈은 수술 후 3~4개월 재활치료 및 재활훈련을 할 예정이다.

이재국 전문기자 keyston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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