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현장] 경력 도합 129년…‘푸른노을’, 명품 배우들의 ‘인생 연기’ (종합)

입력 2017-11-09 12: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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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현장] 경력 도합 129년…‘푸른노을’, 명품 배우들의 ‘인생 연기’ (종합)

낙엽 지는 가을, 노년의 삶을 그린 흔치 않은 영화가 나왔다. 연기 경력 도합 129년에 빛나는 명품 배우 박인환 오미희 남경읍이 슬프지만 따뜻한 영화 ‘푸른노을’를 선보일 계획이다.

9일 오후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진행된 영화 ‘푸른노을’ 기자간담회. 이날 행사에는 ‘푸른노을’의 주연 배우 박인환 오미희 남경읍 그리고 박규식 감독이 참석했다.

박규식 감독의 연출 데뷔작 ‘푸른노을’은 치매 진단을 받고 기억을 잃어가는 노년의 사진사 남우(박인환)가 은녀(오미희), 달주(남경읍)과 함께 수취인 불명 사진의 주인을 찾아 추억을 전하기 위해 떠나는 여정을 그린 감성 드라마다.

젊은 스타들이 원톱이나 멀티로 주연을 맡는 충무로에서 중년과 노년의 배우들이 모였다는 점에서 존재의 가치를 지닌 작품이다. 박규식 감독은 “선생님들의 명품 연기가 있었기에 좋은 작품을 만들었다. 같이 작품할 수 있어서 영광이었다”고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오미희는 “이런 작품에 손댈 수 있는 감독이나 제작자는 많지 않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는 말이 떠오른다.관객에게 외면당할 수도 있음에도 이 영화를 만든 박규식 감독의 용기에 감동했다”고 화답했다.

박인환은 “시나리오를 봤는데 작품이 정말 마음에 들었다. 단편소설 ‘소나기’와 같은 문학성과 정서를 담은 작품”이라며 “저예산 영화다보니 열악한 문제도 있었지만 ‘무조건 하겠다’고 했다. 많은 사람들이 따뜻하고 착한 마음으로 봐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오미희는 “지난해 11월에 촬영하고 1년이 지났다. 시나리오를 손에서 내려놓고 영화와 떨어져 있었다가 오늘 봤다”며 “박인환 선생님이 ‘나 울었다’고 하시더라. 나도 울었다. 슬퍼서라기보다 이 영화에 공감했기 때문인 것 같다”고 고백했다.

남경읍은 “데뷔 40주년이라 기념 공연을 하기 위해 북 꽹과리 장구 레슨을 받고 있었다. 오미희를 통해 출연 제안을 받고 시나리오를 봤는데 달주 캐릭터에 내가 배운 게 다 나오더라. 정말 잘 맞는 것 같았다. 시나리오를 보자마자 출연을 결심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정말 많은 시간을 쏟아서 연습했다. 그런데 영화를 보니 연주 장면이 많이 편집됐다. 속상하다. 하지만 즐겁고 행복하게 촬영했다”고 출연 소감을 밝혔다.


오미희는 촬영 현장에서의 특별한 에피소드를 전하기도 했다. 중년 이상의 배우들이 모인 현장이기에 다른 현장과는 조금 달랐다고. 그는 “지난해 11월에 촬영했는데 정말 추웠던 기억이 난다. 당시 내가 매니저가 없어서 혼자 다니는데 남경읍이 손난로를 건네주더라. 정말 고마웠다. 우리가 젊었다면 주고 싶어도 머뭇거렸을 텐데 나이가 있어서 그런지 이제 삶에 여유가 있는 것 같다. 손이 차가운 사람을 볼 수 있는 사랑이 있지 않나 싶다”고 회상했다.

누구나 언젠가 맞을, 노년의 삶과 마지막을 조명한 작품인 만큼 영화가 남기는 메시지는 깊고 진하다. 배우들 또한 촬영하면서 인생의 마지막에 대해 고찰의 시간을 보냈다고 털어놨다.

박인환은 “일흔이 넘었다 보니 죽음을 생각하게 되더라. 죽음을 받아들일 생각을 항상 하고 있다. 어떻게 죽을지, 어떻게 아름답게 죽음을 맞을지 생각해보곤 한다”고 고백했다. 오미희는 “하루하루 후회 없이 살고 싶다. 아팠던 인생은 잘 도려내고 좋았던 부분으로만 잘 편집하면 인생도 아름다운 영화가 되지 않을까 싶다. 아름다운 마무리는 남은 사람들이 추억하는 것 아닐까 싶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푸른노을’을 찍었다”고 털어놨다.

노년의 정서를 푸른노을이 지는 시간, ‘매직 아워’에 빗댄 감성 영화 ‘푸른노을’은 11월 23일 개봉한다.

동아닷컴 정희연 기자 shine256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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