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랜드 강상재-차바위(오른쪽). 사진제공|KBL
프로농구에서 국내선수의 득점가담은 팀의 공격옵션을 풍성하게 만드는 중요한 부분이다. KBL이 2015∼2016시즌부터 1∼3쿼터 가운데 2개 쿼터에 한해서는 2명의 외국인선수를 동시에 출전하도록 규정을 바꾸면서 외국인선수 의존도는 더 높아졌다.
그러나 온전히 이들에게 의존해서 승리를 챙기기는 어렵다. 2명의 외국인선수는 많아야 평균 40∼45점을 기록한다. 공격 페이스가 빨라지면서 평균 80점 이상을 해야 승리를 할 확률이 높아진다는 것을 고려하면 그 나머지를 국내선수들이 채워야 한다. 특히 4쿼터는 외국인선수 1명만이 뛸 수 있다. 국내선수의 고른 득점가담은 승부처에서 힘을 낼 수 있는 원동력이다.
전자랜드는 인천삼산체육관에서 벌어진 ‘2017 ∼2018 정관장 프로농구’ 2라운드 첫 홈경기에서 모비스를 상대로 이를 입증했다.
전자랜드는 이날 모비스를 90-68로 꺾고 5연승을 질주했다. 전자랜드가 기록한 90점 가운데 브랜든 브라운(23점·15리바운드), 조쉬 셀비(4점·4리바운드·4어시스트)가 올린 득점은 27점뿐이다. 나머지 63점을 차바위(14점·3점슛3개)∼정효근(12점·4어시스트)∼강상재(15점·7리바운드)∼박찬희(11점·5리바운드·7어시스트) 등 국내선수들이 책임졌다.
전자랜드 유도훈 감독은 시즌을 준비하는 과정에서부터 국내 포워드들의 득점가담을 높이기 위해 공을 들여왔지만 1라운드 초반에는 이 점이 잘 드러나지 않아 골머리를 앓았다.
하지만 이날은 달랐다. 경기 초반부터 정효근, 강상재가 적극적으로 상대 수비를 공략하는 등 1라운드와는 다른 움직임을 보여줬다. 한 발 더 뛰는 전자랜드 특유의 농구 색깔이 나왔다. 특히 4쿼터 시작 후 5분34초 동안 전자랜드가 기록한 13점이 모두 국내선수에게서 터졌다. 유 감독은 “제일 좋은 그림이 나왔다. 이번 경기로 국내선수들이 자신감을 얻었으면 좋겠다”며 미소를 지었다. 5연승을 달린 전자랜드는 6승4패로 3위에 올랐다.
반면 모비스는 마커스 블레이클리(22점·12리바운드·7어시스트)의 의존도가 너무 높았던 데다 팀 2점슛 성공률이 39%(41개시도 16개성공)에 그치는 등 공격에서 실마리를 찾지 못했다.
고양에서는 선두 SK가 홈팀 오리온을 105-64 로 대파했다. 최근 2연패에서 벗어난 SK는 8승2패를 기록하면서 1위 자리를 굳건히 했다. KCC는 김동욱이 무릎 통증으로 빠진 삼성을 95-83 으로 꺾고, 6승4패로 전자랜드와 공동 3위가 됐다.
인천 | 정지욱 기자 stop@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